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민요의 하나로 <긴난봉가>를 비롯한 일련의 난봉가를 일컬음
황해도지방에서 전래된 민요로, 중모리장단에 얹어 부르는 <긴난봉가>를 말하며, 대개 난봉가토리(난봉가조)로 부른다. 보통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을 이어서 부르며, 뒤로 갈수록 한배가 빨라진다. 사랑과 자연에 대한 서정적 노랫말이 대부분이며, 실제 ‘난봉’이 들어간 노랫말은 많지 않다. <수심가>와 함께 대표적인 서도민요이다.
대증보무쌍유행신구잡가부가곡선(大增補無雙流行新舊雜歌附歌曲選)(1958)에 “난봉이 났네 난봉이 났네”라는 노랫말이 전하는데, 이러한 옛 노랫말에서 ‘난봉가’라는 곡명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난봉가가 사당패소리 <동풍가>에서 유래되었다는 학설이 있으나, 두 악곡 간의 선후 관계는 확인이 어렵다. 본래의 ‘긴난봉가’는 현재 전승되지 않으며, <중난봉가>가 현재의 ‘긴난봉가’라는 이름으로 연행되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20세기 초반에 이미 난봉가의 여러 파생곡이 생성되었으며, 서도 출신의 전문예능인들과 예기(藝妓)들이 사설극장, 기생조합, 경성방송국 등에서 일련의 난봉가를 즐겨 불렀다. 잡가집과 유성기음반 또한 향유의 중요한 매개체였다. ○ 음악적 특징 ‘난봉가’는 <긴난봉가>를 말하며, 12/4박자의 중모리장단에 맞는다. 이어서 부르는 <자진난봉가>와 <병신난봉가>는 4/박자인 굿거리장단이며, 그 다음에 부르는 <사설난봉가>는 좀 더 빠른 4/박자인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이다. <긴난봉가>의 붙임새는 일자다음식(一字多音式) 위주이며, <자진난봉가>와 <병신난봉가>는 일자다음식과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이 섞여 있다. <사설난봉가>는 한배가 빠른 만큼 일자일음식 위주의 붙임새로 되어있다. 난봉가 계열의 악곡은 대개 난봉가토리(난봉가조)로 부르나, <긴난봉가와>와 <자진난봉가>는 수심가토리(수심가조)로 부르기도 한다. 난봉가토리(난봉가조)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으로 구성되며, 핵음(핵이 되는 음)은 라(la)와 미(mi′)이다. 대체로 최저음인 라(la)로 종지한다. 한편 <긴난봉가>와 <자진난봉가>의 종지음은 미(mi′)이며, <병신난봉가>와 <사설난봉가>의 종지음은 라(la)인데, <사설난봉가>는 첫 소절인 ‘에에-’를 미(mi′)로 뻗으며 마무리하기도 한다. 제3음인 레(re′)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고, 바로 위의 음인 제4음 미(mi′)를 아래로 깊게 떨며, 간혹 레(re′)를 위로 깊게 떨기도 한다. 선율 진행에서 제3음을 생략하는 점과 위의 핵음을 아래로 깊게 떠는 점은 서도소리의 공통된 특징이다. <긴난봉가>의 선율은 라(la)・도(do´)・미(mi´)의 세 음이 골격을 이루며, 후렴과 각 절은 모두 최저음인 라(la)를 활용하여 낮게 숙여내거나, 한 옥타브 높은 라(la′)로 질러낸다. 낮은 라(la)로 시작하여 숙여내는 후렴은 첫 부분에 주로 부른다.
<자진난봉가>는 항상 ‘넘어간다 넘어 넘어간다’를 라(la′)에서 높게 질러내어 시작하며, 후렴 또한 라(la′)에서 높게 질러낸다. 독창으로 부르는 절 부분은 라(la′)나 도(do″) 등의 고음역에서 질러내거나, 음계의 최저음인 라(la)에서 낮게 숙여내기도 한다.
<병신난봉가>는 후렴은 미(mi′)음을 활용하여 평으로 내며, 절 부분에서는 고음역에서 질러낸다. <사설난봉가>의 절은 미(mi′)에서 시작하여 평으로 내어 길게 뻗으며, 이후에 이어지는 부분은 평으로 내거나 고음으로 질러낸다. ‘에헤 어허야’로 시작하는 후렴은 평으로 내거나 숙여내어 미(mi′)로 진행한다. <사설난봉가>의 ‘엮음(사설)’ 부분은 <엮음수심가>나 <엮음아리랑>과 마찬가지로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데, 라(la)에서 시작하여 도(do′)음을 반복하며 엮음 부분을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 형식과 구성 난봉가는 모두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후렴은 1~2개의 선율을 활용하여 일정한 사설로 부르며, 본절은 다양한 노랫말과 가변적인 선율로 구성된다. 본래 장구 장단에 맞추어 여럿이 부르는 입창 방식으로 연행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대체로 실내악 편성의 반주에 맞추어 부르며, 이때 반주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등이 쓰인다.
노랫말은 난봉과 관계없는 서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며,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사설난봉가>의 네 곡 모두 후렴이 입타령(口音)으로 시작하여 ‘내 사랑아’로 끝나는 사랑가 계통의 노래이다. <자진난봉가>는 중모리장단보다 한배가 좀 더 빠른 굿거리장단에 얹어 불러서 곡명에 ‘자진’이 붙었고, <병신난봉가>는 “병신의 종자가 따로 있나”로 시작되는 노랫말에서 따온 곡명이며, <사설난봉가>는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데서 기인한 곡명이다. 북한의 <정방산성가>는 <긴난봉가>와 <자진난봉가>를 바탕으로 조령출이 작사한 새 노랫말을 붙인 곡으로, 1953년부터 불리었다고 한다. (후렴) 아하 에헤야 에헤 어허야 / 어럼마 둥둥 내 사랑아 정방산성(正方山城) / 초목(草木)이 무성(茂盛)한데 / 밤에나 울 닭이 / 대낮에 운다 오금이 오실오실 춥고 / 골머리 사지통(四肢痛) 나는 건 / 임자로 연하여 / 난 병이로다 만경창파(萬頃蒼波)에 / 거기 둥둥 뜬 배야 / 게 잠깐 닻 주어라 / 말 물어보자 슬슬 동풍에 / 궂은 비 철철 내리고 / 시화(時和)나 연풍(年豊)에 / 님 섞여 노자 사면십리(四面十里) / 늘어진 능파 속에 / 임 찾아갈 길이 / 망연(茫然)이로다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261쪽.
난봉가라는 곡명을 가진 <자진난봉가>·<사설난봉가>·<신난봉가>·<숙천난봉가>·<개성난봉가>·<병신난봉가>·<사리원난봉가>·<별제난봉가> 등의 곡들은 20세기 초에 이미 널리 불리었음이 여러 잡가집을 통해 확인된다. 난봉가와 <수심가>는 대표적인 서도민요로서 가장 애창되는 곡이었으며, 다양한 난봉가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실 동풍에 궂은비 오는데”로 시작하는 사당패소리 <동풍가>는 난봉가와 뿌리가 같으며, 토속민요에 수용되어 강원, 경남, 전북, 제주 등지에서 불리었다. 이러한 이유로 <동풍가>에서 난봉가가 비롯되었다는 학설이 있으나, <동풍가>가 주로 남한지역에서 불린 점을 감안하면, 역으로 사당패가 부른 난봉가가 토속민요에 <동풍가>로 수용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해숙・백대웅・최태현, 『전통음악개론』, 어울림, 1995.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최성룡, 「긴・자진 난봉가에 대한 연구」, 『한국전통음악학』 7, 2006. 최현재, 「20세기 전반기 잡가의 변모양상과 그 의미 -잡가집과 유성기 음반 수록 난봉가계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문학논총』 46, 2007. 김은희, 「긴 난봉가와 자진 난봉가의 비교연구」, 중앙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손인애, 「향토민요에 수용된 사당패소리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전영화, 「난봉가 연구」, 원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웹사이트] 한국 유성기음반(https://bit.ly/3AXUEOJ)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