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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사전(보기) | 국립국악원

국악사전

비단타령

  • 작성일2014-11-16

【정의】판소리 흥보가 중 흥보마누라가 두 번째 박에서 나온 비단의 이름을 열거하는 대목.

【유래 및 역사】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은 착한 흥보가 그 보상을 받는 대목이다. 박은 총 세 차례에 걸쳐 타는데, 첫 번째 박에서는 돈과 쌀이 든 궤짝이, 두 번째 박에서는 비단이, 세 번째 박에서는 집을 지어주는 일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초기 흥보가에서는 박을 세 개 보다 더 많이 타기도 했고, 각 박에서 등장하는 보물 역시 오늘날과는 달랐다. 오늘날의 형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가장 기본적인 식(食), 의(衣), 주(住) 순서로 맞추어진 것으로, 이러한 형태는 19세기 후반 무렵에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비단타령>은 판소리 이외에 무가 ‘성조축원’과 고사소리 및 잡가와 민요로도 존재했다. 판소리 흥보가에 삽입된 <비단타령>은 무가에서 불리던 것이 판소리에 수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형태, 기능 및 특징】온갖 비단의 이름을 나열하는 <비단타령>은 화창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노랫말의 분위기에 맞게 중중모리장단에 평조를 사용하여 부른다. 그러나 유파에 따라 계면조의 시김새 및 분위기가 약화된 평계면조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단타령>은 박 속에서 비단이 꾸역꾸역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하여 음보의 변화를 사용한다. 전반부는 ‘요간부상 삼백척 번뜻떴다 일관당/ 고소대 악양루으 적선애미가 월광단’과 같이 4음보 1구로 의미 단위를 이루며 여유 있게 소리하고, 중반부에서는 ‘쓰기좋은 양태문/ 인정있는 은조사’와 같이 2음보 1구, 후반부에는 ‘고리사주/ 방의주/ 해남포’와 같이 1음보 1단어로 된 포목류가 급박하게 나열된다. 이러한 구성은 비단의 이름 열거가 아무 원칙 없이 나열된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근거하여 흥보와 흥보마누라가 한없이 나오는 비단에 황홀함과 흥분을 느끼듯, 청중들도 이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

【내용】<비단타령>은 흥보마누라가 두 번째 박에서 나온 비단의 이름을 열거하는 대목이다. 비단은 궁중이나 여유가 있는 양반들이나 입을 수 있는 옷감이다. 삼순구식(三旬九食:30일에 아홉 번 식사)도 못할 정도의 매우 가난한 흥보네로서는 비단옷이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그 때의 흥분감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흥보네와 사정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조선후기 당시 서민들에게 비단옷은 너무 먼 꿈이다. 흥보가 중 <비단타령> 대목은 그런 민중들에게 평소에 쉽게 대할 수 없는 값비싼 비단을 풍성하게 거론함으로써, 환상적으로나마 욕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비단타령>의 또 다른 재미는 언어놀이적 성격이다. 수식어구와 비단명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 이는 마치 퀴즈를 푸는 듯한 재미를 준다. 언어 놀이를 위해 때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비단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 예로,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 상사단’의 경우,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란 수식어구를 듣고 어떤 비단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상사단’이다. 사실 ‘상사단’이라는 비단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언어놀이적 성격을 갖는 <비단타령>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판소리 흥보가는 특히 재담과 익살이 가득한 소리이다. <비단타령>에 존재하는 언어놀이적 성격은 판소리의 재담적 특성이 반영된 아주 좋은 예이다.

<비단타령> 대목에 이어, 흥보와 흥보마누라가 박에서 나온 비단으로 옷을 해 입는 재미있는 대목이 이어진다.

【필자】신은주

【참고문헌】

「흥보가 비단타령에 나타난 언어놀이」(정충권, 『선청어문』 36집, 2008.9)

<비단타령>(『강도근 5가 전집』)

왼갖 비단이 나온다. 왼갖 비단이 나온다. 요간부상 삼백척 번뜻 떴다 일광단, 고소대 악양루으 적선애미가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하든 천도문, 천하지국 산천초목 그려내던 지도문, 풍진을 시르르르 그치니 태평건곤 의 대원단, 등태산소천하의 공부자의 대단이요, 남양 초당의 경 좋은 디 천하 영웅의 와룡단, 염불타령을 지어놓고 춤취기 좋은 장단, 가는 님 허리 안고 가지 말라 도리불수, 임 보내고 홀로 앉어 독수공방의 상사단, 큰방 골방 가루닫이 국화새김의 완자문, 추월추풍 공단이요, 심심산곡 송림간의 무서웁다 호피단, 쓰기 좋은 양태문, 인정있는 은조사, 부귀다남 복수단, 행실 부족에 궁초단, 절개 좋은 송죽단, 뚜두럭꿉벅허니 말굽 장단이요, 서부렁섭적 세세발릉단, 뭉게뭉게 구름단, 흑공단 백공단 한산 모시 송화색이며, 청사 홍사 통견이며, 고리사주 방의주 해남포 목고 삼승 철남포까지 그저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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