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내용 중 일부 대목을 엮어서 노래한 서도잡가
공명가는 적벽대전 때 제갈공명이 오나라로 가서 제단을 쌓고 동남풍을 빌고 탈출하는 내용의 가사를 서도식 창법으로 부르는 악곡이다. 통절형식의 불규칙적인 장단으로 구성되며, 마지막은 수심가조로 마무리한다.
공명가가 언제부터 불리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23년 발행된 『신구유행창가』에서 사설이 처음 전해지며, 1925년 최섬홍ㆍ손진홍이 일축조선소리판에서 취입한 음원이 지금까지 밝혀진 최초의 음원이다.
이후 1930년대 최섬홍ㆍ박부용ㆍ이진봉 등, 1940~1960년대 장학선ㆍ이정렬 등 다양한 명창들이 〈공명가〉 음원을 취입하였고, 20세기 후반에도 김정연ㆍ오복녀 등이 음원을 취입하는 등, 현재까지도 다양한 서도명창들에 의해 널리 불리고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공명가는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불리고 있는 악곡으로, 반복 없는 긴 사설을 실내에서 혼자 앉아서 노래한다. 때문에 서도잡가에 속하기도 하지만 서서 부르는 형태인 입창과 구분하여 서도좌창으로 불리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음계로 구성되며, 주요음은 ‘레-라-도′’로 완전5+단3도가 주요 선율 골격으로 이루고, ‘레’ 음에서 종지하고 ‘라’ 음은 요성, ‘도′’ 음은 퇴성으로 진행하는 전형적인 수심가토리로 구성된다. 앞부분은 2박ㆍ3박ㆍ4박을 섞어서 불규칙한 박자로 엮어가고, 마지막 부분인 “한종실 유황숙은~”에서 민요 수심가의 선율에 얹어 부르기 때문에 박자가 신축적으로 변화한다.
○ 형식과 구성
통절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앞부분은 사설을 촘촘히 엮어서 불러주는 엮음부분, 뒷부분은 수심가 선율에 얹어 부르는 수심가부분으로 구분된다. 엮음부분의 경우 창자에 따라 17~25단락으로 신축적으로 구성하지만, 수심가부분은 모든 창자가 3단락으로 일정하게 노래한다.
공명가는 사설이 수록된 6개의 잡가집에 동일하게 수록되어있으며, 다른 서도잡가에 비해 창자별로 취입된 음원에서도 노랫말의 차이가 거의 없는 편에 속한다. 사설의 내용은 『삼국지』중 촉한(蜀漢)의 재상 제갈량이 원군을 얻기 위하여 오나라의 남병산에 제단을 쌓고 동남풍이 불기를 기도하는 장면으로부터 공명을 잡으려고 추적하던 오나라의 서성과 정봉의 군대를 격퇴하고 조자룡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목까지를 노래한 것이다. 공명(孔明)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남병산(南屛山) 올라 단(壇) 높이 뫃고 동남풍 빌 제/ 동에는 청룡기(靑龍旗)요/ 북에는 현무기(玄武旗)요/ 남에는 주작기(朱雀旗)요/ 서에는 백기(白旗)로다 ...후략
공명가는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를 기본으로 확대하여 만든 악곡으로, 서도잡가의 특징이 잘 들어나는 대표악곡이다. 앞부분은 사설을 빠르게 엮어나가다 뒷부분에서 수심가조로 부르며 속도를 늦춰줌으로써 긴장과 이완이 대비되며 표현의 미를 드러낸다.
박기종, 『서도소리가사집』, 서도소리연구회, 2002. 김인숙, 김혜리, 『서도소리』, 민속원, 2009. 이성초, 『서도잡가』,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이성초(李星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