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노래, 놋소리
배의 노를 저으면서 하는 소리
노젓는소리는 동력 기관이 도입되기 이전 시기에 배에서 노를 저으면서 하던 소리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크고 작은 배를 타고 어장을 오가며 고기잡이를 했기 때문에 노젓는소리도 발달했다. 노젓는소리는 멀리 항해하는 큰 배일수록 노가 크고 길어서 소리도 느리고 마디가 길다. 지역에 따라 어종이 다르고 배의 크기나 어로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노젓는소리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노젓는소리는 대체로 구성지고 세련된 곡조가 많다.
노젓는소리가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근대에 들어 동력 기관이 발명되기 전에는 배에 돛을 달아 바람의 힘을 이용하거나 노를 저어 운항해야 했기 때문에, 노젓기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노젓는소리가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예전에는 배가 나아가기 위해서 돛을 달아 바람의 힘을 이용하거나 노를 저어야 했다. 배에 돛이 달려 있다 해도 바람이 불지 않거나 역풍이 불거나 짧은 거리를 항해할 때는 노를 저었다. 노(櫓)는 긴 자루에 납작한 나무판이 달린 것으로, 배의 뒤나 옆에 달아 지렛대의 원리로 물을 뒤로 밀어내는 반동으로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다. 작은 배의 노는 혼자 젓지만 큰 배의 노는 둘 이상이 함께 노를 젓는다. 여럿이 노를 젓는 동작도 맞출 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노젓는소리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어업은 서해의 조기잡이와 새우잡이, 남해의 멸치잡이와 전어잡이, 동해의 명태잡이와 청어잡이 등이었다. 이 가운데 청어잡이를 제외한 모든 어로 작업에 노젓는소리를 비롯한 일련의 어업노동요가 전승돼 왔다.
○ 악곡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
어업노동요는 어로작업의 순서에 따라 노젓는소리·그물당기는소리·고기푸는소리·만선풍장소리 등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어장을 오가는 동안 자주 오랫동안 불러야 하는 노젓는소리가 어업노동요의 중심이 된다.
한편, 제주도에는 전통 뗏목배인 ‘테우’의 노젓는소리와 해녀들이 배를 타고 어장을 오가면서 하던 노젓는소리가 있고, 각종 물자를 유통하기 위해 강을 따라 운항하는 일명 ‘시선배’에도 노젓는소리가 있다. 이런 소리들은 일반적인 노젓는소리와 구분하기 위해 ‘테우젓는소리’·‘해녀노젓는소리’·‘강배젓는소리’ 등으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 형식과 구성
노젓는소리는 대부분 메기고 받는 방식(선후창)으로 부르지만, 제주도 해녀들의 노젓는소리 가운데는 뒷소리가 앞소리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노젓는소리는 노를 젓는 동작에 맞추어 리듬이 만들어지는데, 작은 배의 노는 자주 젓기 때문에 노젓는소리의 후렴구도 ’어기야‘ 또는 ’어야디야‘처럼 짧고, 큰 배의 노는 천천히 젓기 때문에 노젓는소리의 후렴구도 느리고 긴 것이 많고, 두 가지 이상의 후렴구가 조합되어 긴 마디를 형성하기도 한다.
○ 서해 조기잡이 노젓는소리
어기야 / 어기야 디야
앞산은 / 가까지고 / 뒤산은 / 멀어진다
어기야디야 / 어기야디야
우리는 / 무삼 죄로 / 죽은 나무 / 꺼꿀로 타고
이 고생이 / 웬 말이냐 / 어기야디야 / 당그여라
어기야디야 / 어기여라
오동추야 / 저 달이 밝고 / 임의 생각 / 절로난다
어기야 디야 / 어기야라
그물코가 / 삼천이면은 / 걸릴 날이 / 있다드라
어기야디야 / 어기야라
십오야 / 밝은 저 달 / 은하수를 / 갈어 입고
한양 계신 / 우리 부모는 / 우리 오기를 / 기다린다
어기야 디야 / 어기야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소마도리 / 앞소리: 김주근, 1926년생)
○ 남해 멸치잡이 노젓는소리
어야 뒤야 / 에야 디야
어기여차 디여로세 / 에야 디야
가자 가자 어서 가세 / 에야 디야
어장터로 어서 가세 / 에야 디야
어기여라 디여라 / 어기여라 디여
앞산은 점점 가까워 지고 / 에야 디야
뒷산은 점점 멀어만 가네 / 에야 디야
여보소 어간노 힘차게 젓소 / 에야 디야
어기여라 디여라 / 어기여 디여
어기여차차 디여로세 / 에야 디야
배추밭 끝에가 물이 실 터이니 / 에야 디야
무진개 끝은 언제나 갈거나 / 에야 디야
우리 노꾼들 힘차게 젓소 / 에야 디야
어기여라 디여라 / 어기여라 디여
(전라남도 여천군 삼산면 서도리 (거문도) / 앞소리: 정경용, 1947년생)
○ 제주도 해녀 노젓는소리
(뒷소리는 앞소리를 반복함)
이여싸나 / 이어도사나 / 이여도사나
요 넬 젓엉 / 어딜 가리 / 진도바당 / 한 골로 가세
한착 손엔 / 테왁 심고 / 한착 손엔 / 빗창 심어
한 질 두질 / 들어간 보난 / 저싕도가 / 분명하다 히
이여도사나 / 쳐라 쳐라 / 한목 지엉 / 어서나 가자 / 이여도사나
우리 어멍 / 날 날 적에 / 가시나무 / 몽고지에
손에 궹이 / 박으라고 / 날 낳던가 / 이여도사나 힛
쳐라 쳐라 / 혼저 젓엉 / 앞을 사자 / 이여도사나
가민 가고 / 말면 말지 / 초신을 신고 / 시집을 가리 힛
이여도사나 / 쳐라 쳐라 / 잘도 헌다 이여도사나
요 내 상척 부러지면 / 선흘곶디 / 곧은 남이 / 없을소냐
요 내 홀목 / 뿌러지면 / 부산항구 / 철도병원 / 없을소냐
요 벤드레 / 끊어지면 / 부산항구 / 남총천이 / 없일소냐
이여도사나 / 쳐라 쳐라 / 넘어야간다 / 이여도사나
요 물 아래 / 고동 셍복 / 깔렷건마는 / 성세 나빠 / 못 할러라 히
이여도사나 / 쳐라 쳐라 / 넘어야간다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동김녕리 / 앞소리: 김경성, 1930년생)
노젓는소리는 일의 동작과 노래의 리듬이 일치하는 대표적인 노동요다. 바다에서 어장까지 먼 거리를 항해하자면 매우 오랫동안 노를 저어야 했으므로 노래 부를 시간이 길었고, 그에 따라 노젓는소리는 갈수록 곡조가 세련되고 구성진 곡조로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노젓는소리는 다양한 전통 어업의 역사와 실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어업노동요로서 의의가 있으며, 각 지역의 음악 어법에 충실한 빼어난 악곡이 많아서 향토민요를 활용한 연구와 창작 작업에 십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거문도뱃노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1972) 가거도 멸치잡이노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1988) 조도닻배노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2006) 다대포후리소리: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1987)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제주도편』, 문화방송, 1992.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