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교육·행사 | 국립국악원

교육·행사

[공모] 음악극 공무도하를 보고

“아소 님아 그 물을 건너지마오-”

 

  28일, 공연<공무도하가>가 끝나는 순간부터 집에 가는 길까지 이 말이 귀에서 계속 맴돌았다. 백수광부가 강을 건너려 하는 순간, 아내 여옥의 구슬프고 애처로운 부탁에도 기어코 님은 강은 건넌다는 구절이다. 공연 시작 전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로만 배웠던 16개의 한자로 된 고전시가를 과연 어떻게 음악극으로 재해석 할 지 궁금하였다. 공연은 대만족! 공연을 보고 난 후에도 여운과 감동이 가시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恨)을 노래와 춤으로 풀어내고 승화시키는데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공무도하가>는 모두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과 호수를 잊어버린 회사원이 2천 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파트의 동과 호수를 잊어버려 멍하니 강둑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회사원을 보며 왠지 남 일 같지가 않아 보였다. 그러다 또 다른 자신을 만나 전생으로 가는 부분에서 수레에 올라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장엄하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 영혼도 다음 생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첫 번째 이야기는 이윤택 연출가의 실화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1980년대 부산의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 간 이윤택 연출가가 새집의 주소를 기억하지 못해 근처를 배회했던 경험을 담았다고 하니 작품이 더욱 와 닿았다. 두 번째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인간의 내면과 모습을 진실성 있게 담은 이야기이다. 김 작가는 한 식당에서 북한 여자 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찾아 국경을 넘는다는 내용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과 분단국가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한 가족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백수광부의 노래인데, 밤마다 전생을 넘나드는 몽유병자의 이야기이다. 무대에 떠있는 밝은 달 아래 나무에서 풍악을 울리며 춤과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흥이 났다. 판소리 특유의 감동을 주면서도 정적이지 않고 흥을 돋우는 춤사위가 예술적이었다. 강을 건너는 님을 보며 여옥의 절창으로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라고 할 때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지막까지 탁월한 연출과 흥겨운 연주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공무도하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하나의 큰 틀에서 이어지는 음악극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음악과 기법이 잘 어우러진 다양한 노래와 춤 그리고 화려한 무대가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서양의 음악과 문화에 길들여져 있던 나 자신이 <공무도하가>를 통해 저절로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공무도하가>가 나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춤을 보여주었을 때, 노래는 나에게 눈이 되었고 춤은 나의 마음이 되었다. 판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들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겁게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음악극 <공무도하가>였다.
댓글등록 현재 0자 (최대 1,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