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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사 | 국립국악원

교육·행사

음악극 <공무도하 - 님아 , 저 물을 건너지 마오> 관람후기

  본인은 전공특성상 고전운문과 접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음악극 <공무도하>의 공연소식을 들었는데 3대 고대가요(<구지가>, <황조가>. <공무도하가>) 중 하나인 <공무도하가(공후인)>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설명에 호기심이 생겨 관람을 하게 되었다. 앞서 <공무도하가>를 3대 고대가요라 하고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갔다. 이 세 노래는 고대(고려 이전)부터 지금까지 기록으로 전해지는 유일한 고대가요이기 때문에 고전문학에서 그 의의가 크다. 이 노래들은 노래제목 끝에 붙은 '-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그대로 노래였다. 지금 우리는 지면을 통해 눈으로 읽으므로 단순한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음악 위에 흘렀을 가사였다. 더군다나 그 당시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말로 전승되었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넘어가며 직접 노래를 불렀을 때 음조, 어조, 박자의 느낌을 통해 전달되는 애절함, 호소력, 당대의 정서는 문자만으로는 알 수 없다. 악곡으로 생명력을 가졌던 노래가 시간에 저항하기 위해 문자 안에 박제된 것을 전달받은 후손으로서, 우리는 그 존재의 소중함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한 점에서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는 세월의 풍파를 견뎠을 작품에 온기를 불어넣어 생생하게 구현하려는 소중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극은 두 서술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두 서술자는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극의 이해를 돕고, 소설의 서문처럼 제작자의 창작동기를 대신 말해준다. 관객은 이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제작자가 전통극의 뿌리를 탐색했고, 과거와 현대를 연결하는 데 상당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대 이후 서구의 관점에서 정립된 예술 장르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잊혀지는 전통 예술을 문제의식으로 삼고 있으며 근대 이전에 우리가 향유했던 예술의 위상을 잡고 현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찾는데 출발점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제작자에게 <공후인>은 연결고리로써 좋은 '도구' 역할을 한다. 
   학교에서 문학시간에 배웠던 <공후인>은 백수광부가 술을 마시고 강으로 뛰어드는걸 그의 아내가 막는 노래이다. 이때 백수광부는 거의 자살하는 듯한 뉘앙스다. 그런데 음악극 <공무도하>는 백수광부가 강 건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는 색다른 상상을 펼친다. 그렇게 뻗어나온 곁가지는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시대의 속도에 정신없이 떠밀려 혼이 빠진 현대인의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강을 건너 북으로 가려한 남자의 이야기다. <공후인>로부터 현대인의 참상을 이야기하고, 분단 국가 한국의 현실을 환기시키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데 그렇게 연속성을 찾으려는 의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그것에만 몰두하느라 놓친 부분들로부터 발생한다. 첫 번째는 주제의 산만함으로 인한 미완성과 스토리텔링의 미약함이다. <공후인>을 통해 우리 전통의 건재함을 밝혀내는데서 출발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연결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욕심이 많았다. 끌어온 이야기가 원래 박혀있던 <공후인>을 밀어낸 격이었다. 음악극의 제목만 보고 <공후인>이 극의 큰 그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본인으로서는 예상 밖이었다. 큰 그림보다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두 번째는 가사와 음악의 조응이다. 음악극을 관람하면서 종이 위에서만 보던 고려가요와 고대가요, 시조가 노래로 등장했을 때 작품을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했다는 희열이 있었다. 지면에선 죽어있던 글자들이 창자의 호흡과 장단, 음색과 만났을 때 땅 위의 고기가 물에 닿아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 기분은 현대를 나타내는 장면으로 올 수록 사라졌다. 고전 운문에서 여음구의 중요성을 실감한 뒤에 바로 맞이한 노래들-현대어로 음악에 덯붙여진 그 가사들은 행갈이를 했다 뿐이지 뚝 떼어 산문에 등장해도 무방한, 자신과 함께할 악곡의 존재를 망각한 문자들이었다. 즉 옛 노래의 가사들이 입으로 읊조렸을 때 쉬이 굴러가는 반면 새롭게 지어진 노래들은 음악과 조응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극 중간중간에 배치했던 옛 노래들이 하나의 음악이 되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음악극인데, 그리고 문자와 노래가 하나였던 옛 노래를 다뤘는데 이왕이면 현대어도 좀더 가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한편 시공간적 제약을 갖는 연극무대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한 공간에서 다루는 연출은 인상깊었다. 노래로 다시 살아난 <공후인>을 멋진 가창자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기회에 감사하고, 첫 행밖에 부르지 않는 가창자에게 더 불러달라고 애걸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공무도하 - 님아, 저물을 건너지 마오>는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시 더듬어 길을 연결하는 시도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렇게 먼지를 털고, 거미줄을 없애고, 마모된 것을 닦다보면 새 것처럼 보이진 않더라도 그 모습을 살려낼 수는 있다. 앞으로 더 멋진 공연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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