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입창(南道立唱), 남도선소리

전라도 지방에서 전문 소리꾼들이 부르던 모음곡 형태로 연행하던 노래

남도잡가는 경기입창처럼 서서 부르기 때문에 남도입창 또는 남도선소리라고도 한다. 〈보렴〉ㆍ〈화초사거리〉와 〈육자배기〉ㆍ〈자진육자배기〉ㆍ〈흥타령〉을 연이어 부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연행여건에 따라 〈남원산성(둥가타령)〉ㆍ〈개고리타령〉ㆍ〈물레타령〉ㆍ〈까투리타령〉ㆍ〈진도아리랑〉을 추가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근래에는 〈동백타령〉, 〈동해바다〉 등도 더해 부르기도 한다.

남도잡가는 20세기 초 서울에서 원각사를 거점으로 시작된 협률사 활동이 전국으로 확산할 무렵 광주의 북문(현재 북동 성당 인근) 근처에 양명사(광주협률사)를 2층 가설건축물로 완공하여 공연을 시작하였다. 이때 1부 공연은 여러 가지 장르의 공연을 하고, 2부에서는 창극을 연행하였는데, 1부 공연을 위하여 경기잡가 연행방식을 모방하여 남도잡가를 구성하였다. 〈보렴〉과 〈화초사거리〉도 이 시기에 무대에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도 활발하게 연행되었으며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보렴〉과 〈화초사거리〉는 신방초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설이 신빙성 있다. 〈보렴〉은 육자배기 토리를 바탕으로 하며, 염불의 메나리토리 영향을 받아 ‘레(re)’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선율이다. 중모리ㆍ중중모리ㆍ자진모리장단으로 구성된 세틀형식이며, 사설과 가락이 나누어진다. 〈화초사거리〉는 중모리와 중중모리장단으로 불리지만 그 선율과 리듬의 분할이 판소리와 다르고, 경서도 산타령의 음악적 특징이 드러나는 선율과 남도의 육자배기 토리로 된 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노래이다. 〈육자배기〉는 3소박 6박자 장단인 진양조로 된 〈긴육자배기〉와, 새롭게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3소박 3박자 구조의 독특한 자진육자배기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자진육자배기〉가 있다. 〈흥타령〉은 중모리장단에 맞추어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남도민요의 별미를 가진 곡이다. 남도잡가 연행의 기본이 되는 네 곡의 형식은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세틀형식의 〈보렴〉, 통절형식의 〈화초사거리〉, 느림과 빠름 대비가 특징적인 긴자진형식의 〈육자배기〉, 단일 장단이지만 유절형식으로 많은 사설을 지닌 〈흥타령〉 등 각각의 다른 음악적 성격이 엮어져 남도잡가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한다. ○ 용도 남도잡가는 향토민요보다 예술적 수준이 다듬어져 생활현장이 아닌 공연현장에서 전문소리꾼에 의하여 합창으로 연행한다. ○ 음악적 특징 향토민요를 다듬어 발전시킨 육자배기와 새롭게 창작한 〈보렴〉, 〈화초사거리〉, 〈자진육자배기〉는 각 노래마다 음계와 장단의 특징이 있다. 〈육자배기〉, 〈흥타령〉, 〈개고리타령〉은 전형적인 남도계면조라고 하는 미음계로 되어 있고, 화초사거리는 솔음계(우조)–레음계(평조)-미음계(계면조)로 바뀌는 전조현상이 두드러진다. 〈보렴〉은 미음계이면서 중모리 부분에는 레(엇청)으로 종지하는 메나리조와 혼합한 듯한 독특한 종지형태가 있다.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세마치, 자진모리 등 규칙적인 정형장단으로 부른다. 남도잡가는 남도민요의 메기고 받는 형식과 다르게 메기는소리 위주의 선율로 세 단락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보렴 / (중중모리) 상래소수공덕해요 호향삼처실원만을 봉위 주상전하 수만세요 왕비전하 수제연을 세자전하 수천주요 선왕선휘 원왕생 제궁종실 각안녕 문무백위 진충양 도내방백 우익고 성주합하 증일품 국태민안이 법륜전이라 나무 천룡 지신님네 (중모리) 동방화류 서방화류 북방화류 남방화류야 오로미야 도로미야 천수천안 관자자보살 광대원만 무애대비가 보살 무상심심 미묘법 백천만겁 난장해 개법장진언이 옴바라요 대다라니 기창기수 관음보살 석가여래 문수보살 지장보살 옴바라니 옴바라요 옴바라니 옴바라요 앞도 당산, 뒤로 주산 좌우천룡 수살매기가 성황님네 나무 천룡 지신님네 동에는 청제지신 나무 남에는 적제지신 나무천룡 서에는 백제지신 나무천룡 북에는 흑제지신 나무천룡 중앙에 황제지신 나무천룡 지신님 아미 일쇄동방 결도량이라 이쇄남방으 득청랭이라, 나무 삼쇄서방으 구정토로다, 나무살방 사쇄북방으 영안강이라, 나무천룡 지신님네 (자진모리) 도량청정무하예 삼보천룡강차지 아금지수묘진언 원사재비밀가회요 아석소주제악에 종신구라일소생 무명문수제일지라 증지소지고유경이라 어 나아 아미타불 (엇중모리) 가노라 가네, 나 돌아 가노라 저 님을 따러서 내가 돌아간다. 화초사거리 / (중모리) 산천초목이 성림허어허허허헌디 구경허헤헤헤헤야 어어리이어리여루 아무리 허이여 에헤도 네로구나야 아아아 에헤야 에헤헤헤헤야 어나 어이여루 아무리 허이여 에헤도 네로구나야 어어허어리이 얼싸 네로구나 어히 얼싸 에헤야 어야나어어 어히이여루 어리이히이 얼씨구나 절씨구나 말들어 보아라 어어리이이이히 어어리이이이히 어리이이이히히히 히히히히히히 에헤야 어야나어어어허이 얼싸 네로구나 (중략) 한래산도 벽해산도 허리 주춤 들어가니 초당 삼간을 다 지었더라 왼갖 화초를 다 심었는디 맨드라미 봉숭아며 외철쭉 진달화며 넌출넌출 키 같은 파초잎은 여기도 넌출 심었네 저그도 넌출 시었네야 어하어어허 어기 열싸 네로구나 여보시오 한량님네, 오셨다 섭섭한디 막걸리 한 사발을 들어 마시거나 말거나 (중략) 양산 밑에는 일사산이 떴다 일사산 밑에는 권마성이 떠 (세마치) 만경창파 감장 오리. 육자배기 / 사람이 살면은 몇 백년이나 살더란 말이냐 죽음에 들어서 남녀노소 있느냐 살아 생전 시에 각기 맘대로 놀(거나 헤-) 연당의 밝은 달 아래 채련하는 아이들아 십리장강 배를 띄우고 물결이 곱다고 자랑 마라 그 물에 잠든 용이 깨고 나면 풍파일까 염려로(구나 헤-) 꿈아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님을 보내는 꿈아 오시는 님은 보내지를 말고 잠든 나를 깨워나 주지 이후에 유정님 오시거든 님 붙들고 날 깨워줄(거나 헤-) 내 정은 청산이요 님의 정은 녹수로다 녹수야 흐르건만 청산이야 변할소냐 아마도 녹수가 청산을 못 잊어 휘휘 감돌아 들(거나 헤) 자진 육자배기 / 나는 그대를 생각을 하기를 하루도 열두번이나 생각허는디 그대는 날 생각하는 줄 알 수 없(구나 헤) 밤 적적 삼경인데 궂은 비 오동에 흩날렸네 적막한 빈 방안에 앉으나 누우나 두루 생각하다가 생각이 겨워 수심이로구나 수심이 진하여 심중에 붙는 불은 올 같은 억수장마라도 막무가내로(구나 헤) 세상사를 다 믿어도 못 믿을 건 님이로다 이내 정을 옮겨다가 다른 님께 고이느냐 아마도 생각하는 것이 내가 오해로(구나 헤) 꽃과 같이 고운 님을 열매 같이 맺어 두고 가지 같이 맑은 정에 뿌리 같이 깊었건만 언제나 그립고 못 보는게 무슨 사정이로(구나 헤)

남도잡가는 향토민요와 다른 세련된 형식과 남도계면조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난 음계와 종지형으로 각각의 악곡마다 독자적 특징을 가지는 곡들의 모음이다. 오늘날 ‘보렴–화초사거리–육자배기–자진육자배기–흥타령–삼산은 반락–개고리타령’으로 이어지는 연행은 사라지고 각 악곡별로 독립하여 연행하는 예가 많지만, 한 판을 모두 부르고 각 악곡을 이어나가는 장단의 멋을 살리는 기교와 무대가 전승되어야 한다.

남도잡가: 전라남도지정무형문화유산(2001)

김해숙ㆍ백대웅ㆍ최태현, 『전통음악개론』, 도서출판 어울림, 1995.

김삼진(金三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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