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종(歌鍾)

황종(黃鍾) 음의 큰 종(鍾) 한 개를 나무틀에 매달아 쇠뿔 망치로 쳐서 연주하는 유율 타악기

특종은 황종(黃鍾) 음의 큰 종(鍾)을 나무틀인 가자(架子)에 매단 악기이다. 오른손으로 쇠뿔 망치인 각퇴(角槌)를 잡고 종의 아랫부분에 둥근 형태로 표시된 수(隧)부분을 쳐서 연주한다. 오늘날에는 《사직제례악》과 《문묘제례악》 연주 시 등가(登歌)에만 배치되어서 음악을 시작할 때 사용한다.

편종ㆍ편경ㆍ특경과 함께 고대 아악기에 속한다. 1116년(예종 11)에 중국 송나라에서 들여온 대성아악의 악기 중에 특종은 없었고, 󰡔신증동국여지승람󰡕 권2에, 명나라 영락 연간(1360~1424)에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다.『세종실록(世宗實錄)』의「오례(五禮)」에는 가종(歌鍾) 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세종 조에는 등가에 한 틀, 헌가(軒架)에 아홉 틀의 특종이 배치되었는데 등가 한 틀의 음고는 황종이며, 헌가는 십이율을 다 갖추었다. 원래 등가에 배치되는 특종 한 틀의 음고는 제각각 달랐으나 박연(朴堧: 1378~1458)이 궁중에 있는 특종을 옛 제도에 맞게 황종으로 통일하여 조율했다. 이후 성종 조에 편찬된 『악학궤범』의 성조조 헌가에는 쓰이지 않고 등가에서 황종 음의 특종만이 사용된다. 현재에도 《사직제례악》, 《문묘제례악》의 연주 시 등가에 배치된다.

○구조와 형태 황종 음의 큰 종을 악기 틀인 가자에 매달아 놓는다. 가자는 한 개의 가로대와 가로대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으로 구성된다. 두 개의 기둥 아랫쪽에는 구멍을 뚫은 상자 모양의 방대와 사자 한 쌍을 올리고 기둥을 꽂아서 고정한다. 사자의 형상은 종소리의 웅장함을 상징한다. 이 틀의 양편에는 용두(龍頭)를 조각하고 세 개의 공작, 색사유소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음역과 조율법 특경과 함께 황종(黃)을 연주하는데, 특경의 경우 실제로는 한 옥타브 높은 청성의 황종(潢:C₅)음을 낸다. ○구음과 표기법 악기의 구음은 없으며 율명으로 표기한다. ○연주방법과 자세 오른손으로 쇠뿔 망치인 각퇴(角槌)를 잡고 종의 수(隧) 부분을 쳐서 연주한다. 음악을 시작하는 악작(樂作)에서 특종을 연주한다. 박의 지휘에 따라 먼저 특종을 한번 친 다음 축을 세 번 치고 절고를 세 번 치기를 반복한 후에 다시 특종을 치면 음악이 시작된다.

○연주악곡 《사직제례악》, 《문묘제례악》에서 연주한다.

1430년(세종 12년)에 ‘예조(禮曹)와 의례상정소(儀禮詳定所)에서 박연의 상서를 논의하여 세종대왕에게 조목별로 보고한 내용’에 의하면 원래 등가에 배치되는 특종의 음정은 종묘(宗廟)는 중려, 여러 제사에 사용되는 것은 고선으로 각각 달랐다. 특경도 그 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당경(唐磬) 한 매를 배치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연은 옛 제도에 맞도록 등가에 사용되는 특종과 특경의 음정을 황종으로 통일하여 조율할 것을 주장했다. 몇 명의 유기장과 함께 황종 음의 특종을 갈고 깎은 후에 이를 표준으로 삼아서 나머지 특종과 특경을 음에 맞게 교정하였고 연이어서 편종의 종 136개도 조율했다. 정확하게 조율된 특종을 토대로 편종도 음률이 맞는 악기로 교정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악기 상태 점검을 통한 수량 파악을 통하여 부족한 악기를 제작하게 되었고 고악(古樂)의 체제를 갖춘 제례악을 형성하게 되었다. 종과 경의 제작 기술은 오늘날까지도 전승되고 있으며, 2010년과 2011년에는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의 궁중음악 냐냑[雅樂]의 편종, 편경, 특종, 특경을 복원하여 기증함으로써 동아시아 아악의 진흥에 기여했고 우리나라의 문화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종과 경의 가치 『경국대전(經國大典)』,『대전회통(大典會通)』에 의하면 공인(工人)이 종이나 경을 만지다가 깨뜨리면 곤장 100대에 도형(徒刑) 3년의 벌을 주었다고 하니 이 악기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전쟁 통에도 악공이 종과 경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홍건적(紅巾賊)의 난으로 사람들이 송나라에서 들여온 악기를 수호하기 어려웠는데, 어느 늙은 악공이 종·경 두 악기를 못 속에 던져 넣어서 보존할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가 『세종실록(世宗實錄)』의 1433년(세종 15년) 1월 기사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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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李壯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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