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의 이름과 지명을 엮어 부르는 소리
장타령은 장사꾼들이 장터에서 물건을 팔거나 연회 때 부르던 민요이다. 시장의 명칭을 재미있게 풀어낸 사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하게 재생산되어 불렸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어서 각 지방의 음악적 특징이 드러나는 선율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물건을 팔면서 부르던 상업 노동요보다는 언어유희요로 전승되고 있다.
언제부터 장타령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재효(申在孝, 1812~1884)의 판소리 사설집에 실린 《흥보가》와 《변강쇠가》에서 각설이패들이 장타령을 하는 것이 묘사되어 있어 당시에 이미 존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타령은 장터에서 주로 활약하던 각설이패들이 공연물로 흡수하여 연행하면서 〈각설이타령〉과 동일한 노래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시장의 이름과 지명을 엮어 부르는 노래로서 〈각설이타령〉과 구분된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용도(기능)
장사꾼들이 전국의 장터에서 흥행을 도모하기 위해 불렀으며, 흥겨운 장터 분위기를 위하여 연회의 뒤풀이에서 부르던 노래로 보기도 한다. 장타령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기능에 따라 장터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부르는 상업 노동요의 형태, 보부상 집단의 소망을 기원하는 축원성의 형태, 연회나 놀이마당에서 뒤풀이에 사용되는 가창 유희요의 형태로 구분된다. 현재 장타령은 물건을 팔면서 부르던 상업 노동요보다는 언어유희요로 불리며 전승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장타령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어서 해당 지역의 토리가 반영된 선율이 나타나며, 토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시장의 명칭을 나열할 때는 2~3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기도 한다. 신안 장타령의 경우에는 상행선율의 구성음이 ‘미(mi)-라la)-도(do′)’이며, ‘도(do′)-시(si)-라(la)-미(mi)’의 하행선율에서 ‘도(do′)-시(si)’를 꺾는 시김새로 사용하는 육자배기토리이다. 이처럼 장타령은 해당 지역의 토리를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형식과 구성 장타령에는 각 지방 시장의 특성을 비유해서 노래하는 유형과 상품을 팔기 위해 부르는 유형이 있다. 노랫말을 엮어 부르는 방식은 시장의 이름과 유사한 의미를 연관된 노랫말로 사용하거나, 첫머리와 같은 음 글자를 되풀이해서 연결하기도 한다. 또한, 시장과 지역의 특징 혹은 명물과 연결하거나 지명의 한자를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하여 익살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춘천(春川)’을 ‘샘(川)’과 연관시키거나, ‘삼척장(三陟)’을 ‘삼척(三尺)’으로 풀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횡설수설 횡성장’ 처럼 같은 음을 반복하기도 하며, 분위기에 따라 사설이 외설성을 갖기도 하고, 비판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강원도 철원 장타령〉 이 풍구를 잘 불면은 / 팔도 장꾼 모여든다 / 이 대장꾼 어디서 오나 춘천에 가면은 샘밭장꾼 / 홍천에 가면은 구만리장꾼 용주밭골은 원주장꾼 / 아가씨가 많구나 정선장이요 강릉을 가면은 단오장 / 통 잘 치는 통천장 달을 본다고 영월장 / 지끔 왔는가 인제장 장날이 많구나 이천장 / 쌀이 좋다 여주장 안산에는 유기장 / 예산이 많구나 예산장 더운 물이 나온다구 온양장 / 술맛이 좋다구 청주장 해 넘어간다구 서산장 / 인삼이 많다구 금산장 빛깔이 좋다구 옥천장 / 입맛이 좋다구 구미장 전장이 크다고 대전장 / 어디를 가나 이리장 영광에는 굴비장 / 아산에는 모시장 제일 크다고 서울장 / 입이 크다고 대구장 국제항구 부산장 / 거창하다구 거창장 진양에는 단감장이요 / 울릉도에는 오징어장 울산에는 공장장 / 제주도에는 관광장 충청북도는 괴산장은 / 마늘고추가 많이 나고 보은청산 대추장은 / 처녀장꾼이 제일이요 광주하면은 무등장은 / 수박참외가 많이 나고 안동 중천에 충주장은 / 황색 연초가 제일이요 영천하면은 의성장은 / 사과 배가 많이 나고 천안하면은 의령장은 / 능수버들이 제격이요 금천하면 금릉장은 / 양파 마눌이 많이 난다 동서남북에 동성장 / 이포 저포가 지포장 이장 저장이 설모루장 / 껑충 뛰었다가 노루장
『한국민요대전-강원도편』 CD 8-19, 문화방송, 1996, 402쪽. (1995. 1. 23 / 철원군 서면 자등리 / 고노석 (남, 1914-1995))
〈전남 신안 장타령〉 싸구리야 싸구리야 / 싸구리야 싸구리야 박하 단물이 싸구리야 / 어디를 가믄 그저를 주냐 일전 이전에 막판다 / 정말싸구나 만능술 이리오시오 이리와 / 내 말만 듣고서 이리와 싸구리야 싸구리야 / 박하 단물이 싸구리야
김혜정, 『여성민요의 음악적 존재양상과 전승원리』, 민속원, 2005, 369쪽. (신안군 도초면 지남리/ 김춘매(여))
〈이천 장타령〉 춘천(春川)이라 샘밭장(市場) / 신발이 젖어 못 보고 홍천(洪川)이라 구만리(九萬里) / 장 길이 멀어 못 보고 이귀 저귀 양구(楊口)장 / 당귀 많아 못 보고 한자 두자 삼척(三陟)장 / 배가 많아 못 보고 명주(明紬) 바꿔 원주(原州)장 / 갑이 비싸 못 보고 횡설수설(橫說竪說) 횡성(橫城)장 / 에누리 많아 못 보고 값 많은 강릉(江陵)장 / 값이 싸서 못 보고 이통 저통 통천(通川)장 / 알 것 많아 못 보고 엉성드뭇 고성(高城)장 / 심심해서 못 보고 이천 저천 이천(伊川)장 / 개천 많아 못 보고 철턱철턱 철원(鐵原)장 / 길이 질어 못 보고 영 넘어라 영월(寧越)장 / 담배 많아 못 보고 어화 저화 김화(金化)장 / 놀기 놓아 못 보고 회회충충 회양(淮陽)장 / 길이 험해 못 보고 이강 저강 평강(平康)장 / 강물 없어 못 보고 정(情)들었다 정선(旌善)장 / 갈보 많아 못 보고 화목(火木) 많은 화천(華川)장 / 길이 막혀 못 보고 양식(糧食) 팔아라 양양(襄陽)장 / 쌀이 많아 못 보고 지금 왔다 인제(麟蹄)장 / 일 바빠서 못 보고 울퉁불퉁 울진(蔚珍)장 / 울화(鬱火) 나서 못 보고 안창곱창 평창(平昌)장 / 국술 좋아 못 보고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장타령은 시장의 명칭을 재미있게 풀어낸 사설로 이루어진 노래로,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재생산되는 특징이 있다. 사회ㆍ경제ㆍ오락ㆍ친교의 현장인 시장에서 장사꾼들이 흥행을 도모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그들의 생활과 정서를 장타령에 표현하였다. 때문에 장타령은 상업노동요가 가지는 효용성뿐만 아니라 민요의 생성론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음절의 유사성에 맞추어 사설을 만들고, 연상과 비유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어휘적 미감을 노래하는 민요로 의미가 있다.
김혜정,『여성민요의 음악적 존재양상과 전승원리』, 민속원, 200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강원도편』, 문화방송, 1996.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남도편』, 문화방송, 1995. 이창배,『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임동권,『한국의 민요』, 일지사, 1980. 강은해,「각설이타령 원형과 장타령에 대한 추론」,『국어국문학』85, 1981. 박전열, 「각설이의 기원과 성격」, 『한국문화인류학』11, 1979. 이창식, 「한국유희민요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2. 장성수,「각설이타령의 담당층과 구조연구」,『문학과 언어』16, 1995.
이정민(李貞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