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ㆍ충청ㆍ경상도의 삼남지방에서 불린 민요
남도민요는 전라도·충청도·경상도 지방에서 전문음악인이나 민중들에 의해 불린 민요를 가리킨다. 〈농부가〉ㆍ〈강강술래〉ㆍ〈진도아리랑〉ㆍ〈육자배기〉ㆍ〈흥타령〉ㆍ〈둥가타령〉ㆍ〈뱃노래〉ㆍ〈방아타령〉ㆍ〈성주풀이〉ㆍ〈쾌지나칭칭나네〉ㆍ〈상주모심기〉ㆍ〈금강산타령〉ㆍ〈개고리타령〉ㆍ〈까투리타령〉ㆍ〈동백타령〉ㆍ〈동해바다〉ㆍ〈통영 개타령〉 등의 통속민요와 그 밖에 일을 할 때나, 인간의 통과의례와 각종 의식에서, 또는 놀이할 때 부르는 다수의 향토민요가 있다. 통속민요 중 〈육자배기〉, 〈개고리타령〉 등은 남도잡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노래는 남도음악의 음 구성과 선율진행을 보여주는 육자배기토리로 부르며 메기고 받는 가창 방식을 사용한다. 남도민요 가운데 진도군과 해남군에서 전승되는 《강강술래》와 진도군 인지리마을 주민들이 논농사를 할 때 부르는 《남도들노래》는 일찍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남도잡가는 2001년 전남무형문화유선으로 지정되어 활발한 전승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요의 기원은 『고려사』 「악지」에 수록된 〈정읍〉이나 〈선운산〉, 그리고 〈무등산〉 등의 백제가요가 민중의 삶과 관련된 노래라는 점과 신라 향가 〈서동요〉가 백성들이 널리 불렀다는 점을근거하여 문자로 기록된 문학작품으로 전승되는 노래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구전으로 전승되는 민요의 특성상 그 역사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남도민요의 대표 악곡인 《강강술래》의 노랫말이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 쳐들어온다’는 “강강수월래”에서 유래되어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오히려 민간에서 즐긴 놀이 형태의 술래놀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ㅇ 용도 남도민요는 흔히 전라도 지방의 민요를 일컬으나, 넓게는 삼남지방의 민요를 가리킨다. 남도민요는 전문음악인들에 의해 공연용으로 불리는 통속민요, 일반 민중들이 삶 속에서 즐겨 부르던 향토민요로 나뉜다. 통속민요에는 개화기 이후 새롭게 민요풍으로 작곡된 신민요가 포함된다. 통속민요에 속하는 〈육자배기〉ㆍ〈흥타령〉ㆍ〈둥가타령(남원산성)〉 등은 남도명창들이 부른 대표적인 공연용 레퍼토리이다. 그 중 〈육자배기〉, 〈흥타령〉은 잡가 소리꾼이 즐겨 부르기 때문에 잡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농부가〉ㆍ〈뱃노래〉ㆍ〈방아타령>은 판소리의 삽입가요가 독립된 악곡이며, 〈진도아리랑〉ㆍ〈물레타령〉ㆍ〈강강술래〉는 향토민요였던 노래를 세련되게 다듬은 곡이다. 굿에서 성주신을 기리는 노래로 불리던 〈성주풀이〉는 민가에 퍼져 민요화된 노래이며, 경상도 민요 〈쾌지나칭칭나네〉ㆍ〈상주모심기>는 인접 지역의 향토음악이 수용된 것이다. 남도명창들이 즐겨 부르던 신민요는 〈금강산타령〉ㆍ〈꽃타령〉ㆍ〈까투리타령〉ㆍ〈달맞이〉ㆍ〈동백타령〉ㆍ〈신뱃노래〉ㆍ〈동해바다〉·〈통영 개타령〉 등이 있다. 향토민요에는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부르는 일노래, 삶의 행복을 기원하는 노래 및 통과의례와 관련된 의식요, 그리고 놀이를 하면서 부르는 유희요의 세 가지 범주가 존재한다. 남도지방은 주산업이 논농사이기 때문에 논농사요의 비중이 많다. 논농사요에는 〈모찌는소리〉ㆍ〈모심기소리〉ㆍ〈논매기소리〉ㆍ〈장원질소리〉ㆍ〈물품는소리〉 등이 있다. 이 노래는 주로 논농사를 담당하는 남성들이 주로 불렀으나 진도 · 해남 · 신안 등지의 도서지역에서는 남성은 어업을 전담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여성들이 농요를 부르기도 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남도들노래》는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농요를 부른다. 논농사요 이외에 여성들이 일할 때 부르는 노래에는 〈밭매는소리〉ㆍ〈시집살이노래〉ㆍ〈방아소리〉ㆍ〈맷돌소리〉ㆍ〈베틀노래〉 등이 있다. 의식요는 통과의례와 관련된 장례요가 대부분이다. 운구를 하면서 부르는 〈상여소리〉, 장지에 도착해서 산일을 하면서 부르는 〈달구소리〉와 〈가래소리〉 등의 노래가 있다. 유희요는 다양한 놀이 과정에서 가창된다. 〈강강술래〉와 〈놋다리밟기〉는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놀이를 하며 부르는 노래이며, 〈한글풀이〉나 〈숫자풀이〉는 말의 어휘를 가지고 놀면서 부른다.
가창 방식은 메기고 받는 형식이 일반적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메기고 받는 방식은 한 명이 소리를 메기면 여러 명이 제창으로 후렴구를 받아서 노래하는 방식으로 유절형식으로 된 통속민요나 향토민요에 속하는 일노래를 부를 때 여러 명이 규칙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 과정에서 주로 나타난다. 받는소리는 노랫말과 선율이 고정되어 있으나 메기는 소리는 가창자에 따라 가사가 바뀌며, 선율 또한 변주가 가능하다.
반주악기 편성에 있어서 통속민요는 전문음악인들이 부르기 때문에 가야금ㆍ거문고ㆍ피리ㆍ대금ㆍ아쟁ㆍ장구 등으로 구성된 기악 반주가 따르며, 일정한 장단에 맞추어 연주한다. 향토민요 가운데 논농사요는 집단으로 이루어진 고된 노동의 작업에 신명을 불어넣기 위해 다수의 농악패들이 연주하는 타악반주가 따른다. 반면, 여성 혼자서 밭일을 한다거나 길쌈질을 할 때 부르는 가사노동요는 물동이에 물을 반쯤 담고 바가지를 엎어 놓고 치는 물방구나 바가지를 방석 위에 놓고 그 위에 목화솜을 타는 활의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활방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 음악적 특징 장단은 중모리(조금 느린 12박)와 중중모리(중간속도의 4박)가 흔하게 쓰이며, 진양조(느린 6박), 굿거리(중간속도의 4박), 자진모리(빠른 4박), 단모리(매우 빠른 4박) 등이 더러 사용되고 있는데 판소리나 산조에 쓰이는 장단과 같다. 남도민요의 대부분은 남도음악 특유의 음 구성과 선율진행을 보여주는 육자배기토리로 부른다. 육자배기토리는 ‘미(mi)-라(la)-시(si)-도(do´)-레(re´)-미(mi´)’로 구성되는데, ‘미(mi)’는 굵게 떨어주고, ‘라(la)’는 평으로 내며, ‘도(do´)’는 ‘시(si)’로 짧게 꺾어 흘러내린다. 종지는 ‘라(la)’로 하나, 간혹, ‘미(mi)’로 맺기도 한다. 느린 속도로 부르는 민요는 육자배기토리의 시김새가 잘 드러나지만, 속도가 빠른 노래에서는 ‘미(mi)’를 요성하기 어렵고, ‘도(do´)-시(si)’의 꺾는 음 중 ‘시(si)’가 생략된 채 ‘미(mi), 라(la), 도(do´)’ 3음을 주로 사용한다. 《강강술래》 모음곡 중 〈자진강강술래〉ㆍ〈청어엮기〉ㆍ〈지와밟기〉ㆍ〈남생아놀아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육자배기토리 외에도 남도경토리로 부르는 민요가 더러 있다. 남도경토리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 5음으로 구성되는 점이 경토리 음계와 같다. 하지만 최저음 ‘솔(sol)’을 떨어준 뒤 ‘라(la)’를 거치지 않고 4도 위 음인 ‘도(do´)’로 진행될 때, ‘솔(sol)’이 육자배기토리의 떠는 음 역할을 하며, 4도 위 ‘도(do´)’는 종지음이자 중심음으로 쓰인다. 출현음 중 ‘라(la)’와 ‘미(mi´)’는 생략되거나 출현 빈도가 낮다. 〈성주풀이〉가 그 대표적인 노래이다.
[명칭] 전남 장성군 《논 매는 소리》 〈자진두름박〉
[노랫말] 전남 장성군 북이면 백암리 용산마을에서 부르는 맏물(마지막 논매기, 세벌) 소리. 초벌과 두벌 맬 때는 〈호맹이질 소리〉에 이어 〈긴두름박소리〉를 부르며, 세벌을 할 때는 〈긴두름박소리〉를 부르다가 〈자진두름박소리〉로 마무리한다. 받는소리는 ‘뚜르르름마 허어허’를 반복하며, 메기는소리는 다양한 내용의 노랫말을 만들어 가창한다. <받> 뚜르르름마 허어허 뚜르르름마 허어허 <메> <받> 오동추야 달 밝은데 뚜르르름마 허어허 임의 생각이 간절이로고나 뚜르르름마 허어허 잘도 허네 잘도 허네 뚜르르름마 허어허 우리 농부들 잘도나 허네 뚜르르름마 허어허 가세 가세 어서 가세 뚜르르름마 허어허 이술 건너 백로 가세 뚜르르름마 허어허 다 제웠네 다 제웠네 뚜르르름마 허어허 우리 농부들 다 제웠네 뚜르르름마 허어허 다 되얐네 다 되얐네 뚜르르름마 허어허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 –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504쪽.
[명칭] 전남 나주군 〈시집살이노래〉
[노랫말] 전남 나주군 동강면 옥정리 봉추마을에서 부르는 시집살이노래.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하며 시집 식구와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으로 부른다. 어매어매 각시어매 베 잘 짜먼 뭣 헌당가 대안에 복숭 다 따먹고 나 한 쪽도 안 준다네 앞산 밭에 마늘 갈아 뒷산 밭에 상추 갈아 꼬치 마늘 맵다 해도 시숙같이 매울손가 호박 범벅이 멀끄런들 동서 같이 멀끄런까 해당화가 이무런들 님으같이 이무럴까 둥당에덩 둥당에덩 당기 둥당에 둥당에 덩
김미영 외, 『나주전통음악예인들』, 나주문화원, 2020. 64쪽.
남도민요는 남도지방의 민중들이 일을 하거나 놀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에도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표현한 음악이며, 민중이 살아온 삶의 과정과 모습이 민요라는 거울로서 투영된 것이다. 이러한 노래는 개인의 한 사람에 의해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 구성원의 사회적 합의에 만들어지는 공동창작품이며 오랜 시간을 거쳐 전승되었기에 기층음악어법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추어 현시대의 음악을 담아내고 있기에 우리의 귀중한 음악문화의 복합체로서 가치가 있다.
강강술래: 국가무형문화유산(1966),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9) 남도들노래: 국가무형문화유산(1973) 남도잡가: 전남도무형문화유산(2001)
김미영 외, 『나주전통음악예인들』, 나주문화원, 2020. 김영운, 『국악개론』, 음악세계, 2015.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 –전라남도편-』, 문화방송, 1993. 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집문당, 2006.
김미영(金美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