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중〈십장가〉 대목을 서울 긴소리의 한 형식인 《12잡가》로 부른 곡
십장가는 춘향이가 신관 사또의 수청(守廳)을 거역하면서 조롱관장(嘲弄官長)·거역관장(拒逆官長)의 죄목으로 형틀에 매어지고 집장사령에게 매 열대를 맞으며 각 매에 맞게 글을 부쳐 이부불경의 절개를 노래하는 사설로 엮어진 잡가이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십장가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십장가의 음계는 ‘레(re)-미(mi)-라(la)-도(do′)-미(mi′))’이며 중심음은 라(la)이다. 종지음은 최저음인 레(re)로 ‘라(la)-미(mi)-레(re)’로 순차적인 하행종지를 한다. 십장가는 다른 12잡가에 비해 긴 사설을 노래하는데, 이러한 사설을 단순한 선율에 시김새 없이 사설을 촘촘히 엮어 부른다는 점이 특징이다. 판소리의 아니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성은 선율보다 사설 전달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십장가는 12잡가 중에서 가장 좁은 음역대로 부르는데, 이로 인해 촘촘한 사설붙임에 음을 짚어 부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경기소리에서 ‘음을 짚어준다’의 표현은 같은 음을 연이어 부르며, 음을 명확하게 짚어 내서 음과 함께 사설을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도입 부분은 춘향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고 춘향이 매 열대를 맞으며 각 매에 맞게 글을 붙여 읊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춘향이 매 맞는 대목에 “~맞고 하는 말이”라는 사설이 반복되며, 이러한 사설을 노래할 때는 선율 또한 동일한 선율을 반목한다. 이에 후렴구는 없으나 다른 유절형식의 곡처럼 반복되는 선율이 나타난다. ○ 형식과 구성 십장가는 유절형식이며 모두 11마루로 나뉜다. 잡가는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악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전라좌도 남원 남문 밖 월매 딸 춘향이가 불쌍하고 가련하다. 하나 맞고 하는 말이 일편단심 춘향이가 일종지심 먹은 마음 일부종사 하쟀더니 일각일시 낙미지액에 일일칠형 무삼일고. 둘을 맞고 하는 말이 이부불경 이내몸이 이군불사 본을 받아 이수중분백로주같소 이부지자 아니어든 일구이언은 못 하겠소. 셋을 맞고 하는 말이 삼한갑족 우리 낭군 삼강에도 제일이요 삼촌화류 승화시에 춘향이가 이 도령 만나 삼배주 나눈 후에 삼생연분 맺었기로 사또 거행은 못 하겠소. 넷을 맞고 하는 말이 사면 차지 우리 사또 사서삼경 모르시나 사시장춘 푸른 송죽 풍설이 잦아도 변치 않소 사지를 찢어다가 사방으로 두르셔도 사또 분부는 못 듣겠소. 다섯 맞고 하는 말이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륜에도 제일이요 오날 올까 내일 올까 오관참장 관운장같이 날랜 장수 자룡같이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섯 맞고 하는 말이 육국유세 소진이도 날 달래지 못하리니 육례연분 훼절할 제 육진광포로 질끈 동여 육리청산 버리셔도 육례 연분은 못 잊겠소. 일곱 맞고 하는 말이 칠리 청탄 흐르는 물에 풍덩실 넣으셔도 칠월칠석 오작교에 견우직녀 상봉처럼 우리 낭군만 보고지고. 여덟 맞고 하는 말이 팔자도 기박 하다 팔괘로 풀어봐도 벗어날 길 바이없네 팔년풍진초한시에 장량 같은 모사라도 팔진광풍 이 난국을 모면하기 어렵거든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애를 쓴들 무엇하리. 아홉 맞고 하는 말이 구차한 춘향이가 굽이굽이 맺힌 설움 구곡지수 어니어든 구관자제만 보고지고. 열을 맞고 하는 말이 십악대죄 오늘인가 십생구사 할지라도 시왕전에 매인 목숨 십육세에 나는 죽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전 비나이다. 한양계신 이 도령이 암행어사 출도하여 이내 춘향을 살리소서.
십장가는 집장사령이 춘향에게 매를 때리는 《춘향가》의 대목을 잡가로 노래한 것이다. 매 열대를 맞으면서 각 매의 순번에 맞게 글을 엮어 춘향 자신의 변치 않는 절개를 묘사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기도 하며, 매우 유교적인 사설로 구성되어 있다. 옛 가집에 수록된 사설이나 녹음 기록을 살펴보면 사설을 다르게 부르기도 했다. 십장가에 후렴은 없으나, “∼맞고 하는 말이”라는 구절이 사설의 앞부분에 항상 등장하며, 비슷한 선율로 노래하기 때문에 후렴의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후렴구는 없으나 다른 유절형식의 곡처럼 반복되는 선율을 가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경기민요』, 민속원, 2008. 김영운, 『한국민요학』, 한국민요학회, 2002. 성경린 외, 『국악의 향연』, 중앙일보사, 1988. 송은주, 『12잡가의 시대적 변화양상 연구』, 민속원, 2016. 송은주, 『십이잡가, 우리의 삶과 자연의 노래』, 민속원, 2020. 이창배, 『가요집성』, 청구고전성악학원, 1954.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흥인문화사, 1974.
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