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래, 모정자, 등지, 등개, 등기, 덩지, 정지
경상도지역에서 주로 모심기를 할 때 부르던 교환창 형식의 민요
정자소리는 경상도 지역에서 모심기를 할 때 농부들이 두 패로 나뉘어 서로 앞 구와 뒷 구 즉 안짝과 밧짝을 주고받으며 부르는 소리이다. 지역에 따라 모심기뿐만 아니라 모찌기를 할 때 부르기도 한다.
정자소리가 언제부터 불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못자리에서 모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에 그 모를 본논으로 옮겨 심는 재배방법인 이앙법(移秧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와 연관 지어 추측해볼 수 있다. 즉 이앙법의 시행으로 인해 직파법에 의한 농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확이 가능했고, 이로 인해 전국 각지의 모심기소리 또한 활발하게 불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정자소리도 이앙법이 확산된 조선 중기 이후에 경상도지역을 중심으로 불리게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정자소리에 대한 명확한 어원 역시 밝혀진 바 없으나 진실한 소리’라는 뜻에서 ‘정자(正字)소리’라는 불리었다는 설과 정자나무 아래 정자에서 편히 영화를 누린다는 뜻에서 ‘정자(亭子)소리’라고 지칭되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경상도 지역의 모심기소리는 정자소리가 주를 이루며, 〈이여송소리〉와 〈아부레이수나소리〉 등이 경북 예천과 영주, 봉화 일부지역에서 불렸다. 그 외에 외부에서 전파된 소리로는 경북 북부인 문경과 봉화 일부 지역에 〈아라리〉가 있으며, 경남 남해·거제·통영에 〈상사소리〉가 있다. 정자소리는 경상도 전역뿐만 아니라 경북 상주를 거쳐 충북 보은·옥천·영동 등 충북 남부와 충북 청원·괴산·단양에까지 전파되었고, 서쪽으로는 충북 금산·대전, 전북 무주·진안·장수·남원 등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자소리와 관련된 명칭도 다양한데, 모노래·모정자·등지·등개·등기·덩지·정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는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실제 현장에서 정자소리를 부르는 경우를 찾을 수 없고, 경상도 지역의 농요보존회를 중심으로 소리가 전승되고 있다.
정자소리의 종류는 크게 악곡의 가창 속도를 기준으로 6박자로 된 것과 2박자 혹은 4박자로 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6박자로 된 정자소리는 ‘긴 정자’(긴 등지)라고 하며, 2박자나 4박자로 된 정자소리는 ‘짜른 정자’(짜른 등지)라고 한다. 지역 분포를 보면 ‘긴 정자’와 ‘짜른 정자’ 두 가지가 모두 불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짜른 정자’ 없이 ‘긴 정자’만 불리는 곳도 있다. 두 종류 모두 채록된 지역은 부산시와 경남 남해군·밀양시·양산시·김해시·울산시·거제군·고성군·사천시·진주시·함안군·합천군 및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경주시·고령군·상주시·포항시 등으로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하여 경북 중남부지역에 한정된다. 정자소리의 특징은 교환창이라는 가창 방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여러 사람이 부르는 향토민요가 일반적으로 선후창인 것과 비교된다. 교환창의 방식은 모심기를 하는 농부들이 두 패로 나뉘어 한 무리가 사설의 안짝을 노래하면 다른 한 무리가 밧짝을 맞추어 노래하는 형식이다. 이처럼 교환창이 정자소리의 주된 가창 방식이지만 지역에 따라서 혹은 전승의 과정에서 변화되어 선후창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다. 경상도지역에서는 모를 심을 때 부르는 정자소리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 중심으로 부르는 곳과 남녀가 같이 부르는 곳, 그리고 여성 중심으로 부르는 곳 등 그 양상이 다양하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남성들 위주로만 모심기를 한 곳이 있었고, 어떤 지역에서는 모심기만은 여자의 일이라는 관념이 있는 곳도 있어 가창자 성별에도 차이가 있으며, 이에 따르는 노랫말 구성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음악적으로는 주로 메나리토리 선율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역에 따라 육자배기토리의 영향을 받은 곳도 보인다. 그리고 지역이나 가창자에 따라 메나리토리 구성음 ‘미(mi)-솔(sol)-라(la)- 도(do′)-레(re′)’ 중 최저음을 반음 정도 높게 부르는 경향도 보인다. 6박 계열의 정자소리인 ‘긴 등지’는 길게는 7~8박으로 늘어나기도 하고 짧게는 4박으로 줄어들기도 하여 유동적인 경우가 있으나 현재 전승하는 보존회의 소리들은 일정한 박자로 고정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자소리의 노랫말에는 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공유하는 노랫말이 각각 있어서 다양하지만, 주로 주인네 양반이 문어와 전복을 손에 들고 첩의 방에 놀러간 이야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가) 물끼야 처정청 헐어 놓고 주인네 양반은 어데로 갔노 (나) 문에야 대전복 손에 들고이 첩으 방에로 놀러를 갔소 (가) 이 논빼미 모를 숨거이 잡나락이 반치로데이 (나) 우리야 부모님 산소등에이 솔을 심어도 정자로다 (가) 오늘아 해가야 다 졌는데이 어떤 행상이 떠나온데이 (나) 이태백이 본댁 죽어이 이별 행상이 떠나온데이 (가) 그물을 놓자 그물 놓자이 골목골목이 그물을 놓자 (나) 자리야 잔 처녀 궁그로 솔솔 걸려 주소 걸려 주소 굵은 처녀만 걸려 주소
『MBC민요대전(경상남도편)』, MBC문화방송, 1994, 255쪽.
정자소리는 경상도 지역의 주된 모심기소리로 다른 노동요나 의식요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설 분담식 교환창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강등학, 『한국민요의 존재양상과 판도』, 민속원, 2016. 국립무형유산원, 『고성농요』, 2004. 강등학, 「정자소리의 분포와 장르양상에 관한 연구」, 『한국민요학』 29, 2010. 최자운, 「영남지역 정자소리의 가창방식과 사설구성」, 『한국민요학』 30, 2010. 최헌, 「정자소리 선율의 구조와 형식」, 『국악원논문집』 8, 1996. 최헌, 「한국 모심기소리의 선율구조」, 『한국민요학』 20, 2007. 권오경, 「영남권 민요의 전승과 특질」, 우리말글 29, 2003.
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