서도 선소리 산타령의 구성곡 네 곡 중 첫 번째로 부르는 곡
서도 선소리산타령은 놀량ㆍ〈앞산타령(사거리)〉ㆍ〈뒷산타령(중거리)〉ㆍ〈경발림(경사거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첫 곡이 놀량이다. ‘놀량’이란 뜻은 놀 작정, 놀 의향, 노는 모습 등을 뜻한다고 한다. ‘녹양(綠楊)에 벋은 길로 북향산(北香山) 쑥들어도 간다’라든가 ‘어린 양자(樣姿) 고운 태도 눈에 암암하고 귀에 쟁쟁’이라는 사설처럼 산천경개를 즐기는 모습과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통절 형식의 악곡이다.
산타령이 수록되어 있는 20세기 초의 잡가집들을 살펴보면 산타령은 잡가의 하위 갈래 악곡으로 〈판염불〉ㆍ〈앞산타령〉ㆍ〈뒷산타령〉ㆍ〈자진산타령〉이 한 묶음으로, 놀량ㆍ〈사거리〉ㆍ〈중거리〉ㆍ〈경발림〉이 다른 한 묶음으로 하여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이때부터 두 가지 계통의 산타령이 각각 네 곡으로 레퍼토리화 되어 연창 형식으로 불려졌던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각기 첫 곡의 이름을 따서 판염불계 산타령과 놀량계 산타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판염불계 산타령은 현행 경기 산타령으로 놀량계 산타령은 현행 서도 산타령으로 전승되었음이 연구 결과 밝혀져 있고, 따라서 서도 산타령 중 놀량은 놀량계 산타령의 첫 곡 놀량이 전승되어진 악곡임을 알 수 있다.
서도 놀량은 놀량계 산타령의 놀량에서 ‘초목이...’와 입타령 부분을 삭제하고 ‘녹양에 벋은 길로...’로 시작하는 통절 형식의 악곡이다. 그래서 유절 형식의 악곡보다 악구의 구분이 어렵기는 하나, 20세기 초 잡가집의 놀량계 산타령의 가사를 보면, 판염불계 산타령과 달리 사설의 단락마다 쉼표(,) 모양의 구점(句點)이 찍혀 있어서 악구의 구분이 경기 놀량보다는 쉽다. 구성음이 ‘솔(sol)-라(la)-도(do′)-레(re′)-미(mi′)’인 경토리에 속하는 악곡이다. 서도 놀량은 경기 놀량과는 달리 비교적 빠른 장단으로 시작하여 경쾌한 맛이 있고, 높은 음으로 질러내는 부분이 많지 않다. 또 경기 산타령보다는 낮은 음역대의 흥청거리는 선율형이 주를 이룬다. 사설은 4마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되, 3소박 2박ㆍ3박ㆍ4박의 소박 출현이 대부분이고 과박의 출현은 많지 않아서 리듬이 비교적 복잡하지 않게 느껴진다.
(메) 에라디여 (받) 어어허야 요오오홀 네로구나 녹양에 벋은길로 북향산(北香山) 쑥 들어도간다 에에헤에 헤이 에어허야 요오오홀 네로구나 춘수(春樹)는낙락(落落) 기러기 나니 훨훨 훨훨훨 낙락장송(落落長松)이와자지끈도다 부러졌다 마른가지남아 지화자자 좋을시구나 지화자자 좋을시구나 얼시구나 좋다 말들어도 보아라 인간을 하직(下直)하고 청산(靑山)을 쑥들어도 간다 에에 헤에 에이에 어어허야 요오오홀 네로구나 황혼 아니 거리 검쳐잡고 성황당(城隍堂) 숭벅궁새 한 마리 남게 앉고 또 한마리 땅에 앉아 네가 어디뫼로 가쟈느냐 네가 어디뫼로 가쟈느냐 이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저산 넘어가도 거리숭벅궁 새야 에― 어린 양자(樣姿) 고운 태도 눈에 암암하고 귀에 쟁쟁 비나니ㅡ 비나니다 비나니로구나 소성취로 비나니로구나 에― 삼월이라 육구함도(六衢咸道) 대삼월(大三月)이라 얼시구나 절시구나 담불담불이 생긴도 사랑, 사랑,사랑 내사랑아 남창에 북창을 열고나보니 담불담불이 쌓인도사랑 기암(奇岩)에 고송(古松)에 기여나 올라 휘휘칭칭도 감긴도 사랑 사랑초 다방초 홍두깨 넌출넌출이 박넌출이 요내가슴에 맺힌도 사랑 에에에 나에에 네로구나 하-
이창배 창 경기 놀량(신현남, 「산타령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91쪽.)
서도 놀량은 20세기 초에 불려지던 20세기 초 잡가집에 실려 있는 놀량계 산타령의 머릿곡 놀량을 거의 그대로 전승한 노래이다. 그리고, 모든 사설의 단락마다 구점이 찍혀 있어서 노래하기에 좋도록 되어 있다. 오늘날 서도 놀량이 경기 놀량보다는 비교적 규칙적인 박자를 유지하는 것도 이 구점의 영향인 듯하다. 이렇게 서도 놀량은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서 전통성의 맥락에서 그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창배,『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김영운, 「가곡 연창형식의 전개양상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4. 신현남, 「산타령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이보형, 「한국민속음악 장단의 리듬형에 관한 연구」, 『민족음악학』 16, 1994. 황준연, 「전태용 창부타령의 선율구성」, 『한국음반학』 10, 2000.
신현남(申鉉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