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어랑타령>을 바탕으로 한 서도민요(신민요)
<어랑타령>을 바탕으로 한 서도민요(신민요)로, <어랑타령>, <신고산타령>과 함께 대표적인 함경도민요로 알려졌으며, 대체로 <신고산타령>에 이어 부른다.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메나리토리(메나리조)로 부른다.
궁초댕기는 대체로 <신고산타령>에 이어 부르는데, 두 곡 모두 함경도의 토속민요 <어랑타령>과 선율의 골격이 유사하여, 그 모체(母體)는 <어랑타령>이라 할 수 있다. 어랑타령은 함경도뿐 아니라 평안남도와 강원도 북부지역에서도 유희요, 모심는소리 등으로 널리 불리었다. 궁초댕기는 이러한 <어랑타령>을 기반으로 20세기에 전문소리꾼들이 무대 공연 및 음반 녹음, 라디오방송들을 위해 통속화한 노래로 보인다. 궁초댕기의 ‘궁초’는 비단의 일종으로, ‘궁초댕기’로 시작하는 노랫말에서 곡명이 비롯되었다. 참고로 궁초댕기는 1941년 태평레코드사에서 발매된 음반에 불사조(다른 필명: 불로초, 김영일(-金英一, 1914-1986)로 추정) 작사, 김교성(金敎聲, 1904~1961) 작곡, 모란봉(예명: 미스코리아, 김추월(金秋月, ?~?)) 노래의 신민요로 소개되었다.1941년 모란봉의 노래로 첫 음반이 출시된 후, 1950년대 말 김옥심의 노래로 두 번째 음반이 출시되었다. 김옥심의 음반에는 작사, 작곡가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이후 궁초댕기는 민요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궁초댕기의 모체인 <어랑타령>은 주로 일반인들이 여럿이 모여 놀 때 불렀으며, 모심는소리 등의 일노래로도 불렀다. 궁초댕기는 경기소리와 서도소리 전문가들에 의해 무대에서 자주 애창된다. ○ 음악적 특징 궁초댕기는 4/박자인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메나리토리(메나리조)로 부르며, 한배가 빠른 만큼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메나리토리(메나리조)의 음계는 미(mi)-솔(sol)-라(la)-도(do´)-레(re´)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미(mi)와 라(la)이며, 두 핵음 모두 종지음으로 활용된다. 순차 위주의 선율진행을 보이며, 두 핵음을 얕게 떠는 경향이 있다. 메나리조는 전국적으로 분포하나, 특히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충청북도에 밀집해있다. 메나리토리는 순차진행 중심이라는 점과, 라(la)를 종지음으로 쓴다는 점에서 반경토리와 유사하며, 음계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궁초댕기 또한 그러한 이유로 경기와 서도소리의 전문가들에 의해 두루 애창된다. 본절은 미(mi´)에서 질러내어 뻗으며, 후렴은 라(la)에서 숙여낸다. 본절보다 긴 후렴을 노래하며, 미(mi), 라(la), 미(mi´)와 같이 중요한 음을 길게 지속하는 특징을 보인다.
○ 형식과 구성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이 곡은 본절보다 후렴이 더 긴 드문 예로, 독특한 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어랑타령>과 <신고산타령>보다 더 나중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장구 반주에 맞추어 여럿이 입창으로 부른다. 여기에 반주악기로 선율악기가 추가되기도 하며, 이러한 편성으로 반주할 때는 가야금, 거문고, 피리, 대금, 해금, 아쟁, 장구 등이 쓰인다.
흥겹고 경쾌한 선율과는 달리, 노랫말은 연인 간의 상사(想思), 정한(情恨) 등 다소 서글프고 어두운 내용이다. 창자에 따라 장단과 노랫말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후렴의 ‘신고산(新高山)’은 ‘새고운 고산’이라는 뜻이다. 강원도 고산군 구읍리를 오래전부터 ‘고산(高山)’이라 불러왔는데, 1914년 경원선(현재의 강원선)이 개통되면서 고산군 위익면(옛 함경남도 안변군 소재)에 고산역이 생겼다. 이때부터 위익면의 고산역을 ‘신고산’이라 부르고, 그전의 구읍리 고산을 ‘구고산(舊高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신고산타령〉의 ‘구고산 큰애기 반봇짐만 싸누나’에서 ‘구고산’이 바로 구읍리의 고산이다. 후렴에 등장하는 ‘부령’과 ‘청진’은 모두 함경북도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 궁초(宮綃) / - 댕기 / 풀어지고 / 신고산 열두 고개 / 단숨에 올랐네 / (후렴) 무슨 짝에 무슨 짝에 / 부령(富寧) / - / 청진(淸津) / 간 / 님아 / - / 신고산 열두 고개 / 단숨에 올랐네 / - / 백년 / - 궁합(百年宮合) / 못 잊겠소 / 가락지 죽절비녀 / 노각이 났네 / 어랑천(漁郞川) / - 이백리 / 굽이굽이 돌아 / 묘망(渺茫)한 동해바다 / 명태잡이 갈까나 / 바람아 / - 봄바람아 / 네 불지 마라 / 머리단장 곱게 한 것 / 모두 다 풀린다 /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347~348쪽.
궁초댕기는 〈어랑타령〉, 〈신고산타령〉과 함께 널리 불리는 함경도민요로, 토속민요에서 비롯되어 세련된 구성을 갖춘 통속민요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이다.
김윤정, 「〈신고산타령〉의 변모 양상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0.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국악아카이브(https://bit.ly/3wU1LoL) 북한지역정보넷(http://www.cybernk.net/)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