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가(月令歌)
20세기에 완성된 노래로 <사친가>, <적수단신가>, <매화타령> 등 서로 다른 내용의 세 가지 노래가 합쳐진 잡가
달거리는 전문예인집단에서 유희나 수련을 위해 부르던 노래로 서로 다른 내용의 <월령가>, <적수단신가>, <매화타령>이 합쳐진 노래이다. 20세기에 완성되었으나 귀에 익고 반복적인 곡조와 이해하기 쉬운 사설로 12잡가 중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매화타령>의 인기에 더불어 전국적으로 전파된 잡가이며, 서울·경기지역의 사투리와 경토리로 표현되는 12잡가의 대표곡이다.
달거리는 〈월령가(月令歌)〉로도 불린다. 〈월령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달거리의 앞부분으로 “네가 나를 볼양이면 심양강(潯陽江) 건너와서~”부터 후렴“~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까지이다. 이 부분은 조선시대 작자⋅연대 미상의 내방가사인 〈사친가〉의 한 대목으로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며 읊은 노래이다. 월령체(月令體)로 되어있으며 가사 구조는 12단(段)으로 나뉜다. 〈사친가〉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다. "정월(正月)이라 십오일(十五日)에 완월(玩月)하는 소년들아, 흉풍(凶豊)도 보려니와, 부모봉양(父母奉養) 생각세라…." 〈사친가(思親歌)〉의 한 대목으로 정월부터 삼월에 해당하는 절기가 달거리의 사설로 사용 되었다. “적수단신(赤手單身) 이내 몸이~나하에 지루에도 산이로구나”는 〈적수단신가(赤手單身歌)〉의 한 대목이며 끝부분은 “좋구나 매화로다~”로 시작하는 〈매화타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수단신가〉는 〈경산타령〉이라고도 불리며 〈경산타령〉을 〈매화타령〉과 함께 부를 땐 곡명을 달거리라고도 했다. 박춘재의 원반 KABO941, 닛노홍 K214A(6037)에 〈경산타령〉,〈화타랑〉으로 그 녹음이 남아있으며 20세기 초에는 〈경산타령〉만을 따로 떼 내어 부르기도 했다. 〈매화타령〉은 〈매화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12가사》 중의 하나인 〈매화가〉와는 전혀 다르다. 《경기12잡가》의 하나인 달거리(月齡歌)의 후반부 사설과 같다. 경기민요이던 것을 달거리 뒤에 편입시킨 것이다. 가사 중의 매화는 꽃이 아니라 기명(妓名)을 뜻한다. 달거리의 노래 구성은 〈사친가〉, 〈적수단신가〉,〈매화타령〉이 합쳐진 세 노래 조합형의 《12잡가》이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달거리는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애창되었으며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잡가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 주로 민간의 유희 장소나 겨울철 파움 등에서 불렀다고 한다. ○ 음악적 특징 세 노래 조합형의 달거리의 음계는 각각의 음 구성에 차이가 있지만 크게는 경토리의 음 조직을 갖추고 있다. 달거리를 구성하는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 미(mi′)-솔(sol′)-라(la′)’이며 중심음은 도(do′)이다. 달거리의 <월령가>와 <매화타령> 부분은 도(do′)에서 솔(sol)로 하행종지하며, <적수단신가>는 중심음 도(do’)로 평행종지한다. 달거리에는 음의 앞뒤로 여러 음을 순차적으로 붙여서 휘감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김새가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경토리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시김새이다. 달거리는 ‘세마치장단’, ‘6박장단’. ‘굿거리장단’ 장단으로 구성되어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함께 독특한 말부침을 보인다. 세 부분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부분마다 서로 다른 후렴구를 지니고 있다. “네가 나를 볼 양이면~”으로 시작되는 〈월령가〉 부분은 세마치장단으로 되어있으며 정월부터 삼월까지의 사설만 부른다. “이 신구(新舊)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일조郎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로 되어있는 후렴구 사설의 원래 의미는 “이 친(親)구 저 친구 잠자리 내 친구 일조낭군(일조郎君)이 네가 내 건곤(乾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라는 뜻이며 언어유희를 보여주는 후렴구는 사랑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라는 이유로 잡가 중에서 격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적수단신가〉의 후렴은 “나하아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로 별다른 의미는 없는 입타령조의 후렴이다. 〈매화타령〉부분의 후렴은 누구나 들으면 따라 할 수 있는 단조로운 곡조에 매화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불러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 형식과 구성 달거리는 유절형식이며 11마루로 〈월령가〉4마루,〈적수단신가〉3마루,〈매화타령〉4마루로 되어있으며 《12잡가》에서 상행종지, 하행종지, 평행종지의 모든 종지 형태가 나타나는 유일한 곡이다. 세 노래 조합형인 달거리의 종지음과 종지형태는 변화가 많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잡가를 부르는 창자의 모습이 정적인 것과 대비된다. 달거리는 잡가 중에서도 민속 음악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즉흥성과 유연성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잡가는 독창자와 장구 반주만으로 단조롭게 부르기도 하지만, 여러 명의 창자가 함께 부르기도 하고 반주 악기를 사용해서 부르기도 한다. 특히 달거리는 뒷부분에 매화타령이 있어서 반주를 수반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반주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사용되며 그 외의 악기를 편성하기도 한다.
네가 나를 볼 양이면 심양강 건너와서 연화분에 심었던 화초 삼색도화 피었더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정월이라 십오일에 망월하는 소년들아 망월도 하려니와 부모봉양 생각세라.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이월이라 한식날에 천추절이 적막이로다 개자추의 넋이 로구나 면산에 봄이 드니 불탄 풀 속잎이 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삼월이라 삼진날에 강남서 나온 제비 왔노라 현신 한다. 이 신구 저 신구 잠자리 내 신구 일조낭군이 네가 내 건곤이지. 아무리 하여도 네가 내 건곤이지. 적수단신 이내 몸이 나래 돋친 학이나 되면 훨훨 수루루룩 가련마는. 나하아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안올림 벙거지에 진사상모를 덤벅 달고 만석당혜를 좌르르르르 끌며 춘향아 부르는 사람의 간장이 다 녹는다. 나하아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경상도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둘러 있고 전라도 지리산은 뒤치강이 둘러있고 충청도 계룡산은 공주 금강이 다 둘러 있다. 나하아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 아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인간이별 만사중에 독수공방이 상사난이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안방 건너방 가루닫이 국화새김에 완자무늬란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자고 그저께 밤에는 구경 가고 무슨 염치로 삼승 버선에 볼 받아 달라느냐.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무로 치며는 행자목 돌로쳐도 장군석 음양을 쫓아 마주섰고 좌펑룡 우백호 한가운데는 신동이 거북의 잔등이 한나비로다.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디여라 사랑도 매화로다. 나돌아감네 나돌아감네 떨떨거리고 나돌아 가누나. 좋구나 매화로다 어야 더야 어허야 에 두견이 울어라 사랑도 매화로다.
《12잡가》 달거리를 달거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처음 시작 부분이 ‘달거리 형식’의 사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달거리 형식’의 노래는 1월부터 12월까지 12달에 따라 사설을 붙여서 부른 형식의 노래를 이르는 말로 흔히 달거리 또는 〈월령가(月令歌)〉라고 한다. 그런데 《12잡가》달거리의 경우는 12달의 노래가 모두 있지는 않다.달거리 앞부분에 정월령, 이월령, 삼월령의 세 노래가 나오는데 이 사설은 조선시대 작자⋅연대 미상의 내방가사로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워하며 읊은 월령체(月令體)의 내방가사 〈사친가(思親歌)〉의 일부이다. 〈사친가〉에는 12달의 노래가 모두 있으나 《12잡가》 달거리는 그 중 앞의 세 달의 노래만을 차용했으며, 그 내용도〈사친가〉의 각 월령의 앞부분 몇 구절만 있다. 달거리의 두 번째 사설 부분은 〈적수단신가〉인데 “적수단신(赤手單身) 이내 몸이”부터 “나하에 지루에도 산이로구나”까지 부분이다. 〈적수단신가〉는 〈경산타령〉이라고 불리며 〈경산타령〉을 〈매화타령〉과 함께 부를 땐 곡명을 달거리라고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 두 번째 사설 부분은 〈적수단신가〉또는 〈경산타령〉이라는 제목으로 《12잡가》달거리 이전부터 불렸었다. 세 번째 사설 부분은 <매화타령>인데 “좋구나 매화로다∼”부터 “두견이 울어라 사랑도 매화도로다”까지를 노래 부른다. <매화타령>은 <매화가>라고도 불린다. <매화타령> 부분은 12가사 중의 하나인 <매화가(매화타령)>과는 완전히 다른 노래로, 경기민요로 불리다가 달거리의 뒷부분에 편입되었다. 가사 중의 매화는 꽃이 아니라 기생의 이름을 뜻한다. 달거리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잡가 중 하나이며, 세 곡이 합쳐진 형태의 노래로 잡가의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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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宋銀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