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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보 | 국립국악원

학술·정보

갑오년 만석씨 관람 후기



2021년 6월 5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전당 연지홀에서 초연된 갑오년 만석씨는 1894년 갑오년(조선 고종 31년) 동학농민운동 12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정읍시립국악단이 조선의 천출(賤出) 백정 만석을 내세워 동학농민운동을 서사적으로 조명한 특별기획공연 소리극이다. 정읍은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 고부의 고장이다.

동학농민운동은 동학(東學)교도 전봉준(녹두장군)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반봉건·반외세 농민운동이다. 1894년 3월의 제1차 고부(백산) 반봉건 운동과 9월의 제2차 전주·광주 반외세 궐기로 나뉜다. 전라, 충청, 경상,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공주 우금치전투에서 관군과 일본 연합군에게 패해 전봉준을 포함한 동학농민 지도부 대부분이 체포되고 교수형에 처해져 동학농민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동학운동의 ‘백성이 하늘인 민주(民主)정신’은 3·1독립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관비 달래를 짝사랑하던 백정 만석이 화전놀이 가다 미나리꽝 똥통에 빠진 탐관오리 고부군수를 구해준 공으로 호위별감이 되고 만석과 달래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고부군수는 백성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달래와 혼인 허락을 미끼로 만석을 백성을 핍박하는 앞잡이로 세워 저수지 만석보를 완성한다.

고부군수 학정과 수탈에 지친 백성들은 전봉준에게 군수를 죽이고 개벽(開闢)을 하자고 한다. 이를 눈치 챈 군수는 임신한 달래를 볼모로 만석에게 전봉준 머리를 베어오라 명한다. 농민 봉기가 일어나 죽을 위기에 처한 군수를 만석이 도주시키나 만석은 생포되어 교수형 직전 전봉준의 덕으로 목숨을 구하고 동학군에 합류하여 고비마다 큰 공을 세운다.

동학농민봉기를 빌미삼아 조선에 들어온 일본군의 개입으로 전세는 뒤집히고 척왜를 부르짖으며 2차 봉기가 일어난다. 우금치 전투에서 동학군이 일본군에게 패하자 만석은 전봉준을 대피시킨다. 그러나 배신자의 밀고로 전봉준은 한양에서 교수형을 당하고 관군과 일본군은 전봉준의 시신 처리를 잘못하면 동학군이 재집결할까 고민한다.

전봉준이 죽던 날 달래는 만석의 아기를 낳는다. 비탄에 빠져 있던 만석은 아들 이름을 지어 달라며 만류하는 달래를 뿌리치고 전봉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한양으로 떠나며 돌아와 아들의 이름을 지어 주겠다한다. 한양에서 고부군수를 죽이고 전봉준의 머리를 찾아 홀로 귀향하던 만석은 설원에서 관군의 총에 맞아 죽음을 당한다. 만석을 기다리며 달래는 태어난 아들에게 이름을 동학이라 지어준다.

누구나 얼추 알고 있는 동학농민운동이라, 쉽게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극으로 표현하다 아차하면 진부 할 수도 있고, 조금 신경을 늦추면 흥미를 놓칠 수 있는 참 어렵고 힘든 주제의 극이다. 더구나 노래로 표현해야 하는 소리 극이기에 노파심이 앞섰으나 행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총감독∙연출 주호종/ 작가 사성구/ 작창∙음악감독 한승석/ 이들이 탄생시킨 지난 공연 “모들전”에 반해 서울에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즐긴 보람이 한마음 가득하다.

성악가의 기량에 좌우되는 오페라, 음악과 춤 오락의 혼합 뮤지컬, 우리 전통 소리를 극으로 표현하는 창극, 이들과는 다른 우리전통소리에 서양 노래기법을 가미하여 떼창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소리극의 장단과 가락의 흐름이 막힘없었고 이야기로 들렸다. 100여분의 공연시간 내내, 노래가 먼저인 소리극의 운명을 좌우하는 떼창이 극의 몰 입도를 높여주었고 초연의 빈틈과 다른 부족함을 메워 버렸다.

극을 끌어가는 작창(作唱)의 뛰어남이, 역사를 읽어 내리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배경 화면의 움직임이 더해지는 연출과 하나 되어, 작가가 표현 하고픈 그 시대, 그 시점, 그 상황을 편하게 받아들이며 함께 할 수 있었다. 작은 주제에 살을 붙여가는 통상 극이 아닌 역사를 이야기하는 대하 극이라 주인공이 돋보이면 극의 흐름이 식상 할 수도 있는데 구성과 집단의 조화가 풍성함과 아름다움으로 잘 표현 되었다.

대형극장에서 좀 더 많은 출연진으로 꾸몄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여운도 남지만, 지방소도시 정읍의 시립국악단이 열악한 환경과 여러 가지 고충 속에서도 어디에다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휼륭한 작품을 무대에 올린 것을 따뜻한 마음으로 축하드린다. ‘갑오년 만석씨’를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온 마음 다해 고마움을 올린다.

좋은 작품을 마음껏 즐긴 이 기쁜 마음을 품고 잠을 청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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