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적벽가(別 赤壁歌), 적벽가 별조(赤壁歌 別調), 화용도(華容道)
적벽대전의 한 대목을 경기소리로 엮은 《12잡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한 대목을 《12잡가》로 엮은 것으로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크게 패한 조조(曹操)가 관운장(關雲長)에게 구차하게 잔명(殘命)을 비는 광경과 관운장의 너그러운 덕으로 목숨을 건져 화용도(華容道)를 벗어나는 대목까지에 이른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적벽가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적벽가의 음계는 ‘레(re)-미(mi)-라(la)-도(do′)-레(re′)-미(mi′)’로 다른 잡가에 비해 단조로운 느낌으로 순차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적벽가는 중심음인 라(la)에 가장 많은 시김새가 붙는데, 이러한 시김새가 단조로운 선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음을 흔들어 내면서 흔드는 음보다 낮은음을 순차적으로 붙여 빠르게 감아 내려놓는 느낌을 주는 시김새나 음의 앞뒤로 여러 음을 순차적으로 붙여서 휘감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김새, 음을 흔드는 요성 등 다양한 시김새가 나타난다. 적벽가는 ‘라(la)-미(mi)-레(re)’의 하행종지로 곡을 이끌다가 곡의 후반부에는 ‘라(la)-레(re’)’의 상행종지를 사용해 흐름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적벽가는 ‘라(la)-미(mi)-레(re)’의 순차적인 하행종지를 한다. ‘적벽가’의 장단은 ‘6박장단’으로 되어있다. ○ 형식과 구성 적벽가는 통절형식으로 적벽대전 참패 후를 그리는 도입 부분과 조조와 관우의 대화, 이후 조조의 행적을 설명하는 결말의 세 부분으로 되어있다. 적벽가는 사설의 내용상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고 16마루로 나뉜다. 잡가는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악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삼강은 수전이요 적벽은 오병이라. 난데없는 화광이 충천하니 조조가 대패하여 화용도로 행할즈음에. 응포일성에 일원대장이 엄심갑옷에 봉투구 저켜 쓰고 적토마 비껴 타고 삼각수를 거스릅시고 봉안을 크게 뜹시고 팔십근 청룡도 눈 위에 선 뜻 들어 엡다 이놈 조조야 날다 길다 하시는 소리 정신이 산란하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을 살으소서 소장의 명을 장군전하에 비나이다. 전일을 생각하오 상마에 천금에 하마에 백금이라 오일에 대연하고 삼일에 소연할제 한수정후 봉한 후에 고대광실 높은 집에 미녀충궁 하였으니 그 정성을 생각하오. 금일 조조가 적벽에 패하여 말은 피곤 사람은 주리어 능히 촌보를 못하겠으니 장군후덕을 입사와 지이다. 네 아무리 살려고 하여도 사지 못할 말 듣거라. 네 정성 갚으려고 백마강 싸움에 하북 명장 범 같은 천하장사 안량 문추를 한 칼에 선듯 버혀 네 정성을 갚은 후에 한수정후 인병부 끌러 원문에 걸고 독행천리 하였으니 네 정성만 생각하느냐. 이놈 조조야 너 잡으러 여기 올 제 군령장 두고 왔다 네 죄상을 모르느냐. 천정을 거역하고 백성을 살해하니 만민도탄을 생각지 않고 너를 어이 용서하리 간사한 말을 말고 짧은 목 길게 느려 청룡도 받으라 하시는 소리 일촌간장이 다 녹는다. 소장을 잡으시려고 군령장 두셨으나 장군님 명은 하늘에 달립시고 소장의 명은 금일 장군전에 달렸소 어집신 성덕을 입사와 장군전하에 살아와 지이다. 관왕이 들읍시고 잔잉히 여기사 주창으로 하여금 오백도부수를 한편으로 치우칩시고 말 머리를 돌립시니 죽었던 조조가 화용도 벗어나 조인 만나 가더란 말가.
적벽가는『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한 대목을 12잡가로 엮은 노래이다.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크게 패한 조조(曹操)가 관운장(關雲長)에게 구차하게 잔명(殘命)을 비는 광경과 관운장의 너그러운 덕으로 목숨을 건져 화용도(華容道)를 벗어나는 부분까지 구성되어 있다. 사설은 상황을 설명하는 지문 “삼강은 수전이요 적벽은 오병이라~날다 길다 하시는 소리 정신이 산란하여”와 조조가 애걸하는 지문인 “비나이다 비나이다 잔명을 살으소서~장군후덕을 입사와 지이다”, 관우의 호통인 “네 아무리 살려고 하여도~일촌간장이 다 녹는다” 등으로 구성되어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적벽대전 참패후의 정황과 조조와 관우의 모습을 묘사하는 도입 부분, 조조와 관우의 대화, 조조가 관우에게 목숨을 애원하는 부분, 조조에게 호령하는 관우의 말, 다시 조조의 애원 순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은 조조와 관우의 대화 후에 상황이 종료되는 사설로 끝을 맺는다. 적벽가는 이러한 사설을 통절형식으로 불러 나가며, 내용적 측면에서 적벽대전 참패 후를 그리는 도입부분과 조조와 관우의 대화, 이후 조조의 행적을 설명하는 결말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기민요』, 민속원, 2008. 김영운, 『한국민요학』, 한국민요학회, 2002. 성경린 외, 『국악의 향연』, 중앙일보사, 1988. 송은주, 『12잡가의 시대적 변화양상 연구』, 민속원, 2016. 송은주, 『십이잡가, 우리의 삶과 자연의 노래』, 민속원, 2020. 이창배, 『가요집성』, 청구고전성악학원, 1954.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흥인문화사, 1974.
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