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렴구에 “군밤이요”가 반복되는 경기민요
군밤타령은 토속민요 선율을 다듬은 노래로 1920년대부터 여러 형태의 신민요로 불리다가 차츰 현재와 같은 경기민요로 정착되었다. 노랫말은 자연이나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후렴구에서 “얼싸 좋네 하 좋네 군밤이요”를 반복한다. 경기민요 어법으로 빠르고 경쾌한 속도감을 유지하며, 엇박으로 흥청거리는 멋을 보여준다.
군밤타령이 언제부터 불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구한말부터 전승되었다는 설도 있고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신민요로 보기도 한다. 1920~30년대 유성기음반에 다양한 가창자들이 군밤타령을 속요, 잡가, 만곡(漫曲), 유행가(流行歌), 가야금병창 등 여러 갈래로 취입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함경도, 평안도 등지에서 노랫말과 선율이 다른 여러 종류의 토속민요 군밤타령이 전한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군밤타령은 20세기 전기에 전문 가창자들이 토속민요의 가사나 선율을 다듬어 신민요로 노래하면서 점차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 역사 변천 과정 1920~30년대에 유성기음반으로 녹음된 군밤타령은 가창자에 따라 노랫말과 선율이 조금씩 다르다. 노랫말은 여러 음반에서 다양하게 쓰였다. 절은 10여종 이상의 가사가 나타났는데, “중아 중아”, “너는 뉘며”, “눈이 온다”, “바람이 분다” 등이 자주 가창되었다. 1925년 유운선(柳雲仙)․이유색(李柳色)․박채선(朴彩仙)이 취입한 군밤타령(닙보노홍 K154)도 가사지나 음원이 없으나 “중아 중아 도사중아”라는 노랫말에서 현재의 군밤타령과 관련성을 갖는다. 후렴은 이애리수(李愛利水, 1911~2009)와 강석연(姜石燕, 1914~2001)이 부른 군밤타령(Victor 49167A), 박월정(朴月庭), 김인숙(金仁淑)이 부른 군밤타령(Columbia 40137B), 김옥엽(金玉葉)이 부른 신군밤타령(Taihei 8098B)에서 모두 “에라 삶은 밤이로구나”를 반복하였다. 반면 한농선(韓弄仙, 1933~2002)이 부른 가야금병창 군밤타령은 “삶은 밤”과 “생률 밤”을 교대로 사용하였다. 현재는 “생률 밤”으로 통일하여 부른다. 따라서 20세기 전기에 군밤타령의 노랫말이 다양하게 쓰이다가 20세기 후기에 점차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립된 것을 알 수 있다.
군밤타령은 1932년 이애리수와 강석연이 부른 군밤타령의 작곡가로 전수린(全壽麟, 1907~1984)이 기록되어 있어서 그가 작곡하였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전수린 작곡의 음원을 확인할 수 없고 잡가나 속요로 구분된 군밤타령은 대부분 작곡가나 작사가에 대한 기록이 없다. 게다가 음원을 확인할 수 있는 김옥엽의 신군밤타령은 지금의 군밤타령과 유사하며 작곡가 표기가 따로 없다. 그러므로 군밤타령은 토속민요의 선율을 기반으로 정립되었으며, 전수린은 기존 민요 선율을 관현악단 반주에 맞게 새롭게 편곡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 음악적 특징 군밤타령의 음계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음계이며, 후렴구의 종지음은 ‘도(do′)’이다. 절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라(la)-도(do′)-레(re′)-미(mi′)’의 네 음이 쓰여 라음계 구조를 보인다. 절과 후렴이 다른 음계 특성을 보이는 점은 기존 민요 선율을 새롭게 편곡하는 과정에 나타난 신민요적 요소로 볼 수 있다. 장단은 조금 빠른 네 박자로 자진타령(볶는타령)장단에 맞추며 빠르고 경쾌하다. 3소박과 2소박을 섞어 엇박으로 리듬을 재미있게 변화시켜 흥청거리는 멋을 지닌다.
○ 형식과 구성 절과 후렴으로 구성된 유절형식이다. 후렴은 3장단, 절은 4장단으로 구성되어 길이가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절과 후렴을 독창과 제창으로 나누어 메기고 받는 방식으로도 부르며, 혼자 독창으로도 부른다.
노랫말은 자연이나 풍경, 남녀의 사랑 등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표현이 많은데, ‘바람이 분다’, ‘눈이 온다’, ‘달도 밝다’ 등의 상황이나 동작을 두 번 반복하고 서정적인 묘사나 설명을 짧게 덧붙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후렴은 “얼싸 좋네 하 좋네 군밤이요 에헤라 생률(生栗) 밤이로구나”를 반복한다. 여럿이 부를 때는 노랫말 사이에 “오냐”, “응야”, “어대서”, “어대로” 등의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운다. (후렴) 얼싸 좋네 하 좋네 군밤이요 에헤라 생률(生栗) 밤이로구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평(延平) 바다에 어허얼사 돈바람 분다 눈이 온다 눈이 온다 이산 저산에 어허얼싸 흰 눈이 온다 달도 밝다 달도 밝아 우주강산(宇宙江山)에 어허얼싸 저 달이 밝아 개가 짖네 개가 짖네 눈치 없이도 어허얼싸 함부로 짖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수(二水) 건너 어허얼싸 백로주(白鷺洲) 가자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군밤타령은 토속민요가 통속민요로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준다. 20세기 전기에 음반 산업이 성장하면서, 민요는 익숙한 전통어법과 대중적인 요소를 둘 다 갖춘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신민요라는 새로운 갈래를 견인한다. 군밤타령은 일제강점기에 여러 가창자들이 다양한 노랫말과 반주 편성으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고 광복 이후 경기민요 명창들이 주로 가창하면서 현재와 같이 통속민요로 자리 잡았다.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장사훈, 『국악개요』, 정연사, 1961. 조유미, 「경기민요 〈군밤타령〉의 발생 시기에 대한 재검토」, 『음악과 문화』 23, 2010.
김은자(金恩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