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물을 넣기 위해 ‘용두레’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물을 퍼 올리면서 부르는 소리
용두레질소리는 용두레로 논에 물을 넣으면서 부르는 농업노동요의 하나로, 모내기 직전이나 논매기 이후에도 논에 물이 마르면 용두레로 물을 퍼 올리면서 부르는 소리이다. 이 소리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지역마다 물을 퍼 올리는 도구는 ‘용두레’·‘맞두레’·‘무자위’ 등으로 이름과 모양이 다르다.
용두레질은 조선 후기 이앙법이 이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벼농사의 경우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에 물을 퍼서 채우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가 오지 않아 논이 마르거나 특히 물이 있어야만 가능한 모심기 때에 논에 물을 충분하게 퍼 넣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장시간 용두레질을 해야 한다. 장시간 일을 하다 보면 지루함이 따르게 되고, 이 지루함과 힘듦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소리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지역 사정에 따라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할 경우 함께, 혹은 혼자서 물을 퍼 올릴 경우에는 독창의 형태로 불리면서 지역 혹은 가창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렸을 것이다. 지역마다 혹은 가창자별 동일한 유형의 사설을 얹어 부를지라도 약간의 차이가 나타났을 것이다. 논에 물을 퍼 올리던 작업은 1960년대 양수기가 보급되기 전까지 지속되었으며, 그 이후 사라졌다. 따라서 소리 역시 작업이 없어지는 시점에 부르지 않게 되었으며, 과거 이 일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전하며, 지역에 따라 이를 보존하기 위하여 논농사와 관련된 소리와 함께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전승하고 있다.
○ 지역적 분포에 따른 용두레질소리 특징 용두레질소리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농업노동요로 일반적으로 논매기 이후보다는 모심기 직전에 물을 푸는 일이 더 많다. 용두레질소리를 부르는 지역은 평안남북도·황해남북도 등의 북한지역을 비롯하여 경기도·충청남북도·경상남북도·전라남북도 등에서 발견된다. 이와 같이 전국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지만, 기존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남한보다는 북한지역에 보다 더 많았으며, 한반도 동부 지역보다는 서부 지역에서의 사례가 훨씬 많았다. 따라서 물 푸는 작업과 관련된 소리는 주로 서부 지역에서 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지역마다 지형이나 수리시설·물 등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논에 물을 풀 때 사용하는 도구와 가창자의 인원 등 여러 가지가 달랐다. 그 예로 두레·맞두레·용두레·무자위·두레박 등이 대표적이다. 두레는 깊은 바닥의 물을 언덕진 높은 곳에서 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하는 도구로 한 사람 혹은 서 너 명이 노를 젓듯이 당기었다 밀었다 하면서 물을 푼다. 맞두레는 지역마다 용어가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는데, 경기도 화성의 경우는 쌍두레, 경상남도 영산의 경우는 물두리, 경상북도 울진의 경우는 물파래, 전라남도 보성의 경우는 두레, 전라북도 봉동의 경우는 봉동이라 하며, 이외에 고리두레 혹은 젓두레라고도 부른다. 이 맞두레는 나무통 네 귀퉁이에 각각 줄을 달아서 양쪽에서 두 사람씩 잡고 마주서서 물을 푼다. 용두레는 통두레·파래·품개·풍개·호두 등의 명칭으로도 불린다. 이것은 세 개의 장대를 세워서 모은 후 세 개의 장대가 모여 뿔 모양을 만든 곳을 묶어서 세우고, 그 꼭대기에 긴 두레박을 끈으로 묶어서 물을 푸는데, 일반적으로 얕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을 풀 때 주로 사용한다. 무자위는 경상남도에서는 무자세, 전라도에서는 자세 또는 물자새, 충청도에서는 수리차라고도 부르며, 이외에 수차·수용·용골차·답차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강원도 영동지역은 ‘용두레’를 ‘파래’라 부르기 때문에 ‘파래소리’라 부른다. 무자위는 물레방아 모양이며, 낮은데서 물을 끌어 올려 풀 때 사용하였다. 두레박은 타래박이라고도 하며, 장대 끝에 바가지를 매단 모양으로 웅덩이에서 물을 풀 때 사용하였다. 여러 형태의 물 푸는 도구들 중 용두레가 전국적으로 사용양상이 활발하였다. ○ 음악적 특징 용두레질소리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만, 한반도의 서부 지역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북한과 경기도의 서부지역의 용두레질소리는 대부분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다섯 개 음들로 선율이 구성되어 있는데, 다섯 개의 음들 중 ‘솔(sol)’을 생략하며, ‘라(la)’를 요성하고 음계의 제일 아래 음인 ‘레(re)’로 종지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서도 지역의 대표적인 토리인 수심가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전라도지역은 ‘물품는소리’ 혹은 ‘물두레소리’라 부르며, 선율은 상행과 하행 구조가 다르다. 즉 상행은 ‘미(mi)-라(la)-도(do′)-레(re′)’, 하행은 ‘레(re′)-도(do′)-시(si)-라(la)-미(mi)’이다. 구성음들 중 ‘미(mi)’는 항상 굵게 떨어주므로 ‘떠는음’, ‘시(si)’는 항상 ‘도(do′)’와 함께 출현하는데, 이 때 ‘도(do′)’에 강세를 주어 표현하므로 ‘꺾는음’, ‘라(la)’는 떨거나 꺾어주지 않기 때문에 ‘평으로내는음’이라 한다. 따라서 전라도 지역의 대표적인 토리인 육자배기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의 경상도나 충청도 역시 지역의 음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물푸는소리인 용두레질소리는 북한지역과 경기도 서부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므로, 수심가토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박자 구조는 우리나라 민요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3소박 4박자이며, 3소박 3박이나 3소박 2박의 구조가 나타난다.
용두레질소리는 메기고 받는 선후창이나, 교환창, 독창의 방식으로 노래를 부른다. 한 예로 경상북도 김천의 용두레질소리는 두 사람이 용두레질을 하면서 한 마디씩 주고받는데, ‘올라가네’나 ‘올라간다’와 같은 표현이 많다. 이외에 평안도에서는 메기는 소리의 노랫말에 ‘넘겨보자 엥헤루 넘아간다’로 받는 소리를 하며, 전라북도 임실 지역에서는 ‘야위’의 노랫말로 받는 소리를 한다. 또한 강화군의 경우 메기는 소리의 노랫말은 수만 세어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노랫말을 넣어 부르며, ‘어야 용두레 물올라간다’로 받는 소리를 한다. 이외에 강원도나 경상북도에서는 ‘에헤이루 파리야’로 받는 소리를 부르며, 경상남도 양산의 경우는 메기는 소리 뒤에 ‘평개야’의 노랫말로 받는 소리를 한다. 이와 같이 용두레질소리는 다양한 노랫말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형태는 수를 세어가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수를 세어 갈 때, 하나부터 순차적으로 세어가는 경우와 거꾸로 세어가는 두 가지 경우가 나타난다. 용두레질소리의 노랫말 중 가장 많이 나타나낸 수를 세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인천광역시 강화도 내가면의 용두레질소리 노랫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물들 퍼보세) (에!)
(메)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간다(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물줄은 하난데 용두렌 열 쌍일세(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이월 초하루 쥐불 놓는 달(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삼월 삼일은 제비가 오구요(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셨나(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오월 단오날 그네를 뛰며는(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모기가 안 물어 잠자기 좋구나(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육간 대청에 전후퇴 달구요(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호박 주초(主礎)에 푸녕 달구요(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건드럭지 게도 잘도 사났네(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팔월 한가위 달도 밝구나 (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구월 구일은 제비가 떠나네(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여나믄 시절에 잘 먹고 놀았건만(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동지 팥죽은 맛도 좋구나아아(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아아 일년은 열두달 다 지나 가누나(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큰아기 나이는 이구나 십팔 일세(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딸도 스무살 사위도 스무살(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메) 궁합이 좋아서 잘들 사누나 (받) 어허야 용두레 물 올라가누나
(아 잘 올라간다)
물푸는소리의 하나인 용두레질소리는 양수기가 보급되기 이전 옛 방식 농사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단순하고 지루한 용두레질을 하면서 지역마다 혹은 가창자마다 노랫말과 선율 등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 점을 엿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만, 특히 경기도의 용두레질소리 역시 경기도 민요의 특징이 아닌 수심가토리로 구성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동부 지역보다는 서북부 지역에서 많이 불렸던 농업노동요이기도 하다.
용두레질소리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논농사와 관련 종목에는 이 소리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종목명 자체가 ‘용두레질소리’로 되어 있는 지역이 있는데, 바로 인천광역시 강화군이다. 강화군에서 용두레질소리를 포함하여 모찌는소리·모심는소리·논매는소리 등의 논농사소리를 엮어 ‘강화 용두레질노래’로 1986년 재27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으며, 여기에 농악 열두 가락까지 포함하여 제63회 전국민속예술제에 출전한 바 있다. 이후 2003년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2호 ‘용두레질소리’라는 종목명으로 지정되었다. 용두레질소리: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2003)
강등학, 『한국 민요의 존재양상과 판도』, 민속원, 2016. 김순제・김혜정, 『용두레질소리』, 민속원, 2009. 김영운 외, 『경기도민요 상·하』, 경기도문화재단, 2006.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남도편』, 문화방송, 1994.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남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북도편』, 문화방송, 1996.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기도편』, 문화방송, 1996. 문화방송, 『북녘땅 우리소리-평안남도/평양시/남포시편』, 문화방송, 2004. 문화방송, 『북녘땅 우리소리-황해북도편』, 문화방송, 2004. 문화방송, 『북녘땅 우리소리-함경남북도/자강도/량강도/강원도/경기도편』, 문화방송, 2004.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