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춤》의 반주음악으로 쓰이는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의 구음 노래
구음살풀이는 《살풀이춤》의 반주로 쓰이는 시나위합주에 얹어 부르는 구음의 노래이다. 구음은 시나위 악기 소리를 흉내 내거나, “아”, “너”, “디”, “루” 등의 모음을 가사 대신 활용한다. 현재 연행되고 있는 구음살풀이는 시나위권 무속 의식에서 무당이 추는 춤의 반주, 무대예술로 독립된 민속무용 살풀이춤의 반주 등에 쓰인다.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을 살풀이와 덩덕궁이장단에 맞추어 즉흥으로 구사하는 방식으로 부른다.
구음살풀이는 시나위 무악권으로 불리는 전라도 지방을 비롯하여 경기도 남부, 충청도 서부 지방의 무속 의식에서 무당이 《살풀이춤》을 출 때, 피리·대금·해금 등의 악기와 함께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을 구음으로 바라지하는 것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징 · 장구를 연주하는 타악잽이들이 자신이 맡은 악기를 연주하며 “나”, “니”, “으” 등의 구음으로 된 허튼가락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구음이란 거문고ㆍ가야금ㆍ피리ㆍ대금ㆍ장구 등의 악기에서 울려 나오는 특징적인 소리를 의성화하여 입으로 흉내 내어 부르는 것을 말한다. 구음살풀이는 시나위 무악권의 무속 의식에서 무당이 굿의 한 절차를 연행하며 말미에 《살풀이춤》을 출 때, ‘나’, ‘지’, ‘떠어’, ‘찌지’ 등의 구음을 활용하여 부르는 반주음악이다. 살풀이장단에 맞추어 부르기에 구음살풀이라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살풀이장단에 이어 덩덕궁이(자진모리)를 덧붙여 연행한다. 무속 의식에서 추던 《살풀이춤》은 교방에서 기녀들에 의해 예술적으로 다듬어지며 교방예술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반주음악으로 구음살풀이가 연행되었다. 근래에는 무대예술로 독립된 민속무용의 하나로 살풀이춤이 공연되며, 반주의 일부로 구음살풀이가 쓰이고 있다. 무속 의식에서 부를 때는, 피리ㆍ대금ㆍ아쟁 등의 시나위합주와 함께 가창되며, 징이나 장구를 연주하는 악사가 구음가락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교방에서 부를 때는 장구장단에 맞춰 독창으로 구음가락을 대기도 하고, 시나위합주에 맞추어 부르기도 하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남도명창이나 판소리명창이 주로 참여한다. 무대에서 연행되는 살풀이춤은 구음 없이 시나위합주만으로 반주하기도 하고, 시나위합주에 구음가락이 더해지기도 하는데, 대개 판소리 명창이 구음을 댄다. 이와 같이 구음살풀이의 연주 형태가 대부분 시나위합주에 맞추어 부르기 때문에 ‘구음살풀이’를 광의의 의미로 ‘구음시나위’로 부르기도 한다. 구음시나위는 무속 의식의 무가나 무무의 반주, 무대에서 공연용으로 연주되는 시나위에 곁들이는 성악성부, 《동래학춤》 또는 《진주교방굿거리춤》 등 민속무용의 반주, 판소리 명창들이 시나위합주에 얹어 부르는 독창 형태 등이 포함된다. 살풀이는 ‘나쁜 기운이나 액을 풀어낸다’는 의미이며, 《살풀이춤》은 운명에 타고난 액이나 살을 풀기 위해 시나위무악권의 무당굿에서 추는 춤이다. 《살풀이춤》에는 살풀이장단이 사용되는데, 이 장단은 경기 이남, 충청도, 전라도 지역의 굿에서 주요하게 사용된다. 경기 이남은 2소박 6박의 도살풀이, 충청도·전라북도는 2소박과 3소박 리듬이 섞인 3소박 4박의 살풀이, 전라남도는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3소박 4박의 살풀이와 2소박 4박의 동살풀이를 주로 사용한다. 동살풀이를 제외한 살풀이장단은 한 장단이 12소박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박자 구조가 같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2소박 또는 3소박으로 나뉘는 소박 체계는 약간씩 다르다. 무대에서 공연용으로 연행되는 대표적인 《살풀이춤》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호남제 이매방류 살풀이춤》이다. 《살풀이춤》의 반주음악에서 부르는 구음살풀이는 3소박 4박 살풀이장단에 3소박 4박 덩덕궁이(자진모리)가 덧붙여진다. 먼저 살풀이(조금 늦은 4박)로 시작하다가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려 자진 살풀이(중간속도의 4박)로 몰아가다, 덩덕궁이(자진모리, 빠른 4박)로 절정을 이룬 뒤, 다시 살풀이(조금 늦은 4박)로 맺는다. 구음살풀이는 시종일관 부르지 않고, 시나위합주 중간에 간헐적으로 부른다. 《살풀이춤》 반주에 부르는 구음은 ‘아’, ‘너’, ‘디루디’, ‘너리’, ‘나지’, ‘아’ 등의 음절을 사용하며 가창자는 육자배기토리의 허튼가락을 즉흥으로 구사한다. 육자배기토리는 ‘미(mi)-라(la)-시(si)-도(do´)-레(re´)-미(mi´)’로 구성된 선법으로 ‘미(mi)’는 굵게 흔들며 떨어주고, ‘라(la)’는 평평하게 유지하며, ‘도(do´)시(si)’는 꺾어서 흘러낸다. 《살풀이춤》의 구음살풀이에서는 ‘도(do´)’에서 ‘시(si)’로 하행할 때, ‘레(re´)’나 ‘미(mi´)’를 선행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미(mi´)’를 동음반복한 뒤 꺾는 음으로 연결하는 등 꺾는 음을 활용한 다양한 가락을 통해 사람의 애간장을 깊게 파고드는 진한 애원의 감정과 한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선율진행은 중심음(淸, la)보다 상청에서 질러내는 고음역대로 부르는 부분이 빈번한 편이며, 대마디대장단의 리듬을 주로 사용하나, 엇붙임장단의 가락 또한 많다. 장단의 첫 박 제1·2소박은 휴지하다가, 제3소박부터 구음살풀이가 시작되는 엇붙임가락의 사용이 많고, 한 음을 길게 지속하다 다음 장단의 제3박에서 새로운 악구가 시작되는 엇붙임도 자주 사용한다. 또한 고음과 저음역의 대비, 대구 선율의 활용, 그리고 헤미올라를 활용한 변주 등의 선율 구사 방식이 쓰인다.
[명칭] 이매방 《살풀이춤》 구음(구음: 안숙선) [노랫말] 국가무형문화재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반주에 쓰이는 구음이다. (살풀이) 아~~ 아아~ 어어~ ~~~ 너어어어어 어어~ ~~~~ 어허어 으어~ 어~~ ~~~ 어흐어 으어~ 아아아 ~~~ 어~~ 에어~ 나아~ ~~~ 어가~ 이이어 나아~ ~~~ 나리리 이이~ 이~~ ~~~ 이히~ 이히~ 이이이 ~~~ (자진 살풀이) 너어어어어 어어~ ~~~ 디루디 이~~ 이이이 이~~ 나나지~ 지르디~ 찌르지르지 너리~리 나~~ 나~~ ~~~ 너~리 너디~ 디루디 ~~~ 나~~ 디~~ 너~~ 어~~ 너~~ 어~~ 디~루 디~~ (덩덕궁이) 나나이 나나이 나나이 나 나나이 나띠이 디루 디~~ 나나이 나띠루 디~~ ~~~ 띠디루 디~루 디~~ ~~~ 나나이 나~~ 나나이 나~~ 나나이 나띠이 디~~ ~~~ 나나이 나띠루 디~루 디~~ 나나이 난~~ 나~~ ~~~ 어~~~ ~~~ ~~~ ~~~ 나띠루디~~~ ~~~ ~~~ 너나이 나띠로 너나이 나~루 나~~ 이~~~ 나아~ 나~~
「국가무형문화재기록화 기록영상 《이매방 살풀이춤》」, 국립무형유산원, 1997.
구음살풀이는 살풀이장단으로 연주하는 장구반주 또는 시나위합주에 얹어서 부르는 춤의 반주 기능을 하는 성악 형태의 음악 갈래이다. 가창자마다 구음의 언어가 다르고 선율 또한 즉흥으로 구사하기에 즉흥적인 요소가 많고 감정을 절제 없이 자유롭게 노출시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흥의 과정이 한국 음악문화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근래에는 즉흥성을 발현하는 음악 장르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구음을 통한 즉흥 연행은 전통방식으로 음악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요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춤』, 국립문화재연구소, 1998. 이보형, 「살푸리와 도살푸리와 동살푸리의 비교」, 『민족음악학』 2, 1978.
김미영(金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