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지역 중 대관령 동쪽 지역에서 전승되는 농악
강원도 대관령 동쪽 지역인 강릉시동해시ㆍ속초시ㆍ삼척시ㆍ태백시ㆍ고성군ㆍ양양군 그리고 영서 남부의 영월군ㆍ평창군ㆍ정선군 등에서 전승되는 농악을 말한다. 영서 남부 지역은 문화나 언어 면에서 영동 지방의 색채와 유사하고 많은 공통점이 있어, 이 지역의 농악은 영동농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는 예전에 마을마다 두레패가 있어 정월대보름 전후 지신밟기나 농사철에 농악이 성행하였으나, 지금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을 중심으로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영동을 대표하는 농악으로 강릉농악, 동해망상농악, 평창둔전평농악을 들 수 있다. 강릉농악은 일제강점기에도 농악경연대회를 개최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해방 전후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에 명주군에만 주문진읍 장덕리농악, 주문진읍 향호리농악, 옥계면 남양리농악 등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강릉 지역에서 농악은 정월대보름, 단오, 김맬 때 등에 연행하였다고 한다. 강릉농악은 1961년부터 전국민속경연대회 등 여러 대회에 출연하여 입상하면서 알려지다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성황모시기, 지신밟기, 농사풀이 등으로 구성된 판굿에는 일년의 세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장단은 소박하지만 빠르고 힘찬 가락으로 유명하며, 씩씩한 동작으로 농사짓는 장면을 연행하는 농사풀이농악으로 이름이 나 있다. 농사풀이는 법고ㆍ소고ㆍ무동이 함께 연행하는데, 논갈이에서 파종과 추수를 거쳐 방아찧기까지 열 가지가 넘는 논농사 과정이 있다. 동해망상농악은 정월대보름에 동해시 괴란동 마을 서낭당에서 고청제를 올린 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놀이판을 펼치는 마을 공동체 농악이다. 망상동괴란고청제농악으로 제4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하여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예술성을 인정받았으며, 2017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동해망상농악은 서낭굿을 시작으로 하여 지신밟기, 놀음놀이, 오방놀이 등을 펼쳐내는데, 치배ㆍ벅구ㆍ무동ㆍ소고의 순서대로 원 안에 들어가 놀이를 하는 놀음놀이가 판굿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평창둔전평농악은 평창 용평면 둔전동 일대에서 전승되던 농악으로 용평농사놀이 또는 용평농악으로 알려져 있었다. 평창 백옥포농악이 1977년 무렵 전국 규모 농악경연대회에서 각광을 받고, 1978년 제1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백옥포농악의 전통을 계승한 둔전평농악은 용전농악이라는 이름으로 1993년 제11회 강원도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종합우수상을 받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2001년 제19회 강원도민속예술축제에서 둔전평농사놀이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에는 제43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하여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2003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평창둔전평농악은 평창군의 백옥포농악, 중리농악, 둔전평농악 등이 서로 교류하고 모아져 오늘의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판굿은 지신밟기, 서낭굿, 농사풀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농사풀이에서 소고ㆍ법고ㆍ무동이 함께 논갈이에서 볏가마나르기까지의 농사과정 5~7가지를 풀어낸다. ○ 연행 시기와 장소 영동농악에는 서낭굿, 지신밟기, 황덕굿놀이 등을 공통으로 구성한다. 서낭굿은 정월 초에 마을 서낭당에서 장단을 치며 서낭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며, 지신밟기는 정월대보름부터 며칠에 걸쳐 마을 집집을 돌아다니며 한 해의 복을 빌어주는 것이며, 황덕굿놀이는 놀이판이 벌어졌을 때 마당 한가운데에 큰 모닥불인 황덕불을 피워놓고 놀이패들이 놀이를 벌이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영동농악은 정월 초 서낭당굿, 정월대보름 이후 지신밟기, 농사를 짓는 5월에서 8월까지 들판과 마을 공동공간에서 벌어지는 놀이판에서 주로 연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강릉농악은 농기수ㆍ순서지ㆍ태평소ㆍ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ㆍ소고ㆍ법고ㆍ무동ㆍ열두발상모 등 사십여 명으로 편성된다. 무동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민복에 삼색띠를 X자로 매고, 무동은 붉은 치마ㆍ녹색 저고리 위에 남색 쾌자를 걸친다. 쓰개의 경우 예전에는 쇠잽이와 법고수만 상모지가 달린 벙거지를 쓰고 나머지 치배들은 고깔을 썼으나, 요즘에는 무동만 고깔을 쓰고 치배들은 모두 상모지가 달린 벙거지를 쓴다. 다만 소고수는 상모지가 아닌 길이가 짧고 폭이 넓은 퍽상모(방망이상모ㆍ말뚝상모)를 쓴다. 강릉농악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일채ㆍ이채ㆍ삼채ㆍ사채ㆍ칠채ㆍ신식행진가락ㆍ굿거리ㆍ구식행진가락ㆍ구식길놀이가락 등이 있는데 이 중 일채ㆍ이채ㆍ삼채ㆍ사채ㆍ칠채ㆍ신식행진가락이 주요하게 사용된다. 강릉농악에는 목적에 따라 지신밟기, 다리밟기굿, 두레굿 등의 농악이 있는데, 그 중 놀이판에서 크게 연행되는 판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입장, 두루치기 ② 성황(서낭)모시기 ③ 멍석말이 ④ 지신밟기 ⑤ 십자놀이 ⑥ 황덕굿 ⑦ 농사풀이(논갈이-못자리누르기-볍씨뿌리기-모찌기-모심기-콩심기-김매기-낫갈이-벼베기-벼광이기-벼타작(태치기)-벼모으기-방아찧기) ⑧ 자매놀이 ⑨ 오고북놀이 ⑩ 굿거리, 동고리받기, 열두발상모, 장구통놀이, 여흥놀이이다. 동해망상농악은 기수(농기와 서낭기)ㆍ태평소ㆍ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ㆍ벅구ㆍ소고ㆍ무동 등 사십여 명으로 편성된다. 무동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은 삼베옷에 삼색띠를 X자 형태로 매고, 무동은 노랑저고리ㆍ빨간 치마 위에 삼색띠를 맨다. 악기를 치는 치배들은 쥐꼬리 상모(짚상모)에 상모지를 맨 상모를 쓰고, 소고수만 상모지 대신 큰 꽃을 단 퍽 짚상모를 쓰며, 무동은 색색의 꽃이 달린 고깔을 쓴다. 기수와 태평소는 베옷을 입고 무동과 같이 고깔을 쓴다. 동해망상농악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모으는쇠ㆍ질꼬내기ㆍ부르는쇠ㆍ서낭쇠ㆍ지신밟기ㆍ들놀이쇠ㆍ쩍쩍이ㆍ덩덕궁이ㆍ똘똘말이 등이 있다. 이 중 질꼬내기는 길을 갈 때, 서낭쇠는 서낭굿을 진행할 때 치는 장단이다. 똘똘말이는 멍석을 말고 풀 때 치는 2ㆍ3소박이 혼합된 형태의 장단으로 경기지역의 칠채와 유사하다. 동해망상농악은 서낭당에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행하는데 이를 특별히 고청제농악이라 하며 그 순서는 ① 고청제굿(서낭굿) ② 지신밟기 ③ 놀음놀이(가새놀이와 쩍쩍이) ④ 오방놀이 ⑤ 열두발놀이와 동고리받기 ⑥ 똘똘말이와 황덕굿모음으로 진행한다. 평창둔전평농악은 농기ㆍ태평소ㆍ꽹과리ㆍ징ㆍ장구ㆍ북ㆍ소고ㆍ법고ㆍ무동 등 사십여 명으로 편성된다. 모든 구성원이 삼베옷에 삼색띠를 X자 형태로 매고, 무동만 녹색저고리와 분홍치마 위에 남색쾌자를 입는다. 꽹과리와 법고는 상모지가 달린 짚상모를 쓰고, 기수ㆍ태평소ㆍ징ㆍ장구ㆍ북ㆍ소고ㆍ무동은 고깔을 쓴다. 평창둔전평농악에서 사용하는 장단은 일채ㆍ이채ㆍ삼채ㆍ오채ㆍ칠채ㆍ십이채ㆍ굿거리ㆍ질꼬내기 등이 있으며, 이 중 질꼬내기는 길놀이 때 사용하는 행진 가락이다. 전반적으로 단조로운 외가락을 길게 반복하며 강릉농악보다 빠르고 경쾌하다. 평창둔전평농악에는 서낭굿농악, 농사풀이농악, 걸립농악 등이 있는데, 놀이판에서 크게 벌어지는 판굿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입장 ② 지신밟기 ③ 서낭굿 ④ 농사풀이(논갈이-모찌기-모심기-김매기-벼베기-탈곡마당-볏가마나르기) ⑤ 십자놀이 ⑥ 풍년놀이의 순서이다.
강릉농악: 국가무형문화재(1985) 평창둔전평농악: 강원도 무형문화재(2003) 동해망상농악: 강원도 무형문화재(2017)
영동농악은 서낭굿, 지신밟기, 농사풀이, 황덕굿 등 정초에서 추수까지의 일년 세시를 판굿에 포함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각종 경연대회와 공연을 거치면서도 세시에 놀아졌던 본래 농악의 형태와 내용을 가능하면 판굿에 모두 담아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소고ㆍ법고ㆍ무동이 각각 8~9명씩 대규모로 편성되어 판굿에서 주요한 놀이를 연행하는 것이 영동농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 중 소고수는 종이를 가늘게 썰어 붙여 방망이처럼 생긴 퍽상모를 쓰고, 법고는 상모지가 달린 상모를 쓰며, 무동은 알록달록한 고깔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릉과 평창에서는 퍽상모를 쓴 소고수가 주도하여 법고ㆍ무동과 함께 농사풀이를 연행하고, 동해에서는 소고수와 법고ㆍ무동이 놀음놀이를 펼친다. 소고ㆍ법고ㆍ무동의 이러한 놀이는 남녀의 화합 나아가 곡식의 생장과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로 파악되므로, 영동농악은 농악 본연의 기능인 풍농주술에 충실한 농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영동농악의 장단은 겹가락이 없는 소박한 장단을 빠르게 치는 3소박 4박 장단이 대부분이며, 경기충청지역에서 길가락으로 연주하는 칠채를 영동지역에서도 연주하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강릉농악의 칠채(멍석말이가락), 동해의 똘똘말이, 평창의 칠채라고 부르는 장단들은 경기충청지역의 칠채와는 박자와 빠르기에서 다소 차이가 있으나, 3소박과 2소박의 복잡하고 긴 형태라는 점, 멍석말이를 할 때 연주한다는 점에서 경기충청지역의 칠채와 유사성이 깊다.
강릉농악보존회 편, 『강릉농악: 강원민속예술의 꽃』, 강릉농악보존회, 2012. 김기형ㆍ김헌선ㆍ김혜정 글, 『한국의 민속예술 50년사』, 민속원, 2011. 김선풍ㆍ장정룡ㆍ김경남 공저,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평창둔전평 농악』, 평창둔전평농악보존회, 2008. 김헌선, 「강릉농악연구」, 『풍물굿연구』 3, 2014. 시지은, 「강릉농악의 성격 재고찰」, 『민속학연구』 48, 2021. 박현기, 「동해 망상농악의 현장론적 연구: 괴란고청제 농악 판굿을 중심으로」, 한중대학교 석사논문, 2016.
시지은(施知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