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따라 가는데〉, 〈장승상댁 가는데〉, 〈장승상 집 경치〉
판소리 《심청가》 중, 심청이가 시비를 따라 무릉촌 승상댁에 건너가는 대목
시비따라는 심청이가 밥을 빌어 아버지를 봉양하던 중 심청의 효성을 들은 무릉촌 장승상 부인이 심청을 불러 심청이가 승상 부인의 부름을 받고 시비를 따라가는 대목이다. 장승상댁의 경치 묘사와 승상 부인이 심청에게 수양딸을 제의하나, 아버지를 떠날 수가 없다며 거절하고 돌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청가》 중 시비따라 대목은 이선유(李善有, 1897~1949)가 1931년에 콤럼비아(Columbia)에 취집한 《심청가》 중 ‘심청이가 장승상 부인 찾아가는 데’ 라고 기재되어 음반(Columbia40132-B)이 발매되었다. 이선유의 <심청이가 장승상 부인 찾아가는 데>는 유성기 음반으로서 전집이 아닌 독집으로는 유일하게 녹음된 매우 귀중한 자료다. 이선유의 녹음은 이동백(李東伯, 1866~1949), 한애순(韓愛順, 1924~2014), 성창순(成昌順, 1934~2017)의 것과 상이하다. 이동백이 중모리로 매우 짧게, 한애순과 성창순이 진양조로 짧게 부른 반면에 이선유는 진양조에 음반 한 면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길게 불렀다.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은 이 대목 일부를 매우 짧게 유성기 음반에 남겼다.
《심청가》 중 시비따라 대목은 장승상 부인의 부름을 받은 심청이 시비를 따라 승상댁을 건너가는 대목으로 사설의 내용은 무릉촌을 당도하여 승상댁의 경치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현재 전승되는 《심청가》 가운데 동초제 김연수(金演洙, 1907~1974) 바디 《심청가》에 가장 확대된 사설로 되어있는데, 승상부인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을 진양조장단으로 심청의 얼굴 묘사를 중중모리장단에 확대하고 있다. 동초제 사설은 장승상댁 부인을 기품 있게 표현하고, 심청을 매우 황홀하고 신비한 모습으로 묘사하면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 대화체를 삽입하여 극적으로 되어 있다. 시비따라 대목은 진양조장단으로 시비따라가 시작되어 장승상댁의 위엄한 경치가 묘사되고 이어 중모리장단 혹은 중중모리장단으로 승상 부인이 심청의 효성을 칭찬하며 수양딸을 제의하는 부분이 이어진다. 무릉촌에 당도하여 승상댁을 들어가는 장면은 화평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하여 길고 유창하게 뻗는 가곡성 우조의 성음으로 부르는 것이 이면에 맞다. “시비따라 건너간다”의 시작 부분에 가곡의 음악적 특성인 한 글자에 많은 음이 붙는 가곡성 우조의 선율진행을 보인다. 진양조장단에 우조 악조를 중심으로 평조와 일시적 계면조로 변조가 나타난다.
(진양조) 시비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 댁을 찾어가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섰난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의다 지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루 낄룩 징검징검 알연성이 기이허구나. (중중모리) 계상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에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로다. 니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허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 가 미환 허고 어린 자식 손자 없어, 적적한 빈 방안에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는 것 고서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로 저렇듯 곤궁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어 여공도 숭상허고, 문필도 학습허여 말년 재미를 볼까 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한 후, 앞 못 보는 아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겠내다.” “기특타, 내 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짜오되, (창조) “치운 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 건너 가겼네다.” (진양조) 심청이 거동 보아라 시비 따러 건너간다 이 모롱 지나고 저 고개를 넘어서서 승상댁을 당도허여 대문간을 들어서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있난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굽니난 듯 중문 안에 들어서니 가세도 웅장허고 문창도 찬란헌듸 반백이 넘은 부인 의상이 단정허고 피부가 풍양허여 복기가 많은지라 심청을 반겨 맞으며, 아가 네가 심청이냐 듣든 말과 과연 같구나. 좌를 주어 앉힌 후에 자세히 살펴보니 별로 단장 없을 망정 국색일시 분명쿠나. (중중모리) 엄용허고 앉은 거동 백석청탄 맑은 물 목욕허고 앉은 제비가 사람을 보고 날랴는 듯 황홀한 그 얼골은 천심의 돋은 달이 수면에 비친 듯 추파를 흘려뜨니 새벽빛 맑은 하날의 경경한 샛별이요 팔자청산 가는 눈썹은 초생편월의 정신이라 양협의 고은 빛은 부용화 새로 핀 듯 입을 열어 웃는 양은 모란화 한송이가 하로밤 비기운에 피고저 버난 듯 호치 열어 말을 허니 농산 앵무로다 전신을 살펴보니 응당히 선녀라 월궁에 노든 선녀 도화동에 적하허여 벗 하나를 잃었도다.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이 개화로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시비따라 대목은 서편제의 경우 한 번만 등장하고, 강산제에서는 두 번 등장한다. 《강산제 심청가》 앞부분에 등장하는 심청이 승상댁에 건너가는 대목과, 인당수로 가기 전 장승상댁에 인사를 가는 대목이다. 앞부분에 등장하는 시비따라 대목은 가곡성 우조로 부르며, 심청이 인당수에 가기 전 나오는 시비따라 대목은 계면조로 구성되는 특징이 있다.
김종철, 「《심청가》와 「심청전」의 “장승상부인 대목”의 첨가 양상과 그 역할」, 『고소설 연구』, 2013. 김혜정, 「심청가의 바디별 음악적 특징과 선율 구성 원리 비교 연구」, 『호남문화연구』, 2015. 김혜정, 「판소리의 전조 활용 원리 연구 -정권진창 심청가를 중심으로-」, 『호남문화연구』 58, 2015. 박희순, 「판소리 가곡성우조 연구」, 『한국음악연구』, 2007. 백대웅, 「판소리의 우조와 평조」, 『한국 전통음악의 선율구조』, 대광문화사, 1985.
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