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타령(아롱打令)
본조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이 유행한 이후 생성된 신민요
해주아리랑은 곡명으로 인해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불리던 아리랑이라고 추정되어왔으나, 음악적 요소에서 서도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실제 해주에서 생성, 전승되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나운규(羅雲奎, 1902~1937)의 영화 ‘아리랑’(1926)의 주제가로 쓰인 <본조아리랑>이 크게 유행한 이후 그 영향으로 생겨난 여러 아리랑 중 한 곡이다.
중국동포가 부른 해주아리랑은 <본조아리랑>과 거의 같은 선율이며, 남한의 해주아리랑은 <밀양아리랑>과 닮았다. 그리고 서도민요의 음조직이 아닌 경기민요의 음조직으로 불린다. 또 황해도민요에는 이 곡과 유사한 곡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 곡은 일제강점기 무렵 본조아리랑의 영향으로 생성된 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정선아리랑>은 정선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에서 불리던 <아라리>를 바탕으로 한 곡이고, <진도아리랑>은 진도를 비롯한 전라도 일대에서 불리던 <산아지타령>에서 비롯된 곡이다. 이처럼 지명이 앞에 붙은 곡들이 실제 그 지역에서 널리 불린 예도 있으나, 해주아리랑은 그런 경우로 보기 어렵다.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민요 연주자나 일반 가수에 의해 공연과 방송을 통해 연행되면서 일반에 알려진 듯하다. 오늘날에는 경기소리와 서도소리 전문가들이 무대에서 즐겨 부른다. ○ 음악적 특징 해주아리랑은 3/♩.박자인 세마치장단에 맞추어 반경토리(베틀가조)로 부르며,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반경토리의 음계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라(la)와 미(mi′)이다. 종지음은 대체로 라(la)로, 해주아리랑의 종지음 또한 라(la)이다. 5개의 구성음을 고루 쓰며, 순차 위주의 선율 진행을 보이고, 일반적으로 시김새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간혹 최저음인 라(la)를 얕게 떠는 경우도 있다. 해주아리랑은 후렴과 본절이 동일한 선율로, 모두 미(mi′)에서 평으로 낸다. 그러나 본절의 둘째 장단에서는 역동적으로 상행하여 후렴과 대비를 이루는데 이러한 부분이 특징적이다.
○ 형식과 구성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본절과 후렴 모두 네 장단이며, 유사한 선율을 노래하는 A-A´의 구성이다. 본래 장구 반주에 여럿이 입창으로 불렀으나, 오늘날에는 대체로 선율악기가 추가된 편성의 반주에 맞추어 부른다. 이때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등이 쓰인다.
대부분의 〈아리랑〉이 그렇듯 남녀 간의 연정(戀情)이나 일상의 애환과 시름을 노래한 내용이다. (후렴) 아리 아리 / 얼쑤 / 아라리 / 요 / 아리랑 / 얼씨구 / 노다 가 / 세 / 아리랑 / 고개는 / 웬 고갠 / 가 / 넘어갈 적 / 넘어올 적 / 눈물이 난 / 다 / 저기 가는 / 저 아가씨 / 눈매를 보 / 소 / 겉눈을 / 감고서 / 속눈만 떴 / 네 / 뒷동산 / 진달래 / 만발하 / 고 / 솥적다 / 새 소리 / 풍년이라 / 네 / 시집갈 / 큰애기 / 홀로 앉 / 아 / 여러 가지 / 궁리에 / 마음만 타 / 네 / 알뜰살뜰 / 오순도순 / 약속을 하 / 고 / 녹두나물 / 변하듯 / 싹 토라졌 / 네 / 아가씨 / 댕기에 / 달린 석웅 / 황(石雄黃) / 총각의 / 염랑이 / 제격일 / 세 /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335쪽.
중국동포의 해주아리랑이 <본조아리랑>과 비슷하고, 남한의 해주아리랑은 <밀양아리랑>과 비슷하다는 데서 당시의 여러 아리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충남 예산과 아산에서 전승되어온 <아산아리랑>과 <독립군아리랑> 역시 <밀양아리랑>과 같은 곡이다. <영천아리랑>은 <자진아라리>와 같은 곡이며, ‘아라린가 지랄인가 용천인가’라는 노랫말이 비속하여 ‘아라린가 쓰라린가 영천인가’로 바꾸어 부른 것이지, 경북 영천과는 무관하다. <진도아리랑>에는 진도가 나오지 않고 문경이 나온다. 요컨대 지역명을 붙인 각종 아리랑이 반드시 그 지역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주아리랑은 초등 교과서에 소금 기악곡(6학년)과 감상곡(3학년)으로 실렸고, 중고등 교과서에는 가창곡(2학년)과 감상곡(1, 2학년)으로 실렸다.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김영운, 「해외 동포사회의 아리랑계 악곡 연구」, 『한국민요학』 48, 2016. 김혜정, 「2015 개정 음악교과서의 아리랑 수록 현황과 교육적 지향」, 『한국민요학』 56, 2019. 조석연, 「아산아리랑과 광복군아리랑의 기원에 대한 연구」, 『한국민요학』 43, 2015.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