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질소리, 보리떠는소리
보리의 낟알을 떨어내면서 하는 소리
절기상 망종 무렵에 이루어지는 보리타작은 멍석에 보릿단을 깔아놓고 여럿이 둘러서서 도리깨로 이삭을 때려 낟알을 떨어내는데, 한 사람이 일을 지휘하면서 소리를 메기고 나머지가 동작에 맞추어 후렴을 받는다.
보리는 단단한 막대기로 쳐서 낟알을 떨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으므로 도리깨로 내리쳐서 타작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고, 초여름 더운 날에 부서진 보릿짚이 휘날리는 환경에서 육체적 고통도 잊고 일꾼들을 지휘하고 격려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부른 것이다. 보리타작소리가 언제 어디서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보리농사는 전국적으로 이루어졌지만, 논에서 벼와 함께 이모작으로 보리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남부 지방(호남 지역과 영남 지역)에서 가장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다. 가을에 논에서 벼를 거두고 나서 곧바로 논을 갈아 보리를 파종하여 싹이 난 채로 월동을 하고 이듬해 봄부터 초여름까지 본격적으로 자라난 보리를 수확하고 다시 곧바로 논을 갈아 볏모를 심는 것이 논보리-벼 이모작이다. 기후가 비교적 온화한 남부 지역이라야 이러한 이모작이 가능했고, 이러한 곳일수록 보리타작을 할 기회가 많고 타작하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보리타작소리가 발달하게 마련이다. 예외적으로 논이 별로 없는 제주도에 보리타작소리가 많은데, 제주도는 밭에서 워낙 보리농사를 많이 지었기 때문에 보리타작소리가 많다. 보리를 베어 타작하는 시기는 절기상으로 망종(芒種) 무렵이다.
○ 형식과 구성
보리는 짚이 잘 부서져서 볏단처럼 통째로 들어올려서 내리치는 동작이 어렵기 때문에, 멍석에 보릿단을 풀어 두툼하게 쌓아놓고 도리깨로 이삭을 내리쳐서 낟알을 떨어내는 식으로 타작을 했다. 대략 예닐곱 명 정도의 일꾼이 둘러서서 도리깨질을 하는데, 그중 지휘자 격인 ‘상도리깨’ 또는 ‘목도리깨’가 앞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일꾼들이 후렴을 받는다. 상도리깨는 보리타작소리를 통해 일꾼들을 지휘하거나 격려한다.
보리타작소리는 도리깨질 하는 동작에 맞추어 소리를 한다. 도리깨를 올렸다가 내리치는 동작이 단순하기 때문에 도리깨질소리도 마디가 짧고 템포가 빠른 것이 보통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마디가 꽤 길고 곡조가 느긋한 보리타작소리도 있다. 경상남도 지역의 보리타작소리는 대부분 후렴구가 ‘에화’처럼 짧고 템포가 빠른 반면, 경상북도 지역이나 전남 지역의 보리타작소리는 ‘오옹헤야’라든가 ‘옹헤야 호헤야’, 또는 ‘와와 덜이여’처럼 상대적으로 마디가 길고 템포가 느리다.
○ 악곡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
보리타작소리로 가장 많이 연행되는 악곡은 ‘옹헤야소리’와 ‘에화소리’ 또는 ‘에야소리’, 그리고 ‘어야홍소리’다. ‘옹헤야소리’는 보통 2박 리듬이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4박으로 늘여 ‘오옹헤야’로 부르거나 ‘옹헤야 넘어가네’처럼 다른 말을 붙여서 마디를 늘이기도 한다. ‘옹헤야소리’를 부르는 지역은 대구, 경상북도 고령·영천·청도군, 전남 진도군 지역이다.
‘에화소리’ 또는 ‘에야소리’는 경남 고성·의령·함안군, 경상북도 상주군, 구미시에서 발견된다. 이 소리는 외마디 소리여서 템포가 가장 빠르다.
‘어야홍소리’는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 밖의 보리타작소리로는 ‘호호야 호호이’(경상북도 안동군), ‘어허 타작이야’(경상북도 영덕), ‘호호 호헤야’(경상북도 청송군) ‘에이호 호호아 호호호 호헤야’(경상북도 칠곡군), ‘어여 화야’(전남 신안군), ‘에헬 방애’(전남 완도군 청산면), ‘와와 덜이여’(전남 완도군 소안면), ‘어야 보리야’(전남 진도군 조도면) 등이 있다. 보리타작소리가 다른 농업노동요와 달리 소규모 지역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옹헤야소리
@ 엉해야
엉해야 / 엉해야
쌀보린가 / 늘보린가
여그다 치고 / 저그다 쳐서
윽신 윽신 / 두드러 주게
여그도 내고 / 저그도 내고
때려라 때려라 / 여그도 때려라
저그도 때려라 / 여그도 때려라
없는 심을 / 다 들여서
오날 일과 / 재여보세
이 보리를 / 어서 쳐서
맷독질 해 / 누룩 만들고
우리들이 / 일하는데
술을 먹고 / 보리도 치고
논도 매고 / 밭도 갈세
엉해여 / 엉해야
엉해소리 / 어디 갔다
때가 되면 / 돌아오네
여그도 쳐라 / 저그도 쳐라
윽신 윽신 / 잘도 친다
이런 기운 / 두었다가
어디다가 / 씨여먹냐
보리 친 데 / 씨여먹자
엉해여 / 엉해로다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 / 앞소리: 조공례, 1925년생)
○ 에화소리
(후렴) 에화
@ 에화
에화 / 에화 / 에화 / 에화
뒤를 / 뒤를 / 물러서고 / 때려요 / 때려라
보리가 / 많이 / 붙는다 / 에야 / 에야 / 에야
또 나간다 / 나간다 / 나간다
요리 / 조리 / 보면서 / 지근지근 / 볿히라
여 봐라 여 / 때려라 / 쌔려라
일변 / 나간다 / 구름살같이 / 나가구나
에야 / 에야 / 에야 / 에야 / 힘 씨는 / 소리다
때려요 / 쌔려요 / 쌔려라 / 에야
궁딩이는 / 모으고 / 도리깨는 / 벌리라
에야 / 에야 / 쌔려라 / 때려 줘요
보리 / 이색이 / 많이 / 붙는다
걸쳐서 / 때려요 / 쌔려요 / 때려줘라
일변 / 돌아간다 / 나간다
에야 / 뒤를 / 물러서면서
걸쳐서 / 때려요 / 쌔려라 / 때려요
보리 / 이색이 / 많이 / 붙는다
먼데 / 사람은 / 구경을 / 하두룩
신내기 / 때려요 / 쌔려요 / 쌔려요
목이 / 모르거든 / 주인한테 / 술 주라꼬
많이 묵고 / 힘차기 / 때려요
어이차 / 어이차 / 힘차기 / 하는구나
(경상남도 고성군 고성읍 우산리 / 앞소리: 천의생, 1923년생)
○ 어야홍
@ 어야홍
어야도홍아 / 어야도홍
어야홍 / 어야홍
하영 먹젠 / 산전에 올라
머룻줄에 / 발 걸련 / 유울엄서라
어야도 하야 / 어야도 하야
한 마룰랑 / 놀고 가자
한 마룰랑 / 쉬고 가자
욜로 요레 / 셍곡 동산
따릴 놈 낫네 / 부술 놈 낫네
어야도하야 / 요거요 저거여
어야홍 / 어야홍 / 에야도홍
쉬고 가자 / 놀고 가자
에야도하야 / 어야하야
한 물어 보자 / 어야하야
죽을 힘을 / 다 내고 보자
요것도 셍곡 / 저것도 셍곡
셍곡 동산 / 어서나 가라
어야도하야 / 어야하야
구둠 나게 / 박삭 박삭
어야홍아 / 어야홍 / 어야홍
실장군덜이 / 요 마당질 / 버칠쏘냐
모다들멍 / 우리 접군 / 일심동력
어야도 하야 / 요거여 저거여 / 어야하야
요 몬지락 / 뒷칩의 가라
청청하늘 / 잔 벨도 많고
요 마당질 / 벨이 송송
어양하야 / 어야하야
(제주도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2리 / 앞소리: 홍복순, 1931년생)
○ 에헬 방애
@ 에헬 방애
에헬 방애
헤헬헬헬 보리치기야
이 보리가 누 보리냐
양생원네 보리로다
각시 각시 내 각시야
너와 나와 만낼 적에
시살 청춘에 만냈으면
분떡같은 저 젖통을
슬쩍 슬쩍 맨치면서
행복하게 살 것인데
늙은 말년에 만내갖고
맘만 있제 안 된구나
에헬 방애
요이 때려라 조이 때려라
요이는 요이는 보리모개 있다
우쭉 우쭉 잘 때래라
에헬 방애
엄매 엄매 우리 엄매
울아부지랑 잠잘 징에
짚은 잠이나 잘 것이제
날 뭣할라 나를 나서
남방유월 쭈악볕에
이 보리를 치라는가
울아부지가 한 말씸이
날이 많다 달마당 치냐
한때 치먼 말 것인데
잠잔 것까지 무상타 하냐
딸아 딸아 막내딸아
곱게 묵고 곱게 커라
오동나무 난농에다
갖인 장석을 걸어주마
여 아부지 그 말 마세요
농도 싫고 밥도 싫고
날과 같은 임 사주게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 읍리 / 앞소리: 김소진, 1921년생)
○ 와와 덜이여
@ 와와 덜이여
와와 덜이여
살보리는 살짝 살짝
늘보리는 늘쩍 늘쩍
먼디서 들으먼 딛기가 좋고
가깐디 들으먼 뵈기가 좋게
덜이 덜이 덜이로다
점심 묵은 제 오래 됐어도
배창수 당그게 소리를 하소
덜이 덜이 덜이로다
되리깨로 뛰디리면
덜이 덜이 덜이로다
점심 묵고 배 고픈디
살큼 살큼 노엽세다
늘보리는 늘쩍 늘쩍
살보리는 살큼 살큼
우리 군중들 여그도 때레라
이 피짝도 뛰디레라
되리깨가 여기도 안 간다
뙤자거릴수록 보리가 나온디
힘차게 뛰디레라
어디를 가냐 여이 때레라
기군이 없어 못 때리겄소
기군대로 뛰디레 봐라
덜이 덜이 덜이로세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진산리 / 앞소리: 박녹진, 1925년생)
보리타작소리는 전통 사회에서 쌀과 함께 오곡(五穀)의 하나로 들어가는 보리농사의 역사와 실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민요로서 의의가 있다.
고성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남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제주도편』, 문화방송, 1992. 이소라, 『한국의 농요』, 현암사, 1985~1992.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