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소리, 행상소리
전통장례에서 마을 상두꾼들이 상여를 메고 장지로 가면서 하는 소리
전통 장례는 마을 전체가 동원되어 치러졌으며, 여러 단계의 의례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상여소리는 상두꾼들이 상여를 메고 망인을 장지로 모시고 가면서 하는 소리로, 일련의 장례요 중 가장 핵심적인 노래다. 상여소리는 집을 떠날 때, 길을 갈 때, 다리를 건널 때, 언덕을 오를 때 소리가 달라지곤 한다. 상여소리의 노랫말은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와 남은 자손들을 위로하는 내용이 많다.
상여소리가 언제 어디에서부터 생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여소리를 비롯한 일련의 장례요는 전통 장례를 진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매장 풍습의 정착과 함께 매우 오래전부터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상여(喪輿)는 매장 방식의 전통 장례에서 망인의 신체를 모시고 저승으로 가는 가마를 말한다. 상여를 메고 운반하는 사람들을 흔히 ‘상두꾼’이라 하는데, 이들은 마을 주민들 중 장정들로 구성되며, 일정한 조직을 갖추고 마을의 장례를 주관한다. 발인일이 되면 상두꾼들이 망인의 시신이 안치된 상여를 메고 장지로 가면서 상여소리를 한다. 상두꾼의 수는 상여가 작으면 열두 명, 상여가 크면 스물네 명 또는 서른두 명이 메기도 한다. ○ 형식과 구성 상여소리는 상여가 집을 떠나기 직전에 하는 소리, 상여를 메고 길을 가면서 하는 소리, 장지에 거의 당도하여 산언덕을 올라가면서 하는 소리가 각각 다른 것이 보통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천천히 가면서 하는 소리와 빨리 가면서 하는 소리가 다른 경우도 있고, 좁은 다리를 건널 때 소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앞소리꾼은 의례의 절차나 지형의 변화에 따라 소리를 바꾼다. 상여소리는 흔히 ‘선소리꾼’이라 하는 앞소리꾼이 나서서 소리를 메기고 상두꾼들이 후렴을 받는 선후창 방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상두꾼들이 앞뒤 두 패로 나뉘어 번갈아 한 마디씩 소리를 하는 일명 ‘짝소리’ 방식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 악곡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 상여가 장지로 떠나기 직전에 하는 소리는 망자가 평생 살던 집을 하직하는 마당인 만큼 애달픈 느낌을 자아내는 선율로 느리고 길게 부르는 악곡이 많다. 이때 하는 소리로는 염불 계통의 ‘관음보살’과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대표적이다. 상여를 메고 장지로 가면서 하는 소리로는 후렴구에 ‘어이가리 넘차’, ‘너화 넘차’ 또는 ‘어하 넘차’라는 구절이 들어가는 악곡이 가장 널리 분포하며, 그밖에 후렴구에 ‘어허이 어화널’, ‘오호이 오하’ 등의 구절이 들어가기도 한다. 마을에 따라서는 주변 지역과 달리 독특한 악곡의 상여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강릉시 유천동의 상여소리는 곡조와 노랫말 모두 이 마을만의 독특한 악곡으로 보이며, 음악성이 매우 뛰어나다.
상여소리의 노랫말은 이승을 이별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망인을 불쌍히 여기고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여기에 상두꾼들을 격려하는 내용이 첨가된다. 앞소리꾼 중에는 상여소리에 회심곡의 노랫말을 넣어 메기는 경우도 많다. 전형적인 상여소리의 노랫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후렴) 허허허유하 어넘차 어유하
가신다지 안 오신다지 내친 걸음에 가신다지
가시었나 안 가시었나 문밖을 내다보니
눈물이 소낙비 되어 풍지가 젖어 못 보겠네
이제 가시면 언제나 오시나 오실 날짜 일러 주소
병풍에 그린 닭이 꼬꾜 울 적에 오시려나
솥안에 삶은 개가 꺼거껑 짖으면 오시려나
한강수 깊은 물이 백사장되면 오시려나
백두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면 오시려나
막연도 허구나 막연하다 돌아 올 길이 바이 없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이 진다고 설워마라
명년 삼월 돌아나 오면 너는 다시 피련마는
한 번 가는 우리나 인생 꽃이 피나 잎이 피나
원통하고 절통하구나 가는 인생이 설운지고
이왕지사 가시는 길이면 극락세계로 가옵소서
여보시오 여러분들 이내 한 말씀 들어보소
하관시가 늦어를 가니 빠른 걸음으루 모셔보세
(경기도 김포군 김포읍 사우리 / 앞소리: 류근택, 1926년생)
2)
(후렴) 오홍 오홍 오호야 오홍 / 에헤 에헤야 어허넘차 어홍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사든 생가를 다 버리고 북망산천을 나는 가네
서른 두명 상두꾼들 눈물가려서 못가겠네
백년 집을 이별하고 만년 집을 찾어가네
황천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황천이네
빈손으로 태어나서 빈손으로 돌아가네
초롱 같은 우리야 인생 이슬 같이도 떨어지네
인지 가면 언지 올꼬 한 번 가면은 못 온다네
북망산천이 얼마나 멀어 한 번 가면은 못 오던고
활장 같은 굽은 길에 곱게 곱게나 모시 가자
열두 대왕 문을 열어 날 오라고 재촉하네
하늘님도 무심하고 대왕님도 야속하다
(경상북도 대구직할시 동구 평광동 택리 / 앞소리: 송문창, 1933년생)
3)
@ 오호 호하 에헤이 호호
가요 가요 나는 가요 인제 가면 언제 오나
명년 삼월 호시절에 잎이 피면 오시려나
저승길이 머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
일가친척 많다더니 대신 갈 분 전혀 없네
아이구 답답 내 신세야 인제 가면 언제 올까
먹을 것도 못 다 먹고 입을 것도 못 다 입고
영결종천 떠나가네 가요 가요 나는 가요
아침나절 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바늘같은 약한 몸에 황소같은 병이 드니
황우같은 장사라도 아니 갈 배 전혀 없네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면 오시려나
노구솥에 삶은 밤이 싹이 나면 오시려나
원통하고 가련하다 인제 가면 언제 오리
가요 가요 나는 가요 영결종천 떠나가네
(충청북 중원군 노은면 수룡리 / 앞소리: 홍승옥, 1924년생)
4)
(후렴) 어어어 해 넘어간다 어
어~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밖이 저승일세
친구 하나 삼었더니 술만 먹고 잠만 자네
만장 같은 집을 두고 북망산천 찾어가네
어~어어 나비 나비 호랑나비 날과 같이 청산 가세
어~오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마라
(강원도 강릉시 유천동 / 앞소리: 권영하, 1918년생)
전통 장례는 마을 주민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모두 나서서 초상을 치러주는 상호부조의 미풍양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의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초상을 치르는 가족은 사회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고, 마을의 공동체성은 한층 강화된다. 상여소리에는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관념과 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어 한국인의 정신적 특징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또, 상여소리는 음악성이 뛰어난 악곡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바위절마을호상놀이: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1996) 인천근해 도서지방 상여소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6) 봉현리 상여소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7) 부여용정리상여소리: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7) 양주 상여ㆍ회다지소리: 경기도 무형문화재(1998) 고양 상여회다지소리: 경기도 무형문화재(2017)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강원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기도편』, 문화방송, 1996.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북도편』, 문화방송, 1995.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