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임의 무덤을 찾아가 제사를 드리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엮어서 노래한 서도잡가
제전은 죽은 영혼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죽은 남편의 무덤을 찾아가서 남편을 그리는 내용의 가사를 서도식 창법으로 부르는 악곡이다. 통절형식의 긴 가사를 서도식 창법으로 부르며, 마지막은 수심가조로 마무리한다.
제전이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14년 발행된 『정정증보신구잡가』이고, 이후 『고금잡가편』ㆍ『신정증보신구잡가』 등의 잡가집에 사설이 수록되었다. 음원은 1925년 양우석( 楊又石)이 취입한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것 중 최고본이며, 1930년대 이진봉(李眞鳳, 1900~?)ㆍ김종조( 金宗朝, 1898~1948)ㆍ박월정(朴月庭)ㆍ최순경(崔順慶), 해방 이후에는 장학선(張鶴仙, 1905~1970)ㆍ김옥심(金玉心, 1925~1988), 20세기 후반에는 오복녀(吳福女, 1913~2001)ㆍ김정연(金正淵, 1913~1987) 등 다양한 서도명창들이 꾸준히 음원을 취입하여 현재까지 널리 불리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제전은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불리고 있는 악곡으로, 여타의 서도잡가와 같이 실내에서 혼자 앉아서 노래한다.
○ 음악적 특징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음계로 구성되며, ‘레’ 음에서 종지하고 ‘라’ 음은 요성하여 수심가토리에 해당하지만, 곡의 중간에 경토리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앞부분은 2박ㆍ3박ㆍ4박을 섞어서 불규칙한 박자로 빠르게 엮어가고, 마지막 부분인 “심야삼경 다저문날에~”에서 민요 수심가의 선율에 얹어 부르기 때문에 박자가 신축적으로 변화한다.
○ 형식과 구성
통절형식으로 되어있으며, 앞부분은 사설을 촘촘히 엮어서 불러주는 엮음부분, 뒷부분은 수심가선율에 얹어 부르는 수심가부분으로 구분된다. 엮음부분의 경우 창자에 따라 8~23단락으로 창자들마다 신축적으로 구성하지만, 수심가부분은 모든 창자가 3단락으로 일정하게 노래한다.
제전의 사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부모님의 은덕으로 세상에 태어나 입신 출세하는 대목, 남편의 분묘앞에서 음식을 차리는 대목, 잔을 올리고 애곡하다 인생무상을 한탄하는 대목으로 구성된다. 잡가집에 수록된 사설은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이 중 첫 번째 대목이 탈락된 형태로 전승된다. 백오동풍(百五東風)에 절일(節日)을 당하여 임의 분묘(墳墓)를 찾아가서 분묘 앞에 황토(黃土)요 황토 우에다 제석(祭席) 깔고 제석 우에다 조조반(祖祖盤)을 놓고 조조반 우에다 좌면지(座面紙) 펴고 좌면지 우에다 상간지(上簡紙) 펴고 차려간 음식을 벌이울 제 ...후략
제전은 제사를 소재로, 제사상에 오르는 다양한 음식들에 관련된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이는 악곡이다. 음악적 특징에 있어서는 수심가토리를 근간으로 하지만 경토리가 혼재된 양상을 보이는 바, 20세기 중반기 서도잡가의 경제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악곡이다.
박기종, 『서도소리가사집』, 서도소리연구회, 2002. 김문성, 「서도잡가의 경제화 연구」, 『남북문화예술연구』 5, 2009. 이성초, 「서도잡가」,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