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지역 전문음악인들에 의해 연행되는 성악곡
경기민요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음악인들이 공연용으로 연주하는 성악곡을 일컫는다. 경기 지역에 전승되는 대표적인 전문 예능인의 음악으로는 좌창에 해당하는 12잡가와 통속민요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같은 집단에 의해 연행되었다. 경기민요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악곡으로는 〈창부타령〉·〈노랫가락〉·〈베틀가〉·〈한강수타령〉·〈아리랑〉·〈풍년가〉 등을 들 수 있다. 이 곡들은 대부분 5음음계의 경기 지방 음악 어법인 진경토리·반경토리·신경토리와 세마치나 굿거리장단을 사용하며, 유절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민요(民謠)는 ‘민중의 노래’를 뜻하는 것으로, 민중들 사이에서 발생하여 그들에 의해 변화되면서 전승되어 온 것이다. 즉 판소리나 무가와 같이 전문 집단에 의해 만들어져 현재까지 전해진 것과는 다른 유형인 것이다. 그러나 조선 말 전문 예능인들에 의해 가창된 ‘잡가’는 기층 민중들이 감상용으로 즐기던 전문가들의 좌창이나 입창에 해당하는 모든 장르를 일컫는다. 좌창은 경기 12잡가가 대표적이며, 입창은 사당패 집단에 의해 불리는 선소리산타령이 대표적이다. 이 중 좌창을 불렀던 집단의 전문 예능인들이 12잡가 다음으로 많이 연행했던 음악은 통속민요이다. 이렇듯 통속민요는 전문 예능인들이 감상을 목적으로 공연용으로 연행하던 것으로 원래 민요와는 다른 개념을 지니고 있다. 결국 좌창인 12잡가와 통속민요는 같은 집단에 의해 연행된 것이다. 12잡가는 조선 말 발생하여 널리 유행하였으며, 1940년대 초까지의 유성기음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통속민요는 사당패 등과 같은 소리패들에 의해 불렸던 노래나 기존의 존재하였던 향토민요를 기반으로 세련성 있게 전문 예능인들이 다듬어 공연을 목적으로 만든 악곡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개화기 이후 방송이나 음반 등과 같은 대중매체에 활용될 목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신민요까지를 모두 현재 모두 포함한다. 또한 서울・경기는 조선 시대 수도였던 한양이 위치한 곳으로, 오랜 시간동안 우리나라의 중심지였으므로 화폐 유통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근대식 서구 문물이 가장 먼저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기민요에 해당하는 잡가나 통속민요와 같은 전문 음악인들의 레퍼토리는 초창기 라디오 방송이나 유성기음반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대중화 역시 일찍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천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는 경기민요는 교육 기관 등에서 경기 민요만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민요 창자들을 양성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민요를 부르는 창자들의 비율이 높아 이들에 의해 경기민요가 널리 퍼지면서 현재 전국적으로 넓은 분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 음악인들에 의해 가창되는 통속민요는 선율·리듬·시김새 등이 향토민요에 비하여 세련성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마다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민요의 지역적 특징을 ‘토리’라 일컫는다. 이 토리는 향토민요보다 통속민요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경기 지역 통속민요에서는 진경토리(창부타령조 또는 노랫가락조)·반경토리(베틀가조)·신경토리 등 세 가지 토리가 나타난다. 진경토리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계의 최저음인 ‘솔(sol)’로 끝을 맺는다. 반경토리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음계이며, 하행하면서 음계의 최저음인 ‘라(la)’로 종지한다. 신경토리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 구성으로, 진경토리와 동일하지만 노래를 마칠 때에는 음계의 중간에 위치하는 ‘도′(do′)’음으로 종지한다. 이렇듯 진경토리와 신경토리는 구성음은 동일하지만 신경토리의 경우 진경토리의 종지음보다 4도 위의 음으로 종지하는데, 이는 서양음악 혹은 변격선법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다. 경기 통속민요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토리의 악곡은 5음음계로 구성되며, 구성음 중 생략하는 음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선율은 주로 순차진행하고, 음계를 구성하는 다섯 음 중 어느 한 음을 특정하게 떨어주는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명창들에 의해 불리는 통속민요 중 진경토리 악곡은 <창부타령>·<노랫가락>·<긴아리랑>·<구조아리랑>·<도라지>·<늴리리야>·<청춘가>·<태평가>·<양산도>·<방아타령> 등, 반경토리 악곡은 <베틀가>·<경복궁타령>·<오봉산타령>·<한강수타령>·<천안삼거리> 등, 신경토리 악곡은 <아리랑>·<풍년가>·<노들강변>·<는실타령>·<군밤타령>·<자진방아타령> 등이 있다. 이들 중 진경토리 악곡의 <긴아리랑>과 <양산도>, 반경토리 악곡 중 <천안삼거리>와 <한강수타령>은 각각 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음계의 최저음보다 낮은 음들이 출현하고 있어, 다른 악곡들에 비해 음역 대를 넓게 활용하고 있다. 경기지역 통속민요는 굿거리와 세마치·자진타령·도드리 등 여러 장단이 활용된다. 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단은 굿거리이며, 그 다음으로 세마치, 자진타령(볶는타령) 순이다. 굿거리장단을 사용하는 악곡은 <창부타령>·<늴리리야>·<청춘가>·<태평가>·<베틀가>·<오봉산타령>·<한강수타령>·<천안삼거리>·<풍년가> 등이다. 세마치장단 사용 악곡은 <구조아리랑>·<도라지>·<방아타령>·<양산도>·<노들강변> 등이다. <는실타령>은 타령장단을, <자진방아타령>·<경복궁타령>·<군밤타령> 등은 자진타령(볶는타령)장단을 사용한다. 이외에 <노랫가락>은 시조의 장단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민요들과 달리 독특한 장단을 가지고 있으며, <긴아리랑>이나 <이별가>와 같이 느리게 부르는 악곡은 박자가 불규칙하다. 이와 같이 경기 통속민요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단은 우리나라 민요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3소박 4박의 박자구조로 구성된 굿거리장단이다. 경기 통속민요는 대부분 후렴을 가지고 있는 유절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 명이 함께 노래할 때에는 앞소리 즉 본절은 독창으로 부르고 뒷소리에 해당하는 후렴은 앞소리 부르는 창자를 제한 가창자들이 제창 방식으로 노래한다. 특히 앞소리는 독창으로 부르기 때문에 가창자마다 사설과 선율의 변화를 주기 때문에 즉흥성과 유동성이 나타나는 반면에, 제창으로 부르는 후렴은 사설과 선율의 고정성을 가지고 있다. 느린 속도의 불규칙 박자로 구성된 <긴아리랑>과 같은 노래나, <노랫가락>과 같이 독특한 방식의 장단을 활용하는 노래들은 독창으로 부른다. 경기 지역의 통속민요는 전문 음악인 즉 경기명창들에 의해 가창되므로, 대부분 관현악기의 반주를 수반하고, 일정한 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며 음역이 넓고 다양한 장식음과 시김새를 사용하고 있어 세련성과 화려함을 엿볼 수 있다.
경기 통속민요 중 반경토리(베틀가토리)는 경기도의 진경토리와 황해도의 난봉가토리의 접변으로 만들어진 토리이므로, 서도민요의 특징이 나타난다. 1920~1930년대에는 서울・경기지역에서 서도음악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서도명창들이 서울에서 활동하였기 때문에, 경기명창들이 서도명창들과 함께 공연활동을 하거나 서도소리를 배워 노래하는 경우가 있어 경기명창과 서도명창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경서도명창’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경기 통속민요 중 다수의 악곡에서 서도지역 음악어법이 나타나는데, 이는 유성기음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영운·김혜리,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0.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김혜정, 「경기도 사람들의 소리와 노래」, 『경기의 민속문화』, 국립민속박물관, 2015.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