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삶는소리, 논고르는소리, 밭가는소리
소를 몰면서 논일이나 밭일을 할 때 부르는 소리
논을 삶거나, 고를 때 소를 몰면서 부르거나, 밭을 갈 때 부르는 소리를 뜻한다. 때문에 그 목적에 따라 〈논삶는소리〉·〈논고르는소리〉·〈밭가는소리〉라고도 하며, 사설에 ‘이랴’라고 하는 말이 소를 부릴 때 수시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랴소리〉라고도 한다. 이외에 소떼를 몰아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소모는소리라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 논일과 밭일에서 쟁기를 활용하여 소를 부리면서 부르는 노래를 의미한다.
농경 문화가 시작될 때부터 논을 갈거나 밭을 갈 때 그 일을 소가 하면서부터 노래도 함께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경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가장 먼저 나오지만, 고분벽화 등을 통해서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농사에서 소를 활용할 경우는 논농사와 밭농사로 구분할 수 있으며, 또는 지역에 따라 산간지역이냐 평야지역이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랐다. 즉 밭농사에서는 밭을 갈 때 주로 소를 활용하였으며, 논농사 역시 논을 갈 때나 삶을 때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은 논이냐 밭이냐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뿐 서로 다르지 않다. 때문에 논이나 밭에서 부르는 소리 역시 다르지 않고 같은 소리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소를 활용하여 논이나 밭을 가는 일은 197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으며, 그 이후는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하여 논이나 밭을 가는 일 역시 기계가 함으로써 그 작업이나 소리가 점점 사라져 갔다. 때문에 현장에서 부르던 소리는 ‘한국민속예술축제’나 무형문화재로 지정으로 그 전통을 전승ㆍ보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소모는소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 유형
소에 쟁기를 걸어 논이나 밭을 갈 때 소를 한 마리 사용할 때도 있고, 두 마리를 사용할 때도 있다. 한 마리에 쟁기를 거는 것을 호리, 두 마리에 쟁기를 거는 것을 겨리라고 한다. 이 때 쟁기도 다른데, 두 마리를 쓸 때가 한 마리를 쓸 때보다 쟁기의 성에가 길다.
그러나 호리소일 경우나 겨리소일 경우나 노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호리소일 경우에는 〈호리소모는소리〉라 하며, 겨리소일 경우에는 〈겨리소소리〉라고 구분한다. 그리고 〈겨리소소리〉일 경우 사설에 ‘안소’와 ‘마라소’라는 단어가 사용되어 사설에서 차이가 나타날 뿐이다.
○ 지역적 분포
소모는소리는 논이나 밭을 갈기 위해 소를 몰면서 하는 소리이며, 한 마리일 경우와 두 마리일 경우로 나눠진다. 즉 한 마리인 호리는 중부 이남의 논농사 지역에서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호리소소리〉를 많이 불렀으며, 중부 이북의 밭농사 지역에서는 두 마리 소를 활용하여 일을 하였기 때문에 〈겨리소소리〉가 주로 불렸다. 그러나 밭농사 지역의 경우는 호리소와 겨리소가 모두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이때는 두 소리가 모두 불렸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모는소리는 평야 지역보다는 밭이 많은 곳에서 더 많이 불렸던 소리이기 때문에, 그 분포의 중심지는 산이 많은 강원도 지역이다. 이외에 경기도나 충청도, 그리고 경상북도지역에도 소모는소리가 전승되어 불리기도 하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강원도와 경계를 하고 있는 일부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논을 갈거나 삶을 때 쟁기를 활용하여 소를 부리면서 소모는소리를 부른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밭을 갈 때 많이 불렀던 소리이며, 강원도 내의 모든 지역에서 가장 성하게 불렸던 노래이다.
○ 음악적 특징
소모는소리의 선율형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즉 선율이 없이 음고가 불분명한 외침을 일관하는 경우와, 선율이 있기는 하지만 토리적 특성을 갖지 못하는 경우, 소를 부리는 외침 사이에 매우 정형화된 선율이 끼어드는 경우, 토리적 성격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 의 세 가지 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두 번째 유형이다. 마지막 유형인 토리적 성격을 지니는 유형의 악곡들은 상행 시에는 ‘미(mi)-라(la)-도′(do′)-레′(re′)’며, 하행 시에는 ‘미′(mi′)-레′(re′)-도′(do′)-라(la)-솔(sol)-미(mi)’로 솔이 하행 시에만 사용되는 메나리토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강원도의 소모는소리를 비롯하여 경기도 동부지방이나, 경상북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소모는소리는 동부지역 민요의 특징인 메나리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소를 몰면서 논이나 밭을 가는 일은 일정한 동작의 규칙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주로 규칙적인 리듬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설의 행수 역시 불규칙하다. 대부분 불규칙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불규칙박 내에서도 소박이 규칙적인 것과 불규칙적인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존재한다. 대부분 소를 몰 때에는 혼자 몰기 때문에 독창방식으로 노래를 부른다.
〈논삶는소리〉
이러! 어러잇 올라 내리지를 말구 이러 이러!
왜 이렇게 올라서! 이러! 어러 말 일기지만 말구
떄가 돼간다 부지런히 가자! 부지런히 가! 왜 올라서! 이러! 어러 러
이러 어러잇 이리 올라 내리지만 말구 어러러 이러 이러 빨리 가!
부지런히 가 낮이 되간다! 이러! 이러 아 우리 큰 암소 잘두 해!
이러 어러 말 일기지만 말구 올라서! 또 너머 올라섰어 좀 내려서! 바로 가! 이러
어러러! 이러다간 야 한나절 야 이거 다 못갈겠다
뭔 체면으로 가 점심 먹을려고 그러니 부지런히 가자 이러 이러!
어러 어러어러 부지런히만 가자 어러
야 새끼가 집에서 자꾸 젖 생각하쟎냐 부지런히 가야지
한나절 할일은 다해야지 아니하고 가면 되겠니 부지런히 가자
이러! 어러! 올라내리지만 말구 이러 이러 부지런히 가!
이러! 어러러 말 일기지만 말구 이러 이러
어 와 와 이러 돌아시고
이러 이리 돌아서라 말 일기지만 말구 이러 이러 부지런히 가!
너무 올라셌어! 너무 올라세! 그 질루 바로 가!
이러 올라내리지만 말구 어러러
부지런히 가자! 부지런히 가! 이건 다 갈아야 가지!
이러이러! 어러러 일리 돌어서라 이러이러! 부지런히 가!
말 일기지만 말구 어러러!
집에 새끼는 기다린다 얼른 다 갈구 가자! 때 늦어간다
이러! 어러러 일 부지런히만 가자 어러러
이러! 얼른 가자!
인젠 나가자 다 갈았다 점심 먹으러 가자!
〈논고르는소리〉
이러 이러 어디 아냐 저 안소 슬슬 돌얼 가면서 어디 마라마마
안소야 밀지 이러 어후 오오 어디여 이러허이
마라야 민다에 어디히 어후오오
앞 두덩을 넘지 말면서 어디히 이러히 이러 디 어후우우우
돌아만 시거라 이러 저 안소
마라야 밀지 말어라 이러 어어 이러
안소야 단니면서 어후 우우후후 어디여에 어느 저 소야
〈밭가는소리〉
안야 어디 어이 우
마라마라 내레서지 말구
안야 어디 어이! 어이 어우 돌아서 어어디
안야의! 아어디어디! 어디루 내려가나!
아 어이 어 돌아서
안야의! 어 어디루 내려오느냐
바루 나가자 어어
어디 어서 좀 갈구 가 점심을 먹자
빨리 나가자 어이!
에 어으 오호 돌아서 돌아서! 어디루 끌구 올라가나! 어으!
안야안야 안야 내레서 제곬으로 나가자
제곬으로 바루가 어디 오호 돌아서
어어디 어 잘 간다!
어이! 이러 어이 쩟쩟..
소모는소리는 소를 부르면서 부르는데, 이 때 일정한 동작의 규칙성이 나타나지 않으며, 일은 개인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노래는 독창방식으로 불리며, 일정한 박자나 다른 논농사소리와 달리 지역적 특징이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한 가창자마다 노래의 차이가 나타나며, 상황에 따라 매우 즉흥적으로 사설이 붙는 특징이 있다. 소를 활용하여 논이나 밭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채찍이나 고삐 등과 같은 도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와 이 소를 부리는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므로, 소모는소리는 소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홍천겨리농경문화: 강원도 무형문화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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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