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서북지역인 황해도와 평안도의 민간에서 구비전승 되어 온 민요.
서도의 향토민요와 통속민요를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평안도의 〈수심가〉, 황해도의 〈산염불〉 등 주로 전문 성악인들이 부르는 통속민요가 널리 알려져 있다. 경기지역과 근접하여 음악 구조적으로 흡사하면서도 서도 특유의 발성과 시김새가 특징적이다.
서도민요는 한반도 서북지역의 자연 지리와 역사 및 인문 환경의 영향 아래 생겨난 독특한 정서와 언어적 특징이 소박한 선율로 승화된 노래다. 서도민요에는 민중들 스스로 노동이나 의식, 유희의 현장에서 불러온 향토민요와, 20세기 전후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다듬어진 〈수심가〉, 〈난봉가〉, 〈산염불〉 등의 통속민요가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날에는 함경도까지 포함하여 이북 지역의 민요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통용하기도 한다. 분단 이후 월남한 전문 성악가들이 주축이 되어 전승해 왔으며, 오늘날에는 전승 취약 종목으로 제도적 장치와 보호 아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연행시기 및 장소 오늘날 서도민요는 연주 무대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선보이는 경우가 많으나 본디 민중들의 생활 속 노동과 의식에 기반하고 있던 소리다. 〈긴아리〉는 바닷가에서 조개를 채취하거나 밭에서 김맬 때 불렀다고 하며, 〈봉죽타령〉은 서해안 조기잡이 배에서 부르던 〈배치기소리〉로서 출항 전 뱃고사를 지낼 때에도 불렸다. 〈산염불〉은 서도지역 넋굿에서 망자를 위로하며 부르는 ‘긴염불’과 관련이 있다. 서도의 잔치판에서는 아무나 먼저 〈수심가〉를 내면 〈엮음수심가〉를 부르고, 이어 〈난봉가〉를 불렀다고 한다. 〈난봉가〉는 〈자진난봉가〉와 〈사설난봉가〉, 〈병신난봉가〉로 넘어가면서 재담과 놀이를 섞어가며 파장에 이르렀던 소리이다. 통속민요는 이와 같이 향토민요 및 무가와 긴밀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감상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공연 무대에서 연행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서도소리는 경기소리와 구조적으로 동일 계통에 속하지만, 표현의 방식이나 강조점이 달라 다르게 들린다. 가령 경기소리(경토리)를 서양음악의 음계로 나타내면 ‘솔(sol)-라(la)-도(do′)-레(re′)-미(mi′)’ 5음음계이며, 제1음인 ‘솔(sol)’과 제3음인 ‘도(do′)’를 주요음으로 한다. 이에 비해 서도소리(수심가토리)는 ‘레(re)-미(mi)-솔(sol)-라(la)-도(do′)’의 5음음계로 나타내며 제1음인 ‘레(re)’와 제4음인 ‘라(la)’에 비중이 있다. 이 두 가지 음계는 제4음과 제5음의 간격을 제외하면 동일한데, 경기소리의 제5음은 실제보다 약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있으며, 서도소리의 제5음은 조금 낮게 드러나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경기와 서도는 음악적인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함께 아울러서 ‘경·서도민요’라고 지칭해왔다. 서도소리와 경기소리 음계는 종지음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 서도소리 음계인 수심가 토리의 종지음은 제4음이며, 경기소리의 음계인 경토리의 종지음은 제3음이다. 두 음계의 떠는 음[요성(搖聲)]의 위치 역시 제4음으로 같은데, 서도소리가 경기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특징은 바로 이 요성에 있다. 위치는 같아도 표현적 측면에서 서도소리의 요성이 한층 다양하게 나타나며 때로는 격렬하게 떨기도 한다.
○ 형식과 구성 서도민요는 장절형식으로 후렴을 갖는 노래가 대부분이나 〈수심가〉, 〈긴아리〉와 같이 후렴 없이 불리는 노래도 있다. 모두 일정한 선율을 익히면 가사를 바꾸어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단순하다. 박자와 장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세마치(삼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노래와 굿거리장단 혹은 타령장단과 같은 4박 계통 노래가 많다. 서도민요의 형식과 구성을 평안도 민요 〈수심가〉와 황해도 민요 〈산염불〉을 통해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심가〉는 자유리듬처럼도 들리지만 3박자가 기본이 된다. 3박을 일정하게 짚기도 하지만 조금 늘이기도, 줄이기도 하여 노래한다. 오늘날은 속도도 느려지고 소리의 꾸밈도 많아져 박자가 더 신축적으로 변했다. 〈양산도〉는 3박자가 5개 모여 한 악구를 이루는 형식이다. 이에 비해 〈산염불〉이나 〈긴난봉가〉는 3박자가 4개 모여 마치 남도의 중모리장단과 흡사하다. 〈자진염불〉,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호무가〉, 〈개성난봉가〉 등은 굿거리장단이나 타령장단으로 맞출 수 있다. 이 밖에도 서도 〈메나리〉, 〈긴아리〉 계통의 노래는 자유리듬으로 일정한 박자감 없이 부른다. 서도민요는 뚜렷한 박자감을 가지고 노래하기보다는 다소 자유로운 느낌으로 박자를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서도민요는 한반도 서북지역의 민중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노래로서 중부나 남부, 동부와 구별되는 지역적 정서가 독특한 선율과 창법으로 발달한 음악이다. 오늘날 규칙장단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본디 변박이나 자유 리듬적 경향이 많다. 북한 지역에 기반을 둔 소리임에도 분단 이후 전통음악의 한 갈래로서 남한에서 전승의 맥을 잇고 있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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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金仁淑),최상일(崔相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