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기소리, 모심기노래, 모노래
논에 모를 심으면서 하는 농업노동요
모심는소리는 모판에서 뽑아 묶어낸 볏모를 써레질이 된 너른 논에 옮겨 심으면서 하는 소리로, 논매는소리와 더불어 농업노동요 가운데 가장 많이 하던 소리다. 모심기는 하루 종일 해야 하는 일이어서 모찌는소리에 비해 훨씬 부를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벼농사가 귀한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에 모심는소리가 분포하며, 지역에 따라 몇 가지 뚜렷한 유형이 있다.
모심는소리는 모찌는소리와 더불어 조선 시대 후기에 제초 작업의 부담을 덜기 위한 이앙법(移秧法)이 널리 보급되면서 본격적으로 생겨난 민요로 추정된다. 이앙법이 널리 시행되기 이전에는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리는 직파법이 보편적이었다고 하므로 모심는소리도 그 이후처럼 왕성하게 생성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모심기는 모내기하는 날에 모찌기에서 이어지는 일로서, 논매기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일손을 동원해야 하는 중요한 농사일이다. 모심기는 그날 심을 논의 면적에 따라 일꾼의 수가 정해지는데, 논이 많은 집의 모를 심을 때는 일꾼이 30~40명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모심기는 모찌기에 이어 진행된다. 아침나절에 모찌기가 끝나고 일꾼들이 새참을 먹는 동안 논 주인을 비롯한 두세 명의 ‘모쟁이’가 모춤을 운반해서 써레질이 된 너른 논에 듬성듬성 던져 놓으면, 새참을 먹고 난 일꾼들이 논에 들어서서 모춤을 한 손에 쥐고 모심기를 시작한다.
모심는소리는 모심기를 시작한 직후에 바로 하는 경우보다는 모심기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일이 손에 익고 점심밥에 막걸리라도 먹고 나서 흥이 날 때쯤 앞소리꾼이 나서서 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심는소리가 일꾼들의 동작이나 대열의 움직임에 맞추어 불러야 하는 노래가 아니라 육체적 고통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노래이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노래가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심는소리는 일꾼들이 힘들고 지루한 것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하고, 때로는 소리를 통해 일꾼들의 대열을 조절하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일의 능률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 악곡의 유형과 지역적 분포
모심는소리는 지역에 따라 몇 가지 뚜렷한 유형의 악곡이 있다. 영남 지역에서는 〈정자소리〉를 많이 불렀고, 호남 지역에서는 〈상사소리〉를 가장 많이 불렀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자진아라리〉와 〈미나리〉를 많이 불렀고, 경기도 지역에는 〈열소리〉와 〈하나로구나〉 계통의 소리가 섞여 있다, 황해도 지역에는 〈덩기소리〉가 지배적인 악곡이고, 충청남도에는 〈상사소리〉와 〈방아소리〉와 〈하나로구나〉 소리가 혼재하며, 충청북도에는 〈아리랑〉 또는 〈아라성〉이 특징적이다.
각 지역의 대표적인 악곡 외에도 지역 간의 경계 지역에서는 두 가지 소리가 섞인 악곡이 종종 발견되며, 마을에 따라서는 주변 지역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악곡을 모심는소리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례로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 통명리의 농요를 들 수 있다. 이 마을의 모심는소리인 〈아부레이수나〉ㆍ〈돔소소리〉는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매우 독특한 악곡이다. ‘아부레이수나’라는 후렴구는 경상북도 지역의 여성들이 단오날 그네를 뛰면서 하는 소리를 길게 늘여 부른 것이고, 〈돔소소리〉는 논 한 배미의 모심기를 마무리하면서 하는 소리다. 이 밖에도 통속민요를 모심는소리로 부른 경우도 간혹 있다.
○ 형식과 구성
모심는소리의 형식(가창방식)은 앞소리꾼이 메기고 나머지가 일정한 후렴구를 받는 ‘선후창’ 방식이 가장 많지만, 영남 지역의 모심는소리인 〈정자소리〉는 두 편으로 나누어 한 편이 앞 구절을 부르고 다른 편이 뒤 구절을 부르는 ‘교창(交唱)’ 방식으로 부른다. 한편, 모심기를 마무리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제창으로 부르는 경우가 간혹 있다.
모심는소리는 논 한 배미를 다 심고 마무리할 때 소리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호남 지역에서는 느린 〈긴상사소리〉를 부르다가 마무리할 때는 템포가 빠르고 선율도 조금 다른 〈자진상사소리〉를 부르는 경우가 많고, 영남 지역에서는 조금 느린 〈정자소리〉를 하다가 마무리할 무렵에는 〈조리자 소리〉나 〈퐁당퐁당 수제비〉처럼 템포가 빠르고 선율도 완전히 다른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모심는소리의 노랫말 내용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특히 영남 지역의 모심는소리인 〈정자소리〉는 정해진 선율과 리듬에 무수히 많은 노랫말을 얹어 두 편이 한 구절씩 주고받는 방식으로 부르기 때문에 여러 유형의 모심는소리 중에서도 노랫말이 매우 풍부하다. 노랫말의 내용은 흔히 풍년 기원, 일터의 경관 묘사, 남녀 간의 애정 표현, 일꾼 격려, 심정 토로 등의 내용으로 채워지고, 때로 설화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 자진아라리
(후렴) 아리아리 아리아리 아라리요 아라리 고개로 넘어간다
심어주게 심어주게 심어주게 원앙에 줄모를 심어주게
원앙에 줄모를 못 심으거든 오종종 줄모를 심어주게
바다같으네 요 논배미 장기야쪽이야 다 되었네
술은야 술술이 잘 넘어가고 찬물에 얼음냉수 중치가 미네
일강릉 이춘천 삼원준데 살기야 좋기는 모학산일세
○ 미나리
천하지 에이여 대본은 농사라오
농사 에이 한 철을 지어보세
뒤뜰 에이여 논은 천석지기
앞뜰 에이 논은 만석지기
심어주게 에이여 심어주게
오종종 에이 줄모로 심어주게
지어가네 에이여 지어가네
점심 에이 참이 지여가네
이 논 에이여 자리에다 모를 심어
검실 에이 검실 영화로다
시화 에이여 연풍 조화키는
우리 에이 마을이 영화로다
봄이면 에이여 진달래요
가을 에이 이면은 오곡일세
오뉴 에이여 월에 흘린 땀이
구시 에이 월엔 열매 되네
○ 열소리
열이로구나 하나 하나로구나 두울
/ 두울 셋이라 셋이로구나하 네엣
네엣 다섯 다섯인데 여섯
/ 여섯 일곱 일곱이로구나 여덟
여덟이로다 아홉 아홉이로구나 여헐
/ 열이로구나 하나 하낣이로구나 두울
두울 셋에 셋이로구나 네엣
/ 넷이로구나 다섯 다섯이로구나 여섯
여섯이로구나 일곱 일곱인데 여덟
/ 여덟 아홉 아홉이로구나 여헐
열이로구나 하나 하나로구나 두울
/ 두울 세에라 셋이로구나 네엣
네에 다섯 다섯이로구나 여섯
/ 여섯 일곱 일곱이로구나 여덟
여덟이로구나 아홉 아홉이로구나 여헐
/ 열이로구나 열 하나 하낣이로구나 두울
○ 여기도 하나
(후렴) 여기도 하나 저하 저기도 또 하나
여기도 하나 저화 저기도 또 하나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내 한 말을 들어보게
여기저기 꼽드래두 보기만 좋게두 꽂어주게
한 폭 두 폭 꼽드라두 삼배출짜리만 꽂어주게
먼 데 사람 듣기도 좋게 구성지게도 불럴주게
길 가던 생인(행인)의 거동 보소 농부소리에 길 멈춘다 헤에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이 남어드네
몬도싸기가 가차가니 자진 목소리 돌려보자
여기도 하나 저화 저기도 또 하나
손잽이로다 우겨주고 긴 손으로 둘러주게
장고배미를 빨리 심고 논둑 너머 넴겨가자
○ 정자소리
서월이라 남정자야 점슴참도 늦어 가네
찹쌀 닷 말 멥쌀 닷 말 일고나니 더디더라
새별같은 저 밥고리 반달 둥실 떠나오네
지가 무슨 반달이고 초승달이 반달이지
시누부 냄핀네 밥 담다가 놋주개 닷 단 뿌질랐네
아가 아가 메늘아가 나도야 닷 단 뿌질랐네
주천당 모랭이 돌아가니 아니 묵어도 술내가 난다
임의 적삼 안 적삼에 고름마다 상내가 나네
모야 모야 노랑모야 니 언제 커서 열마 열래
이 달 크고 훗달 크고 칠팔월에 열매 연다
총각아 주머니 잣나무 짤 적 큰애기 품에서 놀아나네
낮으로는 품에 놀고 밤으로는 머리에 논다
신 사주소 신 사주소 총각아 낭군님 신 사주소
신 사주면 넘이 알고 돈을 주면 내 사 신지
물끼야 처정청 헐어 놓고 주인네 양반이 어데 갔노
문에야 대전복 손에 들고 첩으야 방에 놀로 갔네
머리야 좋고 실한 처녀 울뽕낭게 앉아 우네
울뽕 갈뽕 내 따줌세 백년해로 나캉 하세
이 논배미 모를 심어 잎이 넙어서 장화로다
우리야 부모님 산소 등에 솔을 심거 장화로다
○ 아부레이수나
(후렴) 아부레이수나 이요 수나
아부레이수나
오늘날 이 논배미에 누구 누구 모여싰는고
일등 농군님이 다 모여싰네 이에
아부레이수나
한 톨 종자 싹이 나서 만곱쟁이 열매 맺는
신기로운 이 농사는 하늘 땅의 조화로데이 에헤
아부레이수나
모야 모야 노랑모야 니 언지 커서 열매가 맺힐래
이 달 크고 새 달 커서 칠팔월에 열매나 맺지
아부레이수나
○ 하나로구나
(후렴) 허나 허나 하나이로구나
허나 허나 하나이로구나
여기도 하나 강령 땅에도 하나
슬슬 동풍에 궂은 비는 오고
얼른 잠깐 요 배미를 꽂고
딴 배미로 넘어가서 또 꼱아보자꾸나
○ 상사소리
〈긴상사소리〉
(후렴) 어여 여허여루 상사뒤여
어여 여허여루 상사뒤여
여보시오 농부님네 요 내 한 말 들어보소
아나 농부야 말 좀 듣소
한 일 자로 쭉 늘어서서 입 구 자로만 모를 심세
남훈전 달 밝은디 순임금의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도솔이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허니 우리 농군 시절이로다
패랭이 꼭지에다 계화를 꼽고서 매화라기춤이나 추어 보세
〈자진상사소리〉
(후렴) 여여 여어 여허루 상사뒤여
여여 여어 여허루 상사뒤여
나렸단다 나렸단다 암행어사가 나렸단다
충청도 중복장은 요지가지가 열려 있고
적벽강 추야월은 아그데 다그데 열렸네
○ 겹상사소리
(후렴) 어럴럴럴 상사디 어럴럴럴 상사디 헤헤헤여루 상사디요
어럴럴럴 상사디 어럴럴럴 상사디 헤헤허여루 상사디여
한일자로 늘어서서 입구자루 심어보세 어럴럴럴 상사디
여보시오 농부님네 정심 들여서 잘 심어보세 어럴럴럴 상사디
쥔 양반은 좋아랴고 닭 잡고 술 주기는 여반장이요 어럴럴럴 상사디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었구나 어럴럴럴 상사디
이 논배미 얼른 심고 장구배미루 넘어를 가세 어럴럴럴 상사디
잘 심는다 잘 심는다 우리 농군들 잘도 심네 어럴럴럴 상사디
앞가심에 붙여 심고 어덕 밑이는 떼어 심세 어럴럴럴 상사디
(후렴) 어럴럴럴 상사디
어럴럴럴 상사디
앞가심이 붙여 심고 어럴럴럴 상사디
어덕 밑이 띠어 심세 어럴럴럴 상사디
금년 농사는 대풍이요 어럴럴럴 상사디
풍년들면 놀자겠지 어럴럴럴 상사디
잘도 논다 잘도 노네 어럴럴럴 상사디
금년 농사 대풍이요 어럴럴럴 상사디
○ 아라성(또는 아라송)
(후렴) 아라리야 아라리요 아리랑 어헐싸 아라송아
아라리요 아라리요 아리랑 얼싸 아라송아
이 못자리에 모를 씻어 저 논배미다 옮겨 심을 제
이 논배미다 모를 심어 장잎이 훨훨 나서 영화를 보세
높은 들에는 밭을 지고 깊은 들에는 논을 져서
오곡잡곡에 농사를 지을 제 해마다 연연이 풍년만 오거라
이 농사를 지어내서 부모님 봉양을 한 연후에
처자식 호구를 한 연후에 태평성대를 누려나 보세
모심는소리는 논매는소리와 더불어 농요의 양대 산맥이라 할 만큼 전국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렀던 민요이다. 따라서 모심는소리는 한반도 전역의 음악적 특징 등을 비교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한 소재가 될 수 있는 민요로서 의의가 있다.
남도들노래: 국가무형문화재(1973) 고성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예천통명농요: 국가무형문화재(1985) 남도노동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1977)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상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전라북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남도편』, 문화방송, 199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충청북도편』, 문화방송, 1995. 이소라, 『한국의 농요』, 현암사, 1985~1992. 지춘상, 『전남의 농요』, 전라남도, 1987. 최상일,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도서출판 돌베개, 2002.
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