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타령, 백구야 날지마라
전원에 묻혀 사는 장부의 마음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백구야 훨훨 나지 말어라~”의 노랫말로 시작하며 전원에 묻혀 사는 장부의 마음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이다. “백구야 훨훨 나지 말어라~”의 사설은 본래 문학작품 〈백구사〉와 동일하다. 이 부분은 판소리 단가 아니라 가곡, 12가사, 민요 등의 장르에서도 차용하여 불리고 있다. 백구가는 백구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후 속세를 떠난 장부의 살림살이를 묘사, 단오시절의 녹의홍상 미인들은 그네뛰기를 하는데 자신은 벗님의 부재로 외로움을 한탄한다. 친구들과 경승지를 유람하던 중 재(齋)에서 불공을 드리는 장면을 구경하며, 할 일을 하면서 놀아보자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단가 백구가는 고종대 명창 이동백(李東伯, 1866~1949)이 잘 불렀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심상건(沈相健, 1889~1965), 김초향(金楚香, 1900~1983), 김연수(金演洙, 1907~1974)나 정권진(鄭權鎭, 1927~1986), 권농선 등의 명창들에 의해 자주 불렀다고 전해진다. 백구가는 판소리뿐 아니라 가야금병창곡으로도 전승이 되고 있다. 현재 전하는 음원은 다음과 같다. 1920년대에 김초향이 부른 판소리 단가 〈백구야 나지말아〉와 김해선(金海仙, 1900~?)이 부른 가야금병창 단가 〈백구타령〉이 있다. 김초향이 부른 것은 CD로 복각되면서 〈어화 청춘 소년들아〉로 곡명이 바뀌었다. 1930년대에는 심상건과 권농선이 각각 〈백구타령〉, 〈백구야 날지마라〉라는 곡명으로 부른 음원이 있는데 두 곡 모두 가야금병창으로 전하는 단가이다. 김연수(金演洙, 1907~1974)의 판소리 단가 백구가는 1969년에 녹음한 것으로 백구가라는 곡명을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조상현(趙相賢, 1939~)이 1981년에 브리태니커에서 녹음한 것을 끝으로 그 이후의 음원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다.
○ 음악적 특징 판소리 단가는 일반적으로 중모리장단에 우조나 평조로 짜여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가 백구가 역시 음악적인 면에서 중모리장단으로 짜여있으며, 우조와 평조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붙임새는 대마디대장단 외에도 엇붙임, 잉어걸이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김연수의 소리에서 엇붙임은 제9박을 쉬고 제10박에 사설을 붙이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당겨붙임과 밀붙임은 독자적으로도 활용되기도 하였지만 다른 붙임새와 함께 혼합하여 사용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단가 백구가의 사설은 크게 2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자는 백구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으로 노래를 시작하여 속세를 떠난 대장부의 살림살이를 묘사한다. 그리고 단오시절의 녹의홍상 미인들은 그네뛰기를 하고 있지만, 자신은 벗님의 부재에 한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2단락은 친구들과 경승지를 유람하는 부분이며 김연수의 소리는 ‘재맞이 불공’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백구(白鷗)야 훨훨 나지 말어라. 너를 잡으려 내 안 간다. 이 몸이 재주 없어 성상(聖上)이 바리시매, 공명(功名)은 부운(浮雲)이로구나. 일신이 한가허여 너와 노자고 찾았노라. 강산의 터 닦어 구목위소(構木爲巢)허고,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누웠으면, 장부 살림살이가 이만허면 넉넉헐까. 일촌간장(一寸肝腸) 맺힌 설움 일생 부모님 생각이라.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어 원정부지이별(怨征夫之離別)인가. 송백수양(松柏垂楊) 푸른 가지 높다랗게 그네 메고, 녹의홍상(綠衣紅裳) 미인들은 오고 가고, 가고 오고, 오락가락으 추천(鞦韆)을 허는디, 우리 벗님은 어디 가고, 단오 시절인 줄을 모르더라. 아서라, 모두 다 쓸 데 없네. 친구들아, 가자서라. 승지나 구경헐까보다. 죽장을 끌고, 망혜 신어 천리강산을 들어가 여기저기 저기여기 구경허고, 또 한 곳을 당도허여, 치어다보니 만학천봉(萬壑千峰)이요,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장(白沙之場)이라. 허리 굽고 늙은 장송은 광풍狂風을 못 이기여서 우질우질 춤을 출 적어, 이 골 물이 주루루루루룰, 저 골 물이 꿜꿜, 열의 열두 골 물이 한트로 합수(合水)쳤다, 천방자 지방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큼져, 건너 벙풍석屛風石에다 마주 꽝꽝 마주 쌔려, 버큼이 북적, 물너울이 뒤둥그러져, 워리렁 꿜꿜 뒤둥그러졌네. 그 앞을 굽어보니, 조그만한 법당 안의 중들이 모여들어 재맞이 불공을 허느라고, 어떠헌 대사님은 법관(法冠)을 쓰고, 어떠한 중은 낙관(蘿冠)을 쓰고, 또 어떤 중은 바라들고, 어떠한 중은 광쇠를 들고, 또 어떤 중은 죽비(竹篦)들고, 어떠한 중은 목탁을 들고, 또 어떤 중은 증쇠들고, 조그만한 상좌(上佐)하나 다래몽동 큰 북채를 양손에 갈라 쥐고, 큰북은 두리둥둥, 꽝쇠는 꽈광꽝, 목탁은 또드락, 죽비는 참 차르르르, 증쇠는 땅땅, 바라는 처르르르르, 탁좌卓子 앞의 늙은 노승 하나, 가사착복(袈裟着服)을 스러지게허고, 구붓구붓 예불을 허니, 상계(上界)일시가 분명쿠나. 저 절로 찾어가서 재맞이 밥이나 많이 얻어먹고, 우리 고향 돌아가서, 헐 일을 허여가면서 지내보자.
김연수 창 백구가 서정민, 『오선악보로 보는 단가』, 채륜, 2018.
단가 백구가는 “백구야 훨훨 나지 말어라”로 시작하는 단가로, 전원에 묻혀 사는 대장부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이 단가는 판소리 고유사설이 아닌 다른 단가의 사설과 판소리 중 일부 대목의 사설을 혼용하거나 차용한 사설로 이루어졌다. 판소리 단가 〈강상풍월〉과 가야금병창 단가 〈녹음방초〉, 판소리 《수궁가》 중 〈고고천변〉 대목, 판소리 《춘향가》 중 〈재맞이 불공〉 대목 등에서 단가 백구가와 관련 있는 사설이 확인된다. 음악적인 내용은 각 창자별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
서정민, 『오선악보로 보는 단가』, 채륜, 2018.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서정민, 「김연수 단가 백구가 연구」, 『국악원논문집』 45, 국립국악원, 2022.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