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내용의 후렴에 서정적 내용의 본절을 노래하는 황해도지방의 대표적 민요
산염불은 대개 <긴염불>을 말하며, <해주산염불>이라고도 한다. 긴염불은 도드리장단 또는 삼분박 중모리장단에 수심가토리(수심가조)로 부르며, 대개는 뒤에 굿거리 또는 타령장단의 <자진염불>을 이어 부른다. 후렴의 ‘아미타불이로다’ 사설 이외에는 불교와 관련 없는 내용이 많다. <개성산염불>은 선율과 후렴구가 다소 다르다.
근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평양굿의 <긴염불>과 같은 서도 지방의 염불무가에서 통속민요 긴염불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20세기 초의 음반 및 자료집에 수록된 산염불 곡은 사당패 소리와 관련을 보이는 <개성산염불>인 경우가 많다. 현행으로 이어지는 <긴염불>은 1930년대 이후 점차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산염불 계통의 대표적 곡이 되었다는 연구가 있어, 산염불 계통의 곡이 모두 <긴염불>에서 파생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서도 사당패의 주요 곡목은 <놀량사거리>였는데, <사거리> 뒤에 산염불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그러므로 초기에는 사람들이 모인 야외의 장소에서 연희 형태로 연행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서도소리 전문가들에 의해 곡이 점차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산염불 계통의 파생곡들이 생성되면서 무대에서 주로 불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현지 음원을 모은 MBC의 북한민요전집 북녘땅 우리 소리에는 장재천(張在天, 1922~?)과 김관보(金官寶, ?~1921)가 부른 산염불이 각 1곡씩 수록되었다. ○ 음악적 특징 산염불은 삼분박 12박자의 중모리장단, 또는 6/♩.박자인 도드리장단에 맞추어 수심가토리(수심가조)로 부르며, 일자다음식(一字多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자진염불>은 한배가 빨라지면서 4/♩.박자인 굿거리 또는 타령장단에 맞추어 부르며,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붙임새가 많아진다. 수심가조(수심가토리)의 음계는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구조로 되어있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레(re)와 라(la)이며, 종지음은 최저음인 레(re)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산염불은 라(la)로 종지한다. 제3음 솔(sol)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고, 위의 핵음 라(la)를 아래로 깊게 떨며, 간혹 솔(sol)을 위로 깊게 떨기도 한다. 두 핵음 위의 음인 미(mi)와 도(do′)에서 퇴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산염불의 후렴은 낮은 도(do)에서 평으로 내며, 본절은 도(do´)에서 내거나 미(mi´)에서 질러낸다. 본절의 선율은 창자마다 조금씩 다르나, 본절과 후렴의 종지구는 대부분 같은 선율로 불러서 전체적으로 통일감이 있다. <자진염불>은 미(mi´)에서 질러내어 시작하여 본절 역시 질러내거나 평으로 내고, 후렴은 산염불과 같이 도(do´)를 활용하여 평으로 낸다.
○ 형식과 구성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본절과 후렴의 앞부분은 선율이 다르나 종지구는 거의 같다. 대체로 장구 반주에 여럿이 입창으로 부르며, 선율악기를 포함한 실내악 편성의 반주에 맞추어 부르기도 한다. 실내악 편성의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등이 쓰인다.
후렴구를 제외하면 불교와 그다지 관계없는, 연정(戀情)이나 처량한 심경을 표현한 내용이 많다. 산염불과 〈자진염불〉은 후렴구를 “에헤 에헤야 아미타불이로다”로 부르나, 〈개성산염불〉은 “니나노나요 나니가 난실레요 니나노 나노가 산이로다”로 부른다. 〈자진염불〉은 〈긴염불〉에 비해 불교나 무속과 관련된 노랫말이 상대적으로 많다. (후렴) 에-헤에 에헤헤 아미 / 타아 아허야 불이로다 / 어젯밤에 꿈 좋더니 / 임에게서 편지 왔소 / 그 편지를 받어 들고 / 가슴 위에 얹었더니 / 인철지(印綴紙) 한 장이 무겁겠소마는 / 가슴이 답답하여 못 살겠네 아희야 연수(硯水)처라 / 님에게로 편지 쓰자 / 검은 먹 흰 종이는 님의 옥안(玉顔)을 보련마는 / 저 붓대 그리고 못 보니 / 너나 내나 일반이라 활 지어 송지(松枝) 걸고 / 석침(石枕) 베고 누웠으니 /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 아마도 이 산중에 / 사무한신(事無閑身)은 나뿐인가 / 서산명월(西山明月)이 다 넘어가고 / 벽수비풍(碧樹飛風)은 슬슬 부는데 / 새벽 종다리 우지지는 소리 / 아니 나던 심정이 절로 난다 / 서산낙조(西山落照)에 떨어지는 해는 /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 황천길은 얼마나 먼지 / 한 번 가면은 영절(永絶)이라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309~607쪽.
산염불은 불가(佛歌) 또는 무가(巫歌)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왔으나, 근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당패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사당패가 절에 의지하여 활동한 유랑연예집단임을 감안하면 불가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또 평양굿의 <긴염불>과 같은 서도의 염불 무가와 선율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산염불이 무가에서 비롯되었다는 보는 견해도 타당성이 있다. 곡명에 불교 용어인 ‘염불(念佛)’이라는 명칭이 붙기는 하나, 후렴 외에는 불교와 그다지 관계없는 서정적 내용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산염불이 대중성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종교적 색채가 옅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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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