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으로 전승되던 〈아리랑〉을 신민요 형태로 편곡한 〈아리랑〉
신아리랑은 19세기 말부터 널리 불린 <구아리랑>을 새롭게 편곡한 신민요이다. 1932년 이애리수가 처음 발표하였고, 이후 여러 가수들이 약간씩 다른 가사 구성으로 동일한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였다. 노랫말은 그리움이나 이별의 정서를 무던하게 표현하고 있다. 경기민요 어법인 경토리를 활용한 선율로 되어 있으며, 3소박 4박자 장단이 경쾌한 속도감을 이룬다.
신아리랑은 구전으로 전승된 민요 〈아리랑〉에서 비롯되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 고종이 궁중에서 〈아리랑〉을 즐겼다는 기록으로 보아, 민요 〈아리랑〉은 19세기 말에 궁중까지 알려질 정도로 백성들 사이에서 널리 불리던 노래였다. 20세기 전기에 음반 산업이 성장하면서 구전으로 전승되던 민요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였다. 전통민요를 편곡하거나 민요어법으로 새롭게 작사‧작곡한 노래를 곡명 앞에 ‘신(新)’을 붙여 〈신창부타령〉, 〈신수심가〉, 〈신방아타령〉 등으로 발표하였다. 신아리랑은 아리랑을 새롭게 편곡한 신민요 아리랑을 뜻하는 곡명으로 가사집과 음반에 노랫말이나 선율이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신아리랑이 전한다.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상영되면서 영화 주제곡이었던 〈아리랑〉은 후대에 〈본조아리랑〉으로 구분하였다.
○ 역사 변천 과정 신아리랑은 1930년대에 신민요, 대중민요, 유행가, 경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창 방식과 연주 형태로 발표되었다. 가장 먼저 발표된 노래는 1932년 출반된 이애리수의 신아리랑(Victor 49122-A)으로 가사와 선율을 빅타 문예부가 가사와 선율을 편곡하였다. 이 노래는 1896년 미국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가 오선보로 채보한 아리랑 선율과도 유사하여 19세기 말부터 불리던 〈구아리랑(자진아리랑)〉을 양악 반주로 편곡하고 가사를 개작하여 창가풍으로 만든 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같은 해에 발표한 윤백단(尹白丹)의 신아리랑(Taihei 8009-B)도 후렴구에 약간 변화를 주었을 뿐 이애리수의 신아리랑과 동일하다. 이어서 1934년에 발표한 고복수(高福壽, 1911~1972)‧강남향(姜南香)‧이난영(李蘭影, 1916~1965)의 신아리랑(Okeh 1696-A)이나 이일선(가야금)‧김봉업(해금)‧이충선(대금)의 기악합주곡 신아리랑(Kirin C170-A) 역시 거의 동일한 선율이다. 요컨대 신아리랑은 새로운 작곡이 아니라 기존 〈구아리랑〉을 음반사에서 양악 반주로 편곡하거나 가사를 재구성한 곡임을 알 수 있다. 반주는 대부분 음반사 전속 관현악단이 맡았다. 창가풍의 신아리랑은 현재는 거의 부르지 않는다. ○ 음악적 특징 신아리랑의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솔음계(sol)’이다. 노래는 종지음이 ‘솔(sol)’인 반면, 반주는 ‘도(do′)’로 끝마치고 있어서 신경토리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도(do′)-라(la)-솔(sol)’ 혹은 ‘미(mi′)-레(re′)-도(do′)-라(la)-솔(sol)’의 순차하행 선율이 자주 쓰인다. 〈구아리랑〉에 비해 잔가락과 시김새가 적고 단순한 선율선으로 진행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박자는 ¾박자로 경쾌한 왈츠풍이다. ○ 형식과 구성 신아리랑은 독창과 후렴으로 구성된 유절형식이다. 음반의 가사 구성은 대체로 4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절마다 간주를 넣어 각 절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신아리랑의 노랫말은 가사집과 음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아리랑은 암울한 시대 상황이나 이별의 아픔을 애절하게 표현한 노랫말이 많으나 1930년대 상업 음반에 수록된 신아리랑의 노랫말은 그리움이나 이별을 비교적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하였다. 음원이 남아있는 신아리랑은 ‘달이 떴네’, ‘명사십리’, ‘달빛 경대’, ‘가는 님을’, ‘서산에 지는 해는’ 등의 노랫말이 확인된다. 후렴은 가창자에 따라 다른데, 이애리수의 신아리랑 후렴은 ‘아리랑 아리랑’으로 동일하게 시작하나 다음 가사는 매 절의 내용에 맞게 계속 바뀌는 특징이 나타난다. 윤백단의 신아리랑 후렴은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요”로 시작 부분에 변화를 주었고, 고복수‧강남향‧이난영의 신아리랑은 〈구아리랑〉과 후렴 가사가 동일하다. 아래는 고복수‧강남향‧이난영의 신아리랑 노랫말이다. (후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1. 달이 떴네 별도나 떴네 구름 속 항아가 빵긋이 웃네 2. 가는 님을 잡지나 마소 갔다가 올 때가 더 반갑다 3. 달빛 경대 꽃닢 연지 님 오실 문전에 불빛도 밝다 4.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싶어 지며 날 버리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 가랴
(Okeh 1696-A 신아리랑)
신아리랑은 1930년대에 신민요에서 추구했던 음악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신아리랑은 3소박 4박자로 경쾌한 속도감으로 일관된다. 선율선은 단순하고 시김새가 적으며, 양악 반주로 변화를 주기도 하였다. 노랫말은 일제에 대한 저항이나 암울한 시대의 애환보다는 비교적 무던하게 그리움이나 이별의 정서를 표현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신아리랑은 근대 도시의 대중적 정서를 서양음악 어법으로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조용호, 『아리랑 원형연구』, 학고방, 2011. 이보형, 「아리랑소리의 근원과 그 변천에 관한 음악적 연구」, 『한국민요학』 5, 1997. 이보형, 「아리랑소리의 생성문화 유형과 변동」, 『한국민요학』 26, 2009. 김창주, 「근현대 아리랑 연구」, 전북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이소영, 「일제강점기 신민요의 혼종성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7.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