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 정선아리랑
강원도 정선에서 전승되는 <정선 엮음아라리>를 경기민요 소리꾼들이 수용하여 변화시킨 통속민요
정선아리랑은 경기민요 가창자들이 강원도 정선 지역의 향토민요인 <정선 엮음아라리>룰 통속화한 것이다. 엮어 부르는 가창 방식은 동일하나 장단 및 사설, 시김새 등을 변화시켜 전문적인 음악성을 강조한 민요이다.
정선아리랑의 유래에 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강원도 정선의 향토민요인 <엮음아라리>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민요 명창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정선아리랑의 유래에 관한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1948년 강원도 순회공연 중 <정선아라리>를 듣고 이창배(李昌培)가 이를 무대소리로 엮어 김옥심(金玉心)에게 부르게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김옥심이 곡을 구성하여 이창배 앞에서 부른 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설로 미루어 볼 때, 통속민요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향토민요 <정선 엮음아라리>를 바탕으로 하여 김옥심이나 이창배에 의해 새롭게 재구성된 신민요류 악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선아리랑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 강원도 향토민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유성기음반과 경성방송국 방송곡목에서도 통속민요 정선아리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생성과 유행이 일제강점기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정선아리랑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경기명창 김옥심이 음반에 취입하여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일설에 의하면 최초의 녹음이 1940년대 후반이라 하지만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음반 번호와 음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김옥심이 노래하여 1956년 발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킹스타 K5833 음반과 1957년으로 추정되는 K6611 음반이다. 초기 정선아리랑의 음반 취입과 대중적인 유행에 김옥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정선아리랑은 김옥심 이외에도 이은주(李銀珠, 1922~2020)ㆍ묵계월(墨桂月, 1921~2014) 등의 경기명창들에 의해 불리며 유행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경기민요 가창자들에 의해 연행 곡목의 하나로 애창되고 있다.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향토민요인 <정선 엮음아라리>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것이므로 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음역이나 선율의 흐름, 빠르기 및 장단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공통된 특징으로는 미(mi)-솔(sol)-라(la)도(do′)-레(re′)의 5음을 기본으로 하는 메나리토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과 음계의 최저음으로 하행하여 종지한다는 점이 있다. 한편, 향토민요 <정선 엮음아라리>는 메나리토리의 최저음인 미(mi)음을 중심으로 선율이 진행되는 데에 비해 정선아리랑은 라(la)음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은 라(la)를 중심으로 선율이 진행되나, 미(mi)와 솔(sol), 도(do′) 등을 활용하여 다채로운 선율을 구성하기도 한다. <정선 엮음아라리>는 3소박 3박의 일정한 박자 구조를 가지지만 정선아리랑은 3소박 3박을 비롯하여 2소박 2박이나 2소박 3박 등 다양한 장단으로 불린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즉 정선아리랑은 향토민요 <정선 엮음아라리>의 음조직 체계를 바탕으로 전문 가창자들의 음악성이 더해져 장단과 선율이 변화되고, 무대용 음악으로 새롭게 새롭게 재구성한 민요이다.
정선아리랑의 노랫말은 약 10여 수 정도로 <정선 엮음아라리>의 노랫말이 무수히 많고 다양한 것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다. 정선아리랑의 주제는 주로 애정이나 신세한탄 등에 대해 노래한 것이 많으며, 후렴과 사설,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연행할 때에 가창자들은 이를 순서대로 부르기도 하고 혹은 사설, 소리, 후렴의 순으로 부르기도 한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사설)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정사 법당 뒤에 칠성단 모두모고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나달라고 석달열흘 (소리) 노구메 백일 정성을 말고 타관객리에 외로히 난 사람 괄세를 마라
『한국음악』 제7집, 국립국악원, 1970, 66쪽
정선아리랑은 원래 강원도 향토민요인 〈정선 엮음아라리〉의 메나리토리 음조직이나 엮어나가는 방식은 차용하되 장단 및 시김새, 선율의 운용 방식을 새롭게 한 것이다. 따라서 향토민요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음악적 방식으로 통속민요화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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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은(鄭諝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