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중 초나라와 한나라의 전쟁 내용을 엮어서 노래한 서도잡가
초한가는 중국 진나라 말기, 초패왕 항우와 한나라 유비가 천하를 얻고자 서로 싸우다 결국 유비가 승리하여 한고조가 되는 내용으로, 단가와 서도잡가의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서도잡가로 불리는 초한가는 높은 청으로 질러서 시작하며, 통절형식의 긴 가사를 서도식 창법으로 부르며, 마지막은 수심가조로 마무리한다.
초한가가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1914년 『신구잡가』로, 이후 총 12권의 잡가집에 사설이 수록되어 전해진다. 지금까지 발견된 음원 중 최고본은 1934년 김옥선(金玉仙)이 콜롬비아에서 취입한 음원이고, 같은 해 민형식(閔亨植)과 김진명(金眞鳴, 1913~1997)에 의해 경성방송국에서 연주되었다. 민형식ㆍ김진명 모두 황해도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명창들로, 초한가는 주로 황해도 지역의 서도명창들에 의해 불리었으며, 개성이나 해주지역 권번의 사범들 중 한 사람이 창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초한가는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불리고 있는 악곡으로, 여타의 서도잡가와 같이 실내에서 혼자 앉아서 노래한다.
○ 음악적 특징
높은 음에서 질러서 시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음계로 구성되며, ‘레’ 음에서 종지하고 ‘라’ 음은 요성하여 수심가토리에 해당한다. 앞부분은 불규칙한 박자로 빠르게 엮어가는데, 이때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혼소박 형태의 박자 구조가 자주 등장한다. 마지막 부분 “한왕이 관대하니~”는 여타 서도잡가와 같이 민요 수심가의 선율에 얹어 부르기 때문에 박자가 신축적으로 변화한다.
○ 형식과 구성
통절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앞부분은 사설을 촘촘히 엮어서 불러주는 엮음부분, 뒷부분은 수심가선율에 얹어 부르는 수심가부분으로 구분된다. 엮음부분의 경우 창자에 따라 7~18단락으로 창자들마다 신축적으로 구성하지만, 수심가부분은 모든 창자가 3단락으로 일정하게 노래한다.
초한가의 사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항우가 한나라 군사에게 쫓겨 오강(烏江)에 이르러 신세를 한탄하는 부분, 초나라 군대를 폐퇴시키기 위해 여러 장수들이 꾀를 내는 내용, 초패왕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신구시행잡가』에 수록된 사설은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이 중 첫 번째 대목이 탈락되고, 두 번째 단락, “만고영웅 호걸들아~”부터 전승된다. 만고영웅호걸(萬古英雄豪傑)들아 초한승부(楚漢勝負) 들어 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후략
초한가는 초나라 군사가 세력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잃었고, 결국 덕(德)을 베푼 유비가 초나라 군사를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옳고 바르고 착한 정사(政事)를 교훈으로 담고 있다. 한편 유사한 사설의 내용을 단가ㆍ서도잡가 등 각각 다른 장르로 연주한 점으로 보아 20세기 초반, 민속악의 성악곡 장르간의 사설 교섭 양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악곡으로 의의가 있다.
박기종, 『서도소리가사집』, 서도소리연구회, 2002.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8. 김문성, 「서도잡가의 경제화 연구」, 『남북문화예술연구』 5, 2009. 이성초, 「서도잡가」,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