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무렵 서울에서 활동하던 소리꾼이 만들어 부르던 잡가의 한 종류
‘휘모리’라는 말은 ‘휘몰아간다’에서 유래된 말로 악곡이 ‘매우 빠름’을 의미한다. 잡가란 전통사회의 전문 소리꾼들이 부르던 노래를 총칭하는 말로 양반들이 즐겨 부르던 가곡, 가사, 시조와 같이 ‘정가’와 대비되는 용어이다. 조선 후기 양반·중인 등 지배 계층이 주로 향유하던 노래를 정가라고 하였고, 평민 가객이나 기층 민중 출신의 전문 소리꾼들이 부르던 노래를 잡가라고 불렀다. 휘모리잡가는 잡가 중에서도 서울지역 전문소리꾼들이 부르고 해학적인 사설 내용을 가진 잡가의 한 종류다.
휘모리잡가는 20세기초 만리재, 청파동 일대의 소리꾼이 활동하던 서울 사계축 일대에서 발생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권번을 통하여 기생들도 부르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여도 전문 소리꾼(잡가꾼)들은 농한기에 움집 또는 공청이라고 불리는 곳에 모여 소리를 불렀다고 한다. 처음에는 가사와 시조를 부르고, 이어서 경기잡가(12잡가)와 수잡가를 부르고, 마지막에 휘모리잡가를 부르고 노래판을 마무리했다고 한다.현재 전승되는 휘모리잡가는 〈만학천봉〉, 〈곰보타령〉, 〈병정타령〉, 〈기생타령〉, 〈육칠월 흐린 날〉, 〈생매잡아〉, 〈바위타령〉, 〈맹꽁이타령〉, 〈한 잔 부어라〉, 〈비단타령〉, 〈순검타령〉 의 11곡이다.
○ 연행시기 및 장소 휘모리잡가는 20세기 초 개화기 무렵 서울 지방에서 발생했다. 휘모리잡가의 노랫말에는 개화기 시절의 한양 도성의 풍물이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기생타령〉에는 ‘자동차’, ‘권번’ 등의 어휘가 등장하며, 〈병정타령〉을 통해서 구한말 신식 군대의 옷차림을 알 수 있다.휘모리잡가는 풀무골의 소리꾼 이현익(李鉉翼)이 휘모리잡가를 많이 지어 불렀다고 알려져 있으며, 1999년 7월 1일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되었다. ○ 음악적 특징 휘모리잡가는 대부분 전형적인 진경토리의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장단은 빠르게 몰아가는 자진(볶는)타령장단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종지는 시조처럼 4도 아래로 툭 떨어져서 종지하고, 창법은 잡가 창법과 시조 창법을 섞어서 부른다. ○ 형식과 구성 휘모리잡가는 형식과 창법 면에서 잡가와 시조의 관련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근대 전통음악 변천의 한 양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갈래이다.
휘모리잡가의 사설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당대의 풍물과 사회상을 짐작케 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사설을 촘촘하게 엮어 가는 창법이나 가락의 짜임새는 서구 대중음악의 랩(Rap)에 비유되기도 한다.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홍은주, 『휘모리잡가』, 민속원, 2011. 송은도, 「휘모리잡가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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