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에 대한 그리움이나 삶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대표적 서도민요
‘근심 어린 노래’라는 뜻의 수심가는 평안도지방에서 전래된 민요로, 임에 대한 그리움 또는 삶의 덧없음을 수심가토리(수심가조)의 가락에 얹어 노래하며, 대체로 <엮음수심가>를 이어 부른다. 수심가는 느리고 불규칙하며, <엮음수심가>는 그보다 빠른 6박자의 규칙적인 장단에 맞추어 부른다. <공명가>, <초한가>, <제전> 등 서도잡가와 <엮음수심가>는 곡의 끝을 수심가 한 절로 마무리하는 것이 관례이다.
수심가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없으며, 여느 민요가 그러하듯 지은이나 창작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수심가토리의 음조직적 특성이 우조(평조) 가곡과 많은 공통점을 보이며, 20세기 초에 광무대, 단성사, 장안사 등의 사설극장에서 공연된 신문기사 등의 기록을 참조할 때, 19세기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연행시기 및 장소 20세기 초부터 서울에 모여든 서도 출신의 전문예능인들이 사설극장, 기생조합, 경성방송국 등에서 즐겨 부르면서 널리 퍼졌다. 주로 예기(藝妓)들이 불렀으나, 문영수(文泳洙, 1867~?), 김진명(金振鳴, 1913~1997)과 같은 남성 소리꾼들도 더러 불렀다. 1970년대까지는 장학선(張鶴仙, 1906~1970), 이반도화(李半島花, 1921~1973), 이정렬(李貞烈, ?~?)이 주요 가창자였고, 이들이 타계한 이후에는 김정연(金正淵, 1913~1987)과 오복녀(吳福女, 1913~2001)의 주요 레퍼토리로 연행되었다. 20세기 초의 잡가집과 유성기음반을 통해서 널리 향유되었다. ○ 음악적 특징 수심가는 대체로 삼분박인 ♩.의 3박자를 기본으로 하나, 부분적으로는 4박자로 불리기도 한다. <엮음수심가>는 대체로 ♩.의 6박자를 기본으로 하며, 부분적으로는 4, 5, 9, 12박자 등 다양하게 불린다. 수심가는 각 악구의 첫 박에 노랫말을 몰아서 붙인 후 길게 끄는 특징을 보이며, 붙임새는 일자다음식(一字多音式)이 많다. <엮음수심가>는 한배가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이 많아진다.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는 짝을 이루어 연이어 부르며, 두 곡 모두 수심가토리(수심가조)로 구성된다. 수심가토리의 음계는 레(re)-미(mi)-솔(sol)-라(la)-도(do′)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레(re)와 라(la)이며, 종지음은 최저음인 레(re)를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수심가 또한 레(re)로 종지한다. 제3음 솔(sol)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고, 위의 핵음 라(la)를 아래로 깊게 떨며, 간혹 솔(sol)을 위로 깊게 떨기도 한다. 두 핵음의 위에 위치한 음인 미(mi)와 도(do′)에서 퇴성하는 경우도 있다. 수심가의 선율은 레(re)・라(la)・도(do′)의 세 음이 골격을 이루며, 저음역에서 숙여내거나, 중음역에서 평으로 내거나, 고음역에서 질러내는 세 가지 유형으로 시작되고, 뒷부분의 선율은 앞의 선율을 반복한다. 숙여내는 선율은 초반에만 쓰인다.
<엮음수심가>는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엮음’ 부분에서 같은 음을 반복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사설난봉가>라든지 <엮음아리랑> 등의 엮음(사설) 부분에서도 동시에 보이는 특성이다.
○ 형식과 구성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는 모두 3장 형식의 노랫말로 구성되며, 각 장의 길이는 일정하지 않다. 수심가는 노랫말과 음악의 단락이 모두 3장으로 일치하나, <엮음수심가>는 창자에 따라 더 많은 단락으로 다양하게 구분되며, 사설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엮음’ 부분과 느리게 부르는 수심가 부분으로 구성된다. 노랫말이 늘어날 경우, 수심가는 제3장에서, <엮음수심가>는 제2장에서 늘어난다. 비슷한 가락에 다양한 노랫말을 얹어 부르는 유절형식이다. 대체로 장구 장단에 맞추어 독창으로 부르며, 더러 피리나 대금 등 선율악기를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앉아서 부르는 좌창(坐唱)이다.
수심가의 노랫말 중 가장 많이 불리는 ‘약사몽혼행유적’은 아래 이옥봉(李玉峰)의 한시 「몽혼(夢魂)」의 제3~4구에서 따온 것이다. 근래안부문여하(近來安否問如何) 님이여, 요즈음은 어찌 지내시나요 월도사창첩한다(月到紗窓妾恨多) 달이 창에 뜨면 저의 설움이 많습니다 약사몽혼행유적(若使夢魂行有跡) 꿈속에서 님에게 가는 길 자취 있다면 문전석로반성사(門前石路半成沙) 님의 문 앞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을 그 외의 노랫말들은 아래와 같다. 누가 부르든 대체로 제1~2장의 내용은 대동소이하고, 제3장은 창자에 따라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약사 / 몽혼(若使夢魂)으로 / 행유적(行有跡)이면 / 문전 / 석로(門前石路)가 / 반성사(半成砂) / 로구나 / 생각을 하니 /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 나 어이 / 할까요 강산 불변 / 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이요 / 임은 일거(一去)에 / 무소식이 / 로구나 / 생각을 하니 / 세월 가는 것 서러워 / 나 어이 / 할까요 일락 / 서산(日落西山) / 해떨어지고 / 월출동령(月出東嶺)에 / 달 솟아온다 / 생각을 하니 / 세월 가는 것 아연(啞然)하여 / 나 어이 / 할까요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204~205쪽.
‘남도에 육자배기, 서도에 수심가’라는 말처럼 두 곡은 두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노래이다. 두 지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음조직을 서도지역은 ‘수심가조’ 또는 ‘수심가토리’, 남도지역은 ‘육자배기조’ 또는 ‘육자배기토리’라고 칭하는 것에서 이 곡들의 대표성을 보여준다. 토속민요에서 수심가토리의 곡들은 황해도에 가장 많으며, 아래로는 경기 북부까지 분포해있어, 그 보편성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수심가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서, 경기 남부 이남의 지역에서도 수심가토리의 서도민요가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수심가는 북한에서 발생한 곡이나 현지에서는 전승이 중단되었으며, 현재는 남한의 서도소리 전문가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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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