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을 칠한 긴 원통형의 북통 둘을 십자 모양으로 엇갈려 틀에 매달아 연주하는 타악기
북송(北宋)의 진양(陳暘, 1068~1128)은 『악서(樂書)』에서 『주례(周禮)』「고인(鼓人)」을 인용하며 “고인은 육고(뇌고ㆍ영고ㆍ노고ㆍ분고ㆍ고고ㆍ진고)와 사금(금순ㆍ금탁ㆍ금요ㆍ금탁)의 소리를 가르쳐서 성악을 절도 있게 하는 일을 관장한다. 북 치는 법을 가르치고 그 소리의 용도를 분별하여 뇌고(雷鼓)는 천신(天神)에 제사 지낼 때 치고, 영고(靈鼓)는 지기(地祇)에 제사 지낼 때 치고, 노고는 인귀에 제사 지낼 때 친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뇌(雷)는 하늘의 소리, 영(靈)은 땅의 덕, 노(路)는 사람이 다니는 길을 뜻한다. 천신의 악은 6변(變)을 하므로 뇌고ㆍ뇌도(雷鼗)의 북면 수는 여섯이고, 지기의 악은 8변을 하므로 영고ㆍ영도(靈鼗)의 북면 수는 여덟이다. 인귀의 악은 9변을 하는데 노고ㆍ노도(路鼗)의 북면 수는 넷이다. 금(金)의 속성이 화(化)할 수는 있어도 변할 수는 없는데 인귀가 그러하므로 금의 수 4를 쓰며, 금은 흙이 아니면 산출되지 않으므로 토(土)의 수 5를 더해 인귀의 악을 9변 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노고와 노도의 노(路)는 사람이 다니는 길, 즉 사람의 도리를 뜻하므로 인귀 제사에 이들 악기를 쓰며, 인귀의 음악은 9변이나 금의 속성으로 인해 북면이 4면이라는 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노고에 관한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세종대부터 인귀 제사인 선농(先農)ㆍ선잠(先蠶)ㆍ우사(雩祀)ㆍ문선왕(文宣王) 제례에 노고가 편성되었다. 『세종실록』「오례」의 기록에 따르면 종묘제례의 헌가에도 사용되었다. 현재는 문묘제례에만 쓰인다.
○구조와 형태 ㆍ가자(架子): 나무틀 ㆍ용두(龍頭): 나무틀 맨 윗부분 가로지르는 나무 양 끝에 용머리 모양을 새긴다. ㆍ화광(火光):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조각 문양 ㆍ북통과 북면: 원통형의 붉은색 칠을 한 북통 두 개를 서로 엇갈리게 매단다. 북면은 넷이지만, 실제로 치는 면은 한 면이다. ㆍ호랑이[四虎]: 네 마리의 호랑이가 사방으로 엎드린 형상을 한 받침대. 나무호랑이 받침대의 중앙을 뚫어 나무틀의 발을 꽂아 세운다. ㆍ북채: 나무막대 끝에 천을 감아 만든 북채
화광과 용두, 호랑이 형상의 받침대 등으로 장식된 가자에 원통형의 붉은색 칠을 한 북 두 개를 서로 엇갈리게 매달아 놓은 형태로 북면이 넷이다. 화광은 용두 사이 중앙에 있는 불꽃 모양의 조각 문양이다. 용두는 나무틀 맨 윗부분 가로지르는 나무 양 끝에 새겨진 용머리 조각이다. 네 마리의 호랑이가 사방으로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한 받침대에 중앙을 뚫어 나무틀의 발을 꽂아 세운다. 네 개의 북면 중 북채로 치는 면은 한 면이다. 『세종실록』의 「오례」에 그려진 노고는 정현(鄭玄, 127~200)의 설을 따라 두 개의 북통을 원형 틀에 꿰어 매단 형태이다. 이는, 『악학궤범』 및 현행 노고의 두 북통이 서로 엇갈리게 아래-위로 매달린 것과 다르다. 『악학궤범』에서 노고는 붉은색을 칠한다고 하였다.
제례에 편성하는 뇌고, 영고, 노고는 각각 북통에 검은색, 노란색, 붉은색을 칠하고 북면 수를 6ㆍ8ㆍ4로 하여 하늘ㆍ땅ㆍ사람 제사에서 울린다. 이들 북통의 색이나 북면의 개수는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다. 이 외에 용이나 백로로 장식한 북 틀을 호랑이 모양의 받침대에 세운 것 등 동물 형상과 다양한 문양 장식에도 종교ㆍ주술적 의미를 부여했다. 악기 그 자체로서도 진고와 함께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고 리듬과 악절을 구분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립고궁박물관 편, 『왕실문화도감 궁중악무』, 국립고궁박물관, 2014. 국립국악원 편,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11. 송혜진 글ㆍ강원구 사진, 『한국 악기』, 열화당, 2001. 송혜진ㆍ박원모 글, 현관욱 사진, 『악기장ㆍ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민속원, 2006. 이지선 해제ㆍ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10집: 조선아악기사진첩 건, 조선아악기해설ㆍ사진첩, 이왕가악기』, 국립국악원, 2014. 이혜구 역주, 『한국음악학학술총서 제5집: 신역 악학궤범』, 국립국악원, 2000. 진양 지음, 조남권ㆍ김종수 옮김, 『역주 악서 4』, 소명출판, 2014.
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