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가 중 한 곡으로, 익살스러운 내용의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 서도민요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에 이어서 부르며,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난봉가토리(난봉가조)로 부른다. 사설난봉가와 <개타령>, <댓구타령>, <청개구리타령>은 후렴구가 비슷하고, <경복궁타령>은 곡조가 비슷하여 모두 같은 계통의 곡으로 추정된다. 익살스러운 노랫말로 인해 재담소리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19세기 말 사당패의 <자진방아타령>에서 <경복궁타령>이 비롯되었고, <경복궁타령>과 <잔소리경복궁타령>에서 사설난봉가가 비롯되었으며, 발전과정에서 난봉가계 소리의 특징을 수용하면서 서도민요로 정착된 것이라 추정하는 학설이 있다. 사당패 계승집단 출신의 박춘재, 문영수가 1911~1913년에 발매한 것이 최초의 음반이다.
○ 연행시기 및 장소 20세기 초반에 서도 출신의 전문예능인들과 예기(藝妓)들이 사설극장, 기생조합, 경성방송국 등에서 사설난봉가를 포함한 일련의 난봉가를 즐겨 불렀다. 1914~1946년 사이의 잡가집을 망라한 한국속가전집 등의 문헌에서도 서울과 평양 등지에서 사설난봉가가 불렸음이 확인된다.5 ○ 음악적 특징 사설난봉가는 4/♩.박자인 볶는타령장단 또는 자진모리장단에 얹어 부르며, 난봉가 계열의 다른 곡들보다 상대적으로 한배가 빨라 일자일음식(一字一音式) 위주의 붙임새를 보인다. <긴난봉가>와 <자진난봉가>는 난봉가토리 외에 더러 수심가토리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 반면, 사설난봉가는 난봉가토리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난봉가토리(난봉가조)의 음계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이고, 핵음(핵이 되는 음)은 라(la)와 미(mi′)이며, 종지음은 대체로 라(la)이다. 사설난봉가의 종지음 역시 라(la)인데, 간혹 첫 소절의 ‘에에-’를 미(mi′)로 뻗으며 마무리하기도 한다. 제3음 레(re′)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고, 위의 핵음 미(mi′)를 아래로 깊게 떨며, 간혹 레(re′)를 위로 깊게 떨기도 한다. 선율진행에서 제3음을 생략하는 점과 위의 핵음을 아래로 깊게 떠는 점은 서도소리의 공통된 특징이다. 사설난봉가의 선율은 라(la)・도(do′)・미(mi′) 세 음이 골격을 이룬다. 주로 독창으로 부르는 절 부분은 ‘에~’의 사설을 노래하며, 미(mi′)에서 평으로 내어 길게 뻗으며 시작한다. 도입부의 입타령(口音) 이후에 이어지는 본절의 선율은 창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남한에서 전승되고 있는 사설난봉가는 거의 다 미(mi′)에서 평으로 내는 반면, 장재천, 최경명, 오복녀 등 북한 출신 창자들의 자료에는 솔(sol′)이나 높은 라(la′)에서 질러내는 선율도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본절 뒤에 이어서 ‘에헤헤’로 시작하는 후렴 역시 남한의 창자들은 거의 다 라(la)-도(do′)-미(mi′)로 시작하나, 북한 출신 창자들은 미(mi′)에서 평으로 내거나, 도(do′)-미(mi′)로 진행한다. 사설난봉가의 ‘엮음(사설)’ 부분은 <엮음수심가>나 <엮음아리랑>과 마찬가지로 노랫말을 촘촘히 엮어 부르는데, 라(la)에서 시작하여 도(do′)음을 반복하며 엮음 부분을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사설난봉가는 후렴이 있는 유절형식이며, 대개 후렴은 합창으로, 본절은 독창으로 부른다. 본래 장구 장단에 맞추어 여럿이 부르는 입창 방식으로 연행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대체로 실내악 편성의 반주에 맞추어 부르며, 이때 반주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등이 쓰인다.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는 노랫말이 대체로 서정적인 내용인데, 사설난봉가의 노랫말은 연정과 관련된 내용들을 재치와 익살로 풀어내어, 경쾌한 장단과 흥겨운 가락에 얹어 부른다. 일련의 난봉가와 마찬가지로 후렴구는 입타령(口音)으로 시작하여 ‘내 사랑아’로 끝난다. 에- / - / 왜 생겼나 / 왜 생겼나 / 요다지 곱게도 / 왜 생겼나 / 왜 생겼나 왜 생겼나 /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 무쇠풍구 돌풍구 /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 (후렴) 에헤 어야 / 어야 더야 / 내 사랑아 에- / - / 앞집 처녀가 / 시집을 가는데 / 뒷집 총각은 / 목매러 간다 /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 새끼 서발이 또 난봉 나누나 에- / - / 나를 버리고 / 가시는 임은 / 십리도 못 가서 / 발병이 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 십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고 / 이십리 못가서 불한당(不汗黨) 만나고 / 삼십리 못 가서 되돌아 오누나 에- / - / 물 길러 간다고 / 강짜를 말고 / 부뚜막 위에다 / 우물을 파렴 /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아 에- / - / 영감을 데리고 / 술 장사를 할까 / 총각을 데리고 / 뺑소닐 칠까 / 영감을 데리고 술장살 하자니 / 밤잠을 못자서 내 고생이요 / 총각을 데리고 뺑소닐 치자니 / 나이 많은 사람이 실없어지누나 (후략)
하응백, 『창악집성』, 휴먼앤북스, 2011.
사설난봉가와 노랫말과 음악 요소에서 비슷한 점을 보이는 곡들은 <개타령> 또는 <자진개타령>, <댓구타령>, <청개구리타령>, <경복궁타령> 등이다. 이 중 <개타령>은 현재도 난봉가 연곡을 부를 때 사설난봉가의 앞이나 뒤에 종종 붙여 부른다. 그리고 20세기 전반에는 <개타령>을 ‘구조(舊調) 사설난봉가’, 현행 사설난봉가를 ‘신조(新調) 사설난봉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개타령>과 <댓구타령>, <경복궁타령> 등은 음악적 특징에 따라 경기민요 또는 서도민요로 구분하는데, 사설난봉가는 이러한 노래들과 모두 연관을 보인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로 경기민요와 서도민요를 연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보형, 경・서토리 음구조 유형에 관한 연구, 문화재연구소, 1992. 하응백, 창악집성, Human & Books, 2011. 김인숙, 「재담소리의 유형과 특징에 대한 음악적 고찰」, 동양음악 41, 2017. 김정희, 「토속민요 음조직의 변이 양상」,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6. 손인애, 「경기 지역 방아타령계 음악 形成攷」, 한국음악연구 36, 2004. 손인애, 「서도민요 사설난봉가 연구」, 한국민요학 16, 2005. 손인애, 「향토민요에 수용된 사당패소리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전영화, 「난봉가 연구」, 원광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7. 최현재, 「20세기 전반기 잡가의 변모양상과 그 의미-잡가집과 유성기 음반 수록 <난봉가>계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문학논총 46, 2007.
김정희(金貞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