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매기소리, 논매기노래, 논매는노래, 김매는소리(북한)
논에서 김을 매면서 하는 소리
논매는소리는 논바닥에 돋아난 잡초를 제거하면서(김을 매면서) 하는 소리로서, 집단적으로 연행되는 대표적인 민요이며, 다른 일에 비해 논매기를 하는 횟수와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농업노동요 중에서도 가장 편수가 많고 악곡의 종류가 다양하다. 논매는소리는 논을 매는 차수에 따라 악곡이 달라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논매는소리는 음악적으로 느리고 마디가 긴 악곡이 많으며, 지역적으로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논매는소리는 조선 시대 후기에 모내기 방식[이앙법]이 정착된 이후에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찌는소리나 모심는소리에 비해 훨씬 이전부터 생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논에 돋아나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논농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계속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논매기는 매우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은 될수록 집단을 이루어 조직적으로 움직여 일의 능률도 올리고자 하였고, 이런 환경에서 일꾼들을 격려하고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노래로서 논매는소리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논매기는 보통 한 해에 세 번쯤 했다. 토질이 척박하고 기후가 냉랭한 산골에서는 두 번으로 끝나기도 하고, 토질이 비옥하여 잡초가 많이 나는 곳에서는 네다섯 번까지도 맸다. 모내기를 한 뒤 보름에서 20일쯤 지나 논에 잡초가 돋아나면 초벌매기를 하는데, 현지에서는 흔히 이를 ‘아시매기’, ‘아이매기’, 또는 ‘애벌매기’라 한다. 초벌매기 때는 논바닥이 굳어있기 때문에 대개 호미로 벼포기 사이의 논바닥을 파서 엎는데, 토질이 부드러운 곳에서는 손으로 매기도 한다. 초벌매기는 굳은 논바닥을 파 엎느라 논매기 중에서도 가장 힘이 들어서 템포가 빠른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논매는소리 중에서도 가장 느리고 마디가 긴 악곡이 많다. 지역에 따라서는 초벌매기 때는 너무 힘이 들어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곳도 있다.
초벌매기를 한 뒤 다시 15일에서 20일쯤 지나면 두벌매기를 한다. 두벌매기 때는 손으로 덩어리진 흙을 주물러 반반하게 펴주면서 그 사이에 돋아난 잡초를 긁거나 뽑아낸다. 두벌매기는 초벌매기 때보다 힘이 덜 드는 만큼 논매는소리도 비교적 마디가 짧고 흥겨운 장단을 갖춘 악곡이 많다.
두벌매기를 하고 다시 20일쯤 지나면 마지막 논매기를 하는데, 이를 흔히 ‘만두리’ㆍ‘만드레’ 또는 ‘만벌’이라 한다. 이때쯤이면 절기상으로 입추에서 처서 사이가 되고, 벼가 다 자라 이삭이 맺히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꾼들은 벼포기 사이로 걸어다니면서 눈에 띄는 대로 잡초를 뽑아낸다.
지역에 따라서는 초벌매기를 하기 전에 손으로 잡초를 한 번 제거해주는 곳도 있는데, 이를 ‘건쟁이’ 또는 ‘도사리’라고 하며, 이때 부르는 노래가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이런 관행은 특히 충청남도 지역에서 발견된다.
○ 형식과 구성
논매는소리는 초벌ㆍ두벌ㆍ세벌마다 각각 다른 노래를 부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논매기 횟수에 관계없이 일련의 논매는소리를 모두 부르는 곳도 있다. 대체로 호남 지역의 논매는소리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논매는소리 중에서는 초벌매는소리가 가장 느리고 마디가 긴 것이 보통이다. 보통 초벌매는소리가 그 마을의 논매는소리를 대표하는 주요 악곡이 된다. (초벌매기 때 소리를 하지 않는 곳은 예외)
논매는소리는 여러 농업노동요 중에서도 마디가 길고 느린 악곡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이유는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집단적으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북 옥구군의 ‘만경산타령’, 충청남도 홍성의 ‘민생이’라는 논매는소리가 그 예이다. 특히 홍성 결성농요 중 논매는소리인 ‘민생이’라는 악곡은 ‘산여소리-두레소리-마루소리’로 구분된 후렴구를 부르는 사이사이에 ‘좋다소리’라는 혼자 부르는 노래가 들어가는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논매는소리는 처음에는 느린 소리로 시작해서 논 한 배미를 다 매고 마무리할 때는 빠른 소리로 맺는 것이 보통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맨 처음에 서두 격으로 부르는 노래를 ‘문열개’ 또는 ‘문열가’라고 하고, 마무리할 때 부르는 노래를 ‘쌈싸는소리’ㆍ‘몬들소리’ㆍ‘들래기소리’ 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논매는소리의 가창방식은 선후창 방식이 가장 많은 가운데, 전라북도 남원ㆍ순창ㆍ임실 지역에서는 일꾼들이 두 패로 나뉘어 번갈아 한 마디씩 주고받는 ‘집단교창’ 방식으로 소리를 하는 것이 주목된다.
○ 악곡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
논매는소리의 악곡은 지역적으로 매우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뚜렷하게 구분되는 악곡의 유형을 지역별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전라남도: 서부 평야지역(영산강유역)의 ‘긴소리’, 서남 도서해안지역의 ‘절로소리’, 동부 산간지역의 ‘산아지타령’
-전라북도: 서북 평야지역의 ‘만경산타령’, ‘방개타령’, ‘산유화’(마지막 논매기 때), 서남 평야지역의 ‘긴소리’(전남의 ‘긴소리’와 연결됨), 내륙분지의 ‘문열가’와 일련의 타령류, 동부 산간지역의 ‘양산도’와 ‘산아지타령’
-충청남북도: 충청남도지역의 ‘얼카 덩어리’, 충청북도지역의 ‘잘하네소리’
-경상남북도: 경상북도지역의 ‘소오니 잘도 하네’와 경상북도/경상남도지역의 ‘상사소리’
-강원/경기도도: 강원 영동지역의 ‘오독떼기’와 ‘미나리’, 강원 영서지역과 경기도도의 ‘단허리’ 또는 ‘대허리’
-북한: 평안도 지역의 ‘호미소리’, 황해도 지역의 ‘덩기소리’
이런 대표적인 악곡들 외에도 유형을 분류하기 어려운 다양한 악곡의 논매는소리가 있고, 지역 간의 경계지역에서는 두세 유형이 섞인 악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논매는소리 악곡 가운데 주목할 것은 마지막 논매기 때 부르는 논매는소리 중에 매우 특이한 악곡이 있다는 점이다. 전라북도 김제ㆍ옥구지역에서는 마지막 논매기 때 ‘산야’ㆍ‘산여’, 또는 ‘산유화’라고 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 곡은 매우 처량한 곡조에 해학적인 노랫말을 얹어 부르는 과부 신세타령이란 점에서 논을 매면서 부르는 노래로서는 매우 특이하다. 이 악곡은 곡조와 노랫말에서 영남 지역의 나무꾼신세타령인 ‘어사용’ 또는 ‘어산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 더욱 주목된다.
지역별로 대표적인 논매는소리의 노랫말을 제시한다. ○ 전남 서남부 평야지대의 ‘긴소리’
오날도여 여어어허 하도 심심허고 요뇨헌디 (어 그렇체!)
허이허허 적막한 곧에 와겼으니 노랫장썩이나 불러보세
(후렴) 아리시구나 시구여 허이 어허이야 마뒤요
나주 영산리여 어허어 허 도내기샘에 상추 씻는 저 처녀야 (어 그렇체!)
에허이 허허 상추를 씻걸랑은 양손 잡아 활활 씻쳐 줄거리가 되걸랑은 니가 먹고 속잎이 되걸랑은 나를 주소
(후렴) 아 에헤에헤 헤헤야 위 마뒤요
저 건네 허허허 갈미봉에 비가 묻어오는데
에허이허허 우장 삿갓을 허리에 두르고 논에 엎져 지심을 매세
(후렴) 아리시구나 시구여 허이 어허이야 마뒤요
불과 같이 허 허허 이허 나는 빝에 냇갓같이 짓은 골에 (어 그렇체!)
아허이허허 호무라도 깔장호무 수건이라도 납작수건 니 귀잡어 볼라쓰고 논에 엎져 지심을 매세
(후렴) 아 에헤에헤 헤헤야 위 마뒤요
(전라남도 나주군 동강면 옥정리 / 앞소리: 안교충, 1917년생)
〈늦은소리〉
(후렴) 이히야하아 아하헤헤에헤헤 하절로 노야
이히야하아 아하헤헤에헤헤 하절로 노야
비가 졌네 비가 졌네 남산 너메 비가 졌네
어뜬 사람 팔자가 좋아 부귀영화로 잘 사는데
우리같은 인간들은 무슨 팔자로 일하는가
〈중간소리〉
(후렴) 이야아 아하아 아아하아 아하아 하절로 노노야
이야아 아하아 아아하아 아하아 하절로 노노야
간다간다 나는 간다 임을 따라 내가 돌아를 간다
날 따라라 날 따라라 멀리 멀리 날 따라오게
〈잦은소리〉
(후렴) 아하아 아하아 아하하아하아 에헤헤헤에헤야 절로
아하아 아하아 아하하아하아 에헤헤에헤야 절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임을 따라서 나는 가네
신 철철 끄스면 모두 굴로 뛰어도 아니 오네
팔랑에 팔랑 수갑사 댕기 꺼적문 안에서 날 속이네
명사십리 해당화야 니 꽃이 진다고 서러마라
절로 절로 해남 한등사 절로
잘 맞는다 잘 맞는다 우리 제군들이 다 잘 맞네
(전라남도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 / 앞소리: 조공례, 1925생)
○ 경상북도지역의 ‘소오니 잘도 한다’
(후렴) 에하 헤헤헤헤이야 헤헤 에하 소오니 저로 하네
에하 헤헤헤헤이 헤헤 헤헤
에하 소오니 저로 하네
잘도 하네 잘도 하네
우리 일꾼들 참 잘 하네
에하 소오니 저로 하네
앞뚜름에 앞으로는 빠져 나가고
딧뚜름에 디로는 밀어나주게
에하 소오니 저로 하네
(경상북도 금릉군 대항면 향천리 / 앞소리: 이규상, 1929년생)
○ 경기도, 강원 영서지역의 ‘단허리’ 또는 ‘단호리’
(후렴) 어화 얼씬 단호리야
어화 얼씬 단호리야
아이를 갈고 두벌을 가니
모심기를 하여보세
어화 얼씬 단호리야
모심기를 끝낸 후에
지심 매기를 하여를 보세
아이를 매고 두벌을 매니
장잎이 훨훨 영화로다
점슴참이 늦는다 말고
일심 받어서 매여를 주게
어화 얼씬 단호리야
바다같은 이 논자릴
반달같이루 매여 주게
석양판에는 해가 지고
이 논자리는 그냥 있네
일심 받어서 매여주게
저녁참이 떴다 보다
어화 얼씬 단호리야
막걸리 한 잔 먹은 후에
이 논자리를 다 매 주게
어화 얼씬 단호리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리 / 앞소리: 최진상, 1922년생)
○ 강원 영동지역의 ‘오독떼기’
매여를 주게 매여를 주게, 요
요 논자리 매여를 주게 매여주게
오늘에 날엔 여기서 놀고, 내
내일날엔 어데 노나 어데 노나
날 다려 가게 날 다려가게, 한
한량에 낭군에 날 다려게 날 다려가
오늘에 해도 건주를 갔네, 골
골골마둥 정자졌네 정자졌네
(강원도 명주군 사천면 덕실리 / 권영식, 1911년생)
○ 충청남도지역의 ‘얼카 덩어리’
(후렴) 얼카 덩어리
어헐카 덩어리
얼거차 하고도 잘 넘어갑니다
어덕에 도는 분 빨리 좀 가시요
가운데 있는 분 따러 붙으시요
앞가심 할이는 따러나 오세요
잡풀도 젖히고 논들도 맵시다
얼거차 덩어리 잘 넘어갑니다
덩어리 소리에 흙뎅이가 뜨는구나
내려갈 분들은 돌아서 가시고요
어덕에 돌던 분 앞가심으로 돌어요
덩어리 소리가 동네안 울리네
어리씨구나 덩어리로구나
문들 가락으로 돌려나 봅시다
(후렴) 얼카 뎅이
얼카 뎅이
얼거차 덩어리
잘넘어 가노나
잘들 헙니다
일심이 동심이
한뎅이 더 뜨고
문들가락으로
슬슬 기어가며
폭폭 팝시다
(충청남도 서산군 음암면 탑곡리 / 앞소리: 유광순, 1939년생)
○ 충청북도지역의 ‘잘하네’
(후렴) 어헌다 저러한다
어러허야 저러한다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말쌈 들으시오
어떤 사람 팔자가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호의호식 하련마는
우리야 농부네 팔자가 기박하야
불과 같이 뜨거운 날에
비지땀을 흘러야 하나
어러 허어야 저러한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야백에 노든 달아
저기저기 저 달속에
계수나무 박혔도다
옥도끼로 찍어 내여
금도끼로 다듬아서
초가 삼칸 집을 짓고
양친에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을 살고지고
어러 허야 저로한다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풍취리 / 앞소리: 서정각, 1930년생)
○ 전남/전북 동부 산간지역의 ‘산아지타령’
(후렴) 에야뒤야 나허허허야 에야 디여루 산아지로고나
에야디야 나허허허야
에야 디여루 산아지로고나
저건네 갈미봉에 비 묻어온데
허리에다 우장을 걸케나1) 매세
잘도나 허네 잘도나 허네
우리 호미군들 잘도나 허네
(전라남도 승주군 주암면 갈마리 / 앞소리: 홍관승, 1930년생)
○ 전북 서부 평야지역의 ‘방개타령’
(후렴) 에헤야 하아하 아하하 하하
어허 이히 헤야 하하이 나허언개로다
에헤야 하하 아하하 아하하 하하
어허 이히 에헤야 하하이 나허언개로다
산천 초목 저 젊어간디
우리 청춘 늙어만 가네
놀러 가세 놀러를 가세
월선이 마당 놀러를 가세
(전라북도 임실군 신덕면 수천리 / 앞소리: 장인옥, 1934년생)
○ 전북 서부 평야지역의 ‘만경 산타령’
(후렴) 나아하헤 헤헤이에헤에 오호온들 히에헤 헤헤헤이가 산아지로고나 아하아
바람 부네 바람이 부네농촌 한가이 풍년 바람 부네 아하아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월출동녁 달 솟아온다 아하아
산천초목 다 속잎 나고이 논배미는 장잎이 날렸네 아하아
바람 불고 비올 줄 알면 우장 두르고 지심을 매세 아하아
(전라북도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 / 앞소리: 고판덕, 1989년생)
○ 평안도지역의 ‘호미소리’
(후렴) 에헤야 아하아하 호호호메로 매구 가자
어허허 허허허야 호메로 매구 가자
못다 맬 논 다 매면 준치 반찬 놓아준다
칠보단장 허던 몸이 세살광지(가늘게 짠 광주리) 웬 일이냐
금반지나 끼던 손이 호무자루가 웬 일이요
일락서산 해는 져운데 어기 저기나 덜어주자
(평안북도 염주군 신정리 / 전용세, 1910년생)
○ 황해도지역의 ‘덩기소리’
(후렴) 아용아용 에헤용 에하얼싸 덩기야
아용아용 에헤용 에하얼싸 덩기야
이 논배미를 어서 잠깐 매고
딴 논배미로 넘어가서 또 한 배미 매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인생 말도나 많다
(황해남도 배천군 정촌리 / 앞소리: 리방규, 1913년생)
논매기는 보통 한 해에 세 번쯤 했기 때문에 그만큼 소리를 할 기회도 많았고 노래하는 시간도 길었다. 또, 논매기는 큰 규모의 일꾼 집단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집단을 통제하고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논매는소리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하여 논매는소리는 논농사 지역이라면 어디서나 연행되었던 노래로서, 농업노동요 중에서 가장 악곡의 종류가 많고 음악적으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논매기는소리는 대규모 집단을 이루어 연행되는 만큼 템포가 느리고 마디가 긴 악곡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논매는소리는 대부분의 논농사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기 때문에 민요의 지역별 특징을 다각도로 비교 분석하기에 좋은 소재가 된다.
남도들노래: 국가무형문화재(1973) 고성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예천통명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북도편』, 문화방송, 1995. 이소라, 『한국의 농요』, 현암사, 1985~1992. 지춘상, 『전남의 농요』, 전라남도, 1987.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