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을 칠한 원추형의 북 여덟 개를 각각의 북면이 원 바깥을 향하도록 원형으로 묶어 북 틀에 매달아 연주하는 타악기
북송(北宋)의 진양(陳暘, 1068~1128)은 『악서(樂書)』에서 『주례(周禮)』「고인(鼓人)」을 인용하며 “고인은 육고(뇌고ㆍ영고ㆍ노고ㆍ분고ㆍ고고ㆍ진고)와 사금(금순ㆍ금탁ㆍ금요ㆍ금탁)의 소리를 가르쳐서 성악을 절도 있게 하는 일을 관장한다. 북 치는 법을 가르치고 그 소리의 용도를 분별하여 뇌고(雷鼓)는 천신(天神)에 제사 지낼 때 치고, 영고(靈鼓)는 지기(地祇)에 제사 지낼 때 치고, 노고는 인귀에 제사 지낼 때 친다.”라고 하였다. 지기의 악(樂)은 8변(變)을 하므로 영고ㆍ영도(靈鼗)의 북면 수는 여덟이다. 영고와 영도의 영(靈)은 땅의 덕을 뜻하므로 지기(地祇) 제사에 이들 악기를 쓰며, 지기의 악은 8변하기 때문에 북면이 8면이라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영고에 관한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악학궤범』 기록에 따르면 성종대까지는 사직 제례의 헌가에 영도와 함께 편성되었으나 『사직서의궤』(1783)를 비롯하여 조선 후기 전례서에 나타나는 사직 제례의 헌가에는 영고 없이 영도만 편성되었다. 고종이 황제를 선포한 1897년 이후에는 악현도 제후국의 헌가 대신 궁가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사직 제례의 궁가에 다시 영도와 함께 편성되었다. 현재의 사직 제례에도 쓰인다.
ㆍ가자(架子): 나무틀
ㆍ용두(龍頭): 나무틀 맨 윗부분 가로지르는 나무 양 끝에는 용머리의 모양을 새긴다.
ㆍ화광(火光):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조각 문양.
ㆍ북통과 북면: 노란색을 칠한 원추형 북 여덟 개를 모아 매단다. 여덟 면 중 실제로 치는 면은 한 면이다. 진양의 『악서』에 따르면 땅을 상징하는 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한다.
ㆍ호랑이[四虎]: 네 마리의 호랑이가 사방으로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한 받침대. 나무호랑이 받침대의 중앙을 뚫어 나무틀의 발을 꽂아 세운다.
ㆍ북채: 나무막대 끝에 천을 감아 만든 북채
ㆍ색사유소(色絲流蘇):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색실. 용의 입 위치로부터 늘어뜨린다.
ㆍ채주(彩珠): 고운 빛깔의 구슬
ㆍ비이경(飛耳鏡): 용두의 입에 달린 ∧ 모양의 작은 거울 장식품
ㆍ장경(長鏡): 채주의 끝부분에 달린 긴 거울 장식품
화광(火光)과 용두(龍頭), 호랑이 형상의 받침대 등으로 장식된 가자에 노란색 원추형 북 여덟 개를 모아 가자에 매단 형태로 북면이 여섯이다. 화광은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조각 문양으로 중앙의 푸른색 안에 붉은 원형 칠을 한다. 용두는 나무틀 맨 윗부분 가로지르는 나무 양 끝에 새겨진 용머리 조각이다. 용의 입에서부터 색사유소를 늘어뜨리는데, 고운 빛깔의 구슬과 비이경, 장경으로 장식한다. 호랑이 네 마리가 사방으로 엎드린 형상의 받침대에 중앙을 뚫어 나무틀의 발을 꽂아 세운다. 여덟 개의 북면 중 북채로 치는 면은 한 면이다. 진양의 『악서』에 따르면 뇌고는 하늘을 상징하는 말가죽을 사용한다고 한다. 진양의 『악서』에 따르면 영고는 땅을 상징하는 소가죽을 사용한다고 한다.
『세종실록』「오례」에 그려진 영고는 정현(鄭玄, 127~200)의 설을 따라 세 개의 원통형의 북을 원형 틀에 꿰어 매달았으므로 북면이 여섯이다. 이는, 『악학궤범』 및 현행 영고가 중앙의 나무 중심축을 기준으로 가지런히 둘린 것과 다르다. 『악학궤범』에서 영고는 노란색을 칠한다고 하였다.
○연주방법과 기법
헌가 또는 궁가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마치기 위해 악작(樂作)ㆍ악지(樂止)를 연주할 때 진고와 함께 친다. 곡의 중간에서는 음악의 절주에 따라 네 글자로 된 노랫말 한 구(句)의 마지막 박에서 친다.
○연주악곡
현재 〈사직제례악〉에 편성된다.
○제작 및 관리 방법
북통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고르고, 북통을 만들고, 가죽을 다루어 북을 메우고, 색을 칠하고, 북 틀과 장식을 만드는 일반적인 북 제작 순서에 따른다. 영고의 북통에는 노란색을 칠하고, 가자에 매달린 기둥에 각각의 북통 뿔 부분을 맞닿게 하여 둥글게 이어서 만든다.
제례에 편성하는 뇌고, 영고, 노고는 각각 북통에 검은색, 노란색, 붉은색을 칠하고 북면 수를 6ㆍ8ㆍ4로 하여 하늘ㆍ땅ㆍ사람 제사에서 울린다. 이들 북통의 색이나 북면의 개수는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이 외에 용이나 백로로 장식한 북 틀을 호랑이 모양의 받침대에 세운 것 등 동물 형상과 다양한 문양 장식에도 종교ㆍ주술적 의미를 부여했다. 악기 그 자체로서도 진고와 함께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리듬과 악절을 구분하는 역할, 무용 전환을 지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립고궁박물관 편,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국립고궁박물관, 2014. 국립국악원 편,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11. 송혜진 글 강원구 사진, 『한국 악기』, 열화당, 2001. 송혜진ㆍ박원모 글, 현관욱 사진, 『악기장ㆍ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민속원, 2006. 이지선 해제ㆍ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10집: 조선아악기사진첩 건乾, 조선아악기해설ㆍ사진첩, 이왕가악기』, 국립국악원, 2014. 이혜구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진양 지음, 조남권ㆍ김종수 옮김, 『역주 악서 4』 , 소명출판, 2014.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