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헤야소리, 보리타작소리
경상도 지역에서 보리타작을 할 때 부르던 민요
전국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보리타작소리가 있으나 경상도에서는 보리타작소리로 옹헤야를 부르는 지역이 많다. 앞소리는 상도리깨꾼이 부르고 받는 소리는 종도리깨꾼들이 부른다.
옹헤야와 같은 보리타작소리는 보리농사에 불리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 기원이 오래되었을 것으로 짐작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추정하기 어렵다. 1429년 간행한 농업서인 『농사직설』에 의하면 고로(栲栳) 즉 일종의 도리깨를 이용하여 탈곡 작업을 한 내용이 나오므로 이를 통해 보리타작소리의 연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보리타작소리는 높은 강도의 노동에 맞춰 단순한 가락과 노랫말을 수행하는 민요이다. 보리타작소리를 비롯하여 밀, 콩, 조 등 밭작물을 도리깨로 내리쳐서 낟알을 떨어내며 부르는 소리는 주로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등에서 불렸다. 해당 지역이 보리의 주된 생산지였으므로 관련된 소리도 함께 발달한 것이다. 이처럼 밭작물을 도리깨질하며 부르는 소리는 옹헤야를 비롯하여 〈어화소리〉, 〈어우소리〉, 〈어야홍소리〉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옹헤야는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채록되며 주로 경산, 군위, 고령, 달성, 대구, 성주, 영천, 청도가 주요 전승 지역이었다. 이외에 강원도 영월, 충남 연기, 예산, 충북 청양, 경남 거창, 김해, 남해, 밀양, 창녕, 함안, 양산, 울주, 의령, 진주 일부 지역과 전남 진도에서도 조사되었다. 즉 경상북도를 거점으로 하여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경상남도에서도 전승된 것으로 보인다. 옹헤야는 보리타작을 할 때 주로 부르지만 물푸는 소리나 논매는 소리로 부르기도 하였다. 또한, 논매고 나서 뒤풀이를 할 때나 터를 다질 때 등등 다양한 기능으로 변용되어 불리기도 했다. 채록된 음원을 중심으로 보면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논매고 뒤풀이를 할 때 부르고,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터를 다질 때 불렀다. 이처럼 주요 전승 지역인 경상도에서 기능의 변화가 자주 보인다. 옹헤야는 전문가창자들에 의해 통속민요처럼 불리기도 해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대구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공산농요 및 달성하빈들소리 보존회에서 보리타작소리로 옹헤야를 전승하고 있다.
소리는 보통 앞소리꾼에 해당하는 상도리깨꾼이 일의 지시나 분위기를 이끌기 위한 구호성 소리를 메기면 이에 맞추어 종도리깨꾼이 일정한 뒷소리를 받는 선후창 방식이다. 종도리깨꾼의 뒷소리에 받음구인 ‘옹헤야’가 반복되어 불린다. 음악적으로는 노동에 맞추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반 장단을 메기고 반 장단을 받아 짧게 주고 받는다. 선율도 3음에서 4음 정도로 꾸밈음이 없이 간단하게 구성되며, 주로 ‘미(mi)-라(la)-도(do′)’의 3음 위주로 불린다. 이는 메나리토리의 골격음에 해당하는 음 구조이다.
옹헤야의 노랫말은 주로 일을 지시하는 내용, 힘을 북돋우기 위한 구호성 소리를 위주로 하며, 일의 강도가 약할 때에는 자연이나 사물에 대한 내용을 노래하기도 한다. 또 자주 등장하는 노랫말에는 일을 빨리 마치고 집으로 가자고 독려하는 내용이 있다. (메) 옹헤야 (받) 옹헤야 (메) 얼씨구나 (받) 옹헤야 (메) 절씨구나 (받) 옹헤야 (메) 지화자자 (받) 옹헤야 (메) 좋을시고 (받) 옹헤야 (메) 이보기라 (받) 옹헤야 (메) 개구리 보린가 (받) 옹헤야 (메) 폴짝폴짝 (받) 옹헤야 (메) 뛰기만 한다 (받) 옹헤야 (메) 이보리가 (받) 옹헤야 (메) 도깨비 보린가 (받) 옹헤야 (메) 보리짚 속으로 (받) 옹헤야 (메) 살살기네 (받) 옹헤야 (하략)
경상북도 청도군 풍각면 차산리 김오동(남, 1922) 외 『MBC민요대전(경상북도편)』, MBC문화방송, 1995, 601~603쪽
옹헤야는 재미있는 여음구를 갖고 있으며, 통속민요처럼 연행되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단순하고 간결한 선율로 이루어진 만큼 교육적으로 또는 창작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소리이다.
MBC문화방송, 『MBC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1995. 강등학, 『한국민요의 존재양상과 판도』, 민속원, 2016. 강등학, 『한국민요학의 논리와 시각』, 민속원, 2006. 이소라, 『한국의 농요(제1집)』, 민족음악연구소, 2021. 권오경, 「보리타작소리의 전승양상과 노랫말 구성방식」, 『한국민요학』 38, 2013. 권오경, 「영남권 민요의 전승과 특질 연구-전이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말글』 29, 2003.
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