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창부타령〉의 선율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에 작곡된 신민요
1935년 강남월 작사, 정사인 작곡의 〈태평연(太平宴)〉을 경기명창인 이은주가 한국전쟁 당시 노랫말을 바꾸고, 악곡명도 태평가로 바꾸어 부른 신민요이다. 선율은 경기민요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창부타령〉의 선율을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진경토리의 음악적 어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노래한다.
태평가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신민요 중의 한 곡이다. 강남월 작사·정사인(鄭士仁, 1881~1958) 작곡으로 1935년 Polydor음반에 처음 녹음되었다.
유성기음반 녹음 당시 곡명은 <태평연>이며, 그 시기 왕수복 다음으로 인기가 높았던 선우일선(鮮宇一扇, 1918~1990)의 노래로 발표되었다. 정사인은 풀룻을 전공한 연주자였으며, 에케르트의 영향으로 서양의 기법을 활용한 작곡가이기 때문에 <태평연> 역시 서양의 왈츠풍인 3/4박자로 작곡되었으며, 서양악기반주에 맞추어 선우일선이 음반에 취입하면서 알려진 곡이다. <태평연>은 서양음악의 박자로 만들어진 곡이지만, 선율은 경기지역의 대표민요인 <창부타령>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복 이후 한국전쟁 중 경기명창이었던 이은주(본명:이윤란, 1922~2020)가 악곡명을 <태평가>로 바꾸고, 가사도 일부 바꿔 부르면서,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민요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태평연>이란 노래로 출발한 <태평가>는 <태평연>의 선율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1935년 선우일선이 부른 <태평연>은 “눈물만 흘려서 무엇하나 한숨만 쉬어서 무엇하나~”로, 반면에 현재의 <태평가>는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바치어 무엇하나~”로 시작하는 점이 서로 다르다. 또한 후렴의 경우도 현재 <태평가>는 “벌 나비는 이리저리 퍼벌펄 꽃을 찾아서 날아든다”에서 끝을 맺지만, <태평연>은 현재 끝맺음 가사 뒤에 “노류장화 꺾어 들고서 춘풍화류를 희롱하네”가 덧붙어 있다. <태평가>는 경기민요인 <창부타령>을 바탕으로 한 <태평연>과 그 선율이 유사하므로, 곡의 구성음은 창부타령과 동일하다. 즉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음계이며, 음계의 구성음 중 생략되는 음 없이 골고루 모두 사용되며, 선율은 순차진행하므로, 특별한 한 음에서 요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곡을 끝마칠 때에는 하행하면서 음계의 최저음인 ‘솔(sol)’로 종지한다. 따라서 <태평가>는 <창부타령>과 같이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음악어법인 진경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태평가>의 원곡인 <태평연>은 3/4박자의 왈츠풍인데 비하여, <태평가>는 경기민요에서 즐겨 사용하는 3소박 4박의 굿거리장단으로 변화하여 연주한다. 형식은 본 절과 후렴으로 구성된 유절형식이다.
〈태평연〉
(후렴) 니나노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 얼싸 좋다 얼씨구나 좋아 벌 나비는 이리저리 펄펄 꽃을 찾아서 날아를 든다 노류장화 꺾어 들고서 춘풍화류를 희롱하세 1. 눈물만 흘려서 무엇하나 한숨만 쉬어서 무엇하나 인생 일장춘몽이러니 놀기도 하며 구경하세 2. 성화는 바쳐서 무엇하나 짜증만 내어서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
태평가
(후렴) 니나노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얼싸 좋아 얼씨구나 좋다 벌 나비는 이리저리 퍼벌펄 꽃을 찾아 날아든다 1.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星火)는 바치어 무엇하나 속상도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2. 청사초롱(靑紗草籠)에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郞君)이 다시 온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하니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3. 춘하추동 사시절에 소년 행락이 몇 번인가 술 취하여 흥이 나니 태평가나 불러보자 4. 장장추야(長長秋夜) 긴 긴 밤에 실솔(蟋蟀)의 소리도 처량하다 임이 그리워 젖는 베개 어느 누가 알아주리 5. 만경창파 푸른 물에 쌍돛단배야 게 섰거라 싣고 간 임은 어디 두고 너만 외로이 오락가락 6. 개나리 진달화[杜鵑花] 만발해도 매란국죽(梅蘭菊竹)만 못하느니 사군자(四君子) 절개를 몰라주니 이보다 큰 설움 또 잊으리 7. 꽃을 찾는 벌 나비는 향기를 쫓아 날아들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버들 사이로 왕래한다 8. 학(鶴)도 뜨고 봉(鳳)도 떴다 강상(江上) 두루미 높이 떠서 두 나래 훨씬 펴고 우줄 우줄 춤을 춘다 9. 작작요요(灼灼夭夭) 도리화(桃李花)는 장안(長安) 호접(胡蝶) 구경이요 금장병풍(錦帳屛風) 모란화(牧丹花)는 부귀자(富貴子)의 번화(繁華)로다 10. 노류장화(路柳墻花) 꺾어 들고 춘풍화류(春風花柳)를 희롱하세(후략)
(출처: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위의 제시된 〈태평연〉의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태평연〉은 두 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다. 1절과 2절 중 2절이 오늘날 태평가의 처음으로 사용된다. 또한 〈태평연〉 후렴의 마지막 구인 “노류장화 꺾어 들고서 춘풍화류를 희롱하세”가 현재의 태평가에서는 본 절로 불린다. 현재는 이창배에 의해 28개 정도의 가사가 태평가 선율에 얹혀 불리는데, 남녀의 정서를 엮거나 인생의 허무함을 통탄한 비관적인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평가는 신민요의 대표적인 악곡 중의 하나이다. 신민요는 1930년대 만들어진 민요로, 대부분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국악기와 양악기 혼합 형태의 반주에 맞추어 연주한다. 이 곡은 정사인이라는 플루트를 전공한 정사인이라는 서양 작곡자에 의해 작곡된 〈태평연〉을 경기명창 이은주가 가사와 왈츠풍의 서양음악 박자 구조를 전통음악의 굿거리장단으로 바꾸고, 전통 국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면서 통속민요로 정착하였다. 특히 태평가는 일제강점기 때 서양음악 작곡자들에 의해 작곡된 신민요의 여러 곡들 중에서 이들이 통속민요로 수용되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곡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 경기민요라 할 수 있다.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임정란 편저, 『경기소리대전집 (下)』, 도서출판 무송, 2001. 장사훈, 『국악개요』, 정연사, 1961. 이소영, 「일제강점기 신민요의 혼종성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7.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