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팔경〉, 〈심청 인당수 나가는 대목〉
판소리 《심청가》 중 한 대목으로, 심청이 배를 타고 인당수로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대목
범피중류는 《심청가》 눈대목 중 하나로, 심청이 배를 타고 인당수로 가면서 지나는 소상팔경 등의 장면과 이비 등 여러 혼령과 만나는 〈혼령대목〉으로 구성된다. 송광록(宋光祿)과 전도성(全道成, 1864~?)의 더늠이며 고종 때의 서편제 명창 배희근(裵喜根)도 잘 불렀다. 예전에는 범피중류 대목을 《심청가》 중 〈소상팔경〉이라고도 했다. 범피중류 대목은 일제 때 널리 유행한 소리이며, 지금도 가장 많이 불리는 《심청가》 눈대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진양조장단에 우조와 평조 등의 다양한 악조와 선율을 구사하여 표현한다.
범피중류 대목은 일제 때 널리 유행한 소리이며, 지금도 가장 많이 불리는 《심청가》 눈대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40년 출판된 정노식(鄭魯湜, 1899~1965)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정춘풍(鄭春風)의 더늠으로 〈소상팔경가〉가 기록되어 있는데, 〈소상팔경〉 단가는 중국 동정호 남쪽의 아름다운 여덟 가지 풍경을 한시로 표현한 〈소상팔경시〉의 사설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1930년대 녹음한 판소리 5명창 김창룡(金昌龍, 1872~1943)이 콜럼비아(Columbia)에 취입한 범피중류 음반(40279-A)에서 “광록씨 소상팔경 어부가였다.”라고 하여, 이 대목이 송광록의 더늠임을 밝히고 있다. 송광록이 제주도에서 독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배 안에서 지었다는 범피중류는 어려운 한시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송광록이 새롭게 창작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송광록 이전부터 있었던 것을 그가 진양조로 뛰어나게 불러서 그의 더늠으로 간주된다고 할 수 있다.
1929년에 콜롬비아에서 취집한 박록주(朴綠珠, 1905~1979)의 범피중류 대목은 유성기음반(Regal C172-A·B) 양면에 걸쳐서 길게 녹음했다. 박록주의 범피중류 녹음은 힘있게 올려 끊고 강하게 내려치면서 소리를 맺는 동편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박록주가 녹음한 범피중류는 1934년 이선유(李善有, 1873~1949) 음반(Regal C181-A), 이동백(李東伯, 1866~1949),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박봉술(朴奉述, 1922~1989)의 것과 사설이나 음악적 특징이 많이 비슷하다. 이 대목은 김창룡과 박록주가 특히 자주 불렀으며 이동백, 이선유, 이화중선(李花中仙, 1899~1943), 김초향(金楚香, 1900~1983), 박봉술과 같은 명창들도 음반에 취입한 바 있다.
《심청가》 중 범피중류는 풍부한 사설에 다양한 음악적 기교가 조합된 대목이다. 초기의 사설은 인당수로 가는 ‘강상풍경-심청의 탄식-갈까마귀와 귀촉도의 심청 위로-기러기와 청조에게 하는 심청의 부탁’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현재 전창되는 범피중류는 출발하는 ‘배와 물결치는 장면’, ‘백빈주 갈매기와 삼강의 기러기’, ‘혼령대목’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청이 인당수로 떠나는 여정 부분의 사설은 ‘황학루-적벽강-진회수-소상강-동정호’로 구분할 수 있다. 범피중류 대목은 진양조장단에 ‘솔(sol)-라(la)-도(do')-레(re')-미(mi')’ 구성음으로 우조와 평조 중심의 음악적 특징이 나타난다. 시작 부분에 가곡의 창법이나 음악적 느낌을 표출하는 가곡성 우조가 활용되고, 변조와 변청을 사용한 계면조의 사용과 단락에 따라 우조로 시작해서 계면조로 종지하는 경우가 있다. 한시문으로 이루어진 사설이 담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지며, 평우조, 우조, 시조목, 평조, 가곡성우조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도 악곡이 설명된다. 이처럼 범피중류 대목은 다양한 악조를 구사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청가》의 범피중류와 〈혼령대목〉은 《수궁가》에 수용되었는데, 범피중류는 별주부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장면에 수용되고, 〈혼령대목〉은 토끼가 용궁에서 죽을 위기를 넘기고 육지로 돌아오는 대목에 수용되어 있다.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를 하직허고 공선의 몸을 싣고, 동서남북 지향 없이 만경창파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가는구나. (진양조)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료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만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의 수봉만 푸르렀다. 관내성중만고심은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를 지내가니 가태부 간 곳 없고 멱라수를 바라보니 굴삼려 어복충혼 무양도 허시든가. 황학루를 당도하니 일모향관하처시요 연파강상사인수는 최호 유적인가. 봉황대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요 이수중분백로주는 태백이 노던데요. 심양강을 당도허니 백낙천 일거 후에 비파성도 끊어지고 적벽강을 돌아드니 소동파 노던 풍월 의구허여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에 안재재요. 월락오제 깊은 밤에 고소성외 배를 매니 한산사 쇠북소리 객선에 뎅 뎅 들리거늘, 진회수를 바라보니 격강의 상녀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롱한수 월롱사에 후정화만 부르더라. 악양루 높은 집이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의 돋은 달은 동정호로 비쳐오니 상하천광이 거울 속에 푸르렀다. 창오산이 아득허니 황릉묘 잠겼어라. 삼협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 소인이 눈물을 몇몇이나 뿌렸든고. 팔경을 다 본 후에,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심청가》 범피중류는 송광록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당수로 떠나는 〈소상팔경〉의 장면과 〈혼령대목〉으로 구성된다. 범피중류 대목은 여러 판소리 창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연행되는 판소리 더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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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