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중건이나 경복궁 관련 사설을 주제로 한 경기민요
경복궁타령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할 때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의해 가창되던 향토민요를 전문음악인들이 세련되게 다듬어 통속화 시킨 경기 민요이다. 이 곡은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계의 최저음인 ‘라(la)’로 종지하는 반경토리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볶는타령이나 빠른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연주한다.
<경복궁타령>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경기잡가 및 선소리산타령의 보유자였던 이창배는 1976년 집필한 한국가창대계에서 <경복궁타령>은 ‘경복궁 중건 때 생긴 발생된 노래’라고 하였다. 그 이유는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많은 백성들을 동원하여 노역을 하게 해서 그들의 원망이 당연히 발생하였고, 이것이 반영된 비판적인 노랫말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경복궁타령>은 서울・경기지역의 음악어법을 그대로 담고 있어, 노래 자체가 매우 밝고 경쾌하며 힘차기 때문에 경복궁 중건을 위해 동원된 백성들의 괴로움이나 노동의 고단함을 표현하는 노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경복궁타령>의 유래와 관련하여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어느 하나의 견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성기음반에는 1925년 표연월이 녹음한 <경복궁타령>의 녹음이 처음 보이며, 이후 1927년과 1929년의 것도 보이는데 그 외에는 대부분 1930년대 말까지 발매된 것들이다. 이들 음반의 장르명은 경기잡가를 비롯하여 서도잡가, 가야금병창 등 다양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실제 오태석이 병창으로 부른 <경복궁타령>도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경기지방과 서도지방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하였으며, 두 지역 명창들의 학습과정이나 공연활동 등 상호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경복궁타령> 등과 같은 경기민요나 서도민요는 두 지역의 명창들에 의해 불리는 주요 레퍼토리였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지 유성기음반에는 경기명창뿐만 아니라 서도명창들에 의해 가창된 <경복궁타령>도 찾아볼 수 있으며, 양악반주에 맞추어 노래한 것,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가야금병창으로 녹음된 것 등 다양한 형태의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경복궁타령의 노랫말은 경복궁을 짓는 일이나 경복궁과 관련된 여러 가지들이 있다. 현재의 노랫말 역시 경복궁과 관련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유성기음반 중 1929년에 발매된 지용구(池龍九, 1857~1938) 장구 반주에 맞춰 박춘재(朴春載, 1883~1950)와 문영수(文永洙, 1867~1930)가 노래한 경복궁타령은 경복궁 재건과 관련된 내용과 신문물과 관련한 시대의 세태 풍자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음반들은 청중들을 위한 감상용 음악으로 만들어져 연주되는 것으로,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것들도 많은 양을 차지한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본다면 경복궁타령의 노랫말은 경복궁 중건을 위해 동원된 인부들의 괴로움이나 원망에 찬 한탄을 토로하는 요소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예전부터 불리던 민요에 경복궁 중건과 관련된 가사가 많이 삽입되면서 경복궁타령이라는 악곡명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경복궁타령은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음계이며, 음계의 최저음인 ‘라(la)’로 종지한다. 따라서 노래는 하행 선율로 끝을 맺으며, 다섯 음 중 특정한 음을 떠는 현상이 적고, 대부분의 선율은 순차 진행한다. 이 곡은 경기도의 〈창부타령〉이나 〈노랫가락〉ㆍ〈도라지타령〉과 달리 ‘라(la)’가 주음 즉 종지음이므로, 반경토리에 해당한다. 박자 구조는 3소박 4박으로 되어 있으며, 장단은 빠른 자진모리나 볶는 타령을 친다. 본 절 4장단을 부르면 4장단의 후렴이 붙는 유절형식인데, 본 절과 후렴을 시작하면서 “에~”하는 입타령이 붙는다. 특히 후렴부분에서는 한 박(♩)을 3소박(♪♪♪)으로 나누는 기본형에서 2소박(♩♩♩♩♩♩)으로 나누는 헤미올라의 리듬형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 활달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부르는 <경복궁타령>의 노랫말은 이창배가 엮은 가창대계에 의하면 경복궁 중건 때의 상황이나 경복궁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유성기음반에 녹음된 경복궁타령은 통속민요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내용인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한 것, 그리고 인생무상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된 악곡들도 있다. 각각의 경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Victor49049-B 경기민요 길진홍(독창), 박춘재(장고)
(후렴) 에-에헤헤헤 에헤야 얼널널널이구 방애로구나 (에) 1. 간다네 간다네 네가 도라간다 ᄯᅥᄭᅥᆯ거리구 내가 도라간다 2. 졍들엇다 네가 통졍마라 리별이 되며는 후회 막급이라 3. 인생한번 도라가면 다시난 오기가 만무로다 4.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5. 하날가치 놉흔봉에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로다 6. 정들엇다 네가 통졍마라 리별이 되며는 후회 막급이라 7. 동창밧게 국화를 심어 국화밋헤다 술을 비저 8. 졍들엇다 네가 통졍마라 리별이 되며는 후회 막급이라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후렴) 에 - 에헤이야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 1. 남문(南門)을 열고 파루(罷漏)를 치니 계명산천(鷄鳴山川)이 밝아 온다 2. 을축사월(乙丑四月) 갑자일(甲子日)에 경복궁을 이룩하세 3. 도편수의 거동을 봐라 먹통을 들고서 갈팡질팡한다 4.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든다 5. 남산(南山)하고 십이봉(十二峯)에 오작(烏鵲) 한 쌍이 훨훨 날아든다 6. 왜철쭉[倭척촉] 진달화[杜鵑花] 노간죽하니 맨드라미 봉선화가 영산홍(暎山紅)이로다 7. 우광꿍꽝 소리가 웬 소리냐. 경복궁 짓는 데 회(灰)방아 찧는 소리라 8. 조선 여덟 도(道) 유명탄 돌은 경북궁 짓는 데 주춧돌 감이로다 9. 우리나라 좋은 나무는 경복궁 중건(重建)에 다 들어간다 10. 근정전(勤政殿)을 드높게 짓고 만조백관(滿朝百官)이 조하(朝賀)를 드리네 (후략)
<경복궁타령>은 현재 통속민요에 해당하지만, 경기도 선소리로 불리기도 하는 노래였다. 또한 확실한 발생연도에 근원이 알려진 바 없으나, 구전에 의하여 구한말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동원한 노역 일꾼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거나 잊게 하기 위하여 불렀던 노동요의 일종으로 불렀다는 점을 추측한다면 대략 1860년에서 1870년 사이에 발생된 노래로 볼 수 있다. 또한 <경복궁타령>이 불린 당시 민요뿐만 아니라 무동대(舞童隊)나 농악대(農樂隊) 혹은 남사당패까지 동원하여 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 곡은 본 절의 가사를 부르기에 앞서 ‘에 ~’라는 음절을 2장단 높은 음으로 질러서 낸 후에 본 절에 해당하는 가사 네 장단을 부르며, 후렴 역시 시작 부분에 본 절과 마찬가지로 ‘메 ~’라는 음절을 2장단 질러 부른 이후 가사를 세 장단 부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임정란 편저, 『경기소리대전집 (下)』, 도서출판 무송, 2001.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 엮음, 『한국유성기음반』, 한걸음더, 2011. 이소라, 「경복궁타령 고」, 『민속학연구』 제9집, 국립민속박물관, 2001.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