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술지추칠월(壬戌之秋七月)
중국의 시인 소식(蘇軾)의 〈전(前)적벽부〉를 개작하여 곡을 붙여 만든 판소리 단가
적벽부는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 기망(旣望)에 적벽강 배를 띄워~”로 시작하는 판소리 단가로 정정렬(丁貞烈, 1876~1938)이 직접 작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가는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식이 전ㆍ후 두 편의 「적벽부」를 지었는데 그 중 전편인 「전적벽부」를 개작한 것이다. 노랫말은 적벽강에서의 흥취와 적벽대전의 회고, 인생무상을 탄식하지만,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모리장단에 우조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단가 적벽부는 정정렬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유성기음반에 적벽부가 ‘신단가’로 표기되어 있으며, 그의 음반 적벽부가 최초로 기록된 이유이기도 하다. 단가 적벽부의 최초 음원은 1932년 콜롬비아에서 발매한 유성기음반 정정렬 소리의 〈신단가 적벽부 AㆍB(Columbia 40383/AㆍB)〉이다. 후에 이 음원은 1995년에 신나라레코드에서 복각하여 〈한국의 위대한 판소리명창들(IV) 판소리 5명창 정정렬〉과 1996년 LG미디어에서 발매한 〈콜럼비아유성기원반(10) 서편제 판소리 김창환, 정정렬〉에 수록되었다. 이 단가는 정정렬의 장기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제자인 김여란(金女蘭, 1906~1982)과 그 외에 후대의 홍정택(洪貞澤, 1921~2012), 박송희(朴松熙, 1927~2017), 안향련(安香蓮, 1944~1981), 안숙선(安淑善, 1949~) 등의 명창들에 의해 녹음된 음원이 확인된다.
○ 음악적 특징 단가의 장단은 중모리가 대부분이고, 악조는 평우조(平羽調)가 원칙이나 계면조(界面調)나 경드름을 섞어 부르기도 한다. 단가 적벽부 역시 중모리장단과 우조의 선율로 진행된다. 정정렬이 부른 단가 적벽부는 총 67장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은 음반의 AㆍB면으로 나누어 녹음되었다. 이 중 B면에 해당하는 뒷부분의 소리는 전승 과정에서 탈락하였고 A면에 해당하는 부분의 붙임새와 사설에 소폭 변화를 준 37장단 구성이 현재 소리꾼들에게 가장 많이 불리고 있다.
음악적인 면을 보면, 악조는 우조이며, 위 음역으로 확장되어 선율이 진행된다. 말붙임은 기본적인 대마디대장단 외에도 다양한 붙임새를 사용하여 변화를 준다.
단가 적벽부의 노랫말은 적벽강에서의 흥취와 적벽대전의 회고, 유한한 인생에 대한 회의와 무한한 우주에 대한 감탄 그리고 신선 세계를 향한 동경을 내용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자는 인생의 유한함을 슬퍼하고, 장생불로하지 못함을 아쉬워했지만, “유유(悠悠)한 세상사를 덧없다 한을 말고, 그윽히 눈을 들어 우주를 살펴보라.”, “덧없다 볼작시면 천지가 일순(一瞬)이요, 변함없다 생각허면 만물이 무궁이라.”와 같은 무한한 우주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세잔(洗盞)으 갱작(更酌)을 허여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라고 말하며 화자는 초연한 자세와 흥취를 드러낸다. 사설은 4ㆍ4조의 운율에 맞추되 원문과 내용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전반부는 ‘적벽’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화자의 심상을 다루는 표현의 독음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면서 그사이와 끝에 우리말로 토를 달아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후반부는 원문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로 풀고 재구성하여 개작하였다. (A면)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 기망(旣望)에 적벽강 배를 띄워 임기소지(任其所之) 노닐 적의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허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술을 들어 객을 주며 칭풍명월 읊조리고 요조지장(窈窕之章) 노래할 제, 이윽고 동산에 달이 돋아 두우(斗牛)간을 배회허니, 백로는 횡강(橫江)허고, 수광(水光)은 접천(接天)이라. 가는 곳 배게 맽겨 만경창파 떠나가니, 호호(浩浩)헌 빈 천지에 바람 만난 저 돛배는 끄칠 바를 몰라 있고, 표표(飄飄)헌 이 내 몸은 우화등선(羽化登仙) 되었어라. 취흥이 도도(滔滔)하야 뱃전 치며 노래허니, 그 소래여 허였으되, ‘계도혜난장(桂棹兮蘭槳)으로 격공명혜소유광(擊空明兮泝流光)이로다. 묘묘혜여회(渺渺兮余懷)여 망미인혜 천일방(望美人兮 天一方)이로다.’ 통소로 화답허니, 그 소래 명명(冥冥)하여 여원여모(如怨如慕) 여읍여소(如泣如訴). 여음(餘音)이 요요(嫋嫋)하여 실같이 흘러나니, 유학(幽壑)에 잠긴 어룡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고주(孤舟)의 이부(嫠婦)들은 망부한(亡夫恨)을 못 이겨라. 추연히 일어 앉어 옛일을 생각허니 만사가 꿈이로구나. 월명성희(月明星稀) 오작(烏鵲)이 남비(南飛)하니, 조맹덕의 지은 시요. 서망하구(西望夏口) 동망무창(東望武昌) 산천이 상교하야 울울창창하였으니, 맹덕의 패한 데라. 형주(荊州)를 파(破)한 후에 강릉(江陵)으로 나려갈 제, 축로(舳艫)는 일천리요, 정기(旌旗)는 폐공(蔽空)이라. (B면) 창을 빗겨 술 마시고, 글을 지어 읊을 적으 일세 영웅이 기언마는 이제 간 곳 모를레라. 후세으 태인 몸이 강상의 고기 낚고, 산간으 나무헐 제, 어하(魚鰕)로 짝을 허고, 미록(麋鹿)으로 벗을 삼어, 울울(鬱鬱)한 장부 뜻을 술잔으 의택코저 기부유어천지(寄蜉蝣於天地)허니, 묘창해지일속(渺滄海之一粟)이라. 무궁헌 천리 장강 어이 아니 부러우리. 이 몸이 신선되야, 강상명월 이 가운데 장생불로 못할 일을 한없이 실퍼하야, 흉중으 쌓인 한을 퉁소로 부침이라. 아서라, 모도 다 취담일다. 유유(悠悠)한 세상사를 덧없다 한을 말고, 그윽히 눈을 들어 우주를 살펴보라. 쉬지 않고 흐르는 물 간다헌들 끊어지며, 기울었다 돋는 달도 아조 소장(消長) 되단말가. 덧없다 볼작시면 천지가 일순(一瞬)이요, 변함없다 생각허면 만물이 무궁이라. 강상청풍과 장강명월은 귀로 들어 소리 되고, 눈에 뵈어 경개로다. 취지무궁(取之無窮) 용지불갈(用之不竭) 하나님의 무궁조화 무엇이 서러워 탄식인가. 세잔(洗盞)으 갱작(更酌)을 허여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정정렬 창 적벽부 정양․최동현․임명진, 『판소리단가』, 민속원, 2003.
壬戌之秋七月旣 望蘇子與客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水波不興. 임술지추칠월기망 소자여객범주유어적벽지하 청풍서래수파불흥. 擧酒屬客誦明月之詩歌窈窕之章. 거주촉객송명월지시가요조지장. 少焉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水光接天. 소언월출어동산지상 배회어두우지간 백로횡강수광접천. 縱一葦之所如凌萬頃之茫然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종일위지소여능만경지망연 호호호여빙허이풍이불지기소지. 飄飄乎如遺世獨立羽化而登仙. 표표호여유세독립우화이등선. 於是飮酒樂甚扣舷而歌之. 歌曰桂棹兮蘭槳擊空明兮泝流光. 어시음주락심구현이가지. 가왈계도혜난장격공명혜소유광. 渺渺兮余懷望美人兮天一方. 客有吹洞簫者倚歌而和之. 묘묘혜여회망미인혜천일방. 객유취통소자의가이화지. 其聲嗚嗚然如怨如慕如泣如塑. 기성오오연여원여모여읍여소. 餘音嫋嫋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여음요요부절여루 무유학지잠교 읍고주지리부. 蘇子愀然正襟危坐 而問客曰何爲其然也. 소자초연정금위좌 이문객왈하위기연야. 客曰月明星稀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객왈월명성희오작남비 차비조맹덕지시호. 西望夏口東望武昌 山川相繆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망하구동망무창 산천상무울호창창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方其破荊州下江陵順流而東也 舳艫千里旌旗蔽空. 방기파형주하강릉순류이동야 축로천리정기폐공. 釃酒臨江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시주임강횡삭부시 고일세지웅야 이금안재재. 況吾與子漁樵於江渚之上 侶魚鰕而友麋鹿 駕一葉之扁舟擧匏樽以相屬 황오여자어초어강저지상 여어하이우미록 하일엽지편주거포준이상촉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哀吾生之須臾羨長江之無窮 狹飛仙以遨遊抱 기부유어천지 묘창해지일속. 애오생지수유선장강지무궁 협비선이오유포 明月而長終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명월이장종지불가호취득 탁유향어비풍. 蘇子曰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而未嘗往也盈虛者如彼而卒莫消長也. 소자왈객역지부수여월호 서자여사이미상왕야영허자여피이졸막소장야. 蓋將自其變者而觀之則天地曾不能己一瞬 개장자기변자이관지즉천지증불능기일순 自其不變者而觀之則物與我皆無盡也而又何羨乎. 자기불변자이관지즉물여아개무진야이우하선호. 且夫天地之間物各有主苟非吾之所有雖一毫而莫取. 차부천지지간물각유주구비오지소유수일호이막취. 惟江上之淸風與山問之明月 耳得之而爲聲目遇之而成色 유강상지청풍여산문지명월 이득지이위성목우지이성색 取之無禁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適. 취지무금용지불갈 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오여자지소공적. 客喜而笑洗盞更酌肴核旣盡杯盤狼藉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객희이소세잔갱작효핵기진배반낭적상여침자호주중 불지동방지기백.
소식(蘇軾), 「전적벽부」 원문 장서윤, 「정정렬 단가 적벽부 작창법 연구」, 서울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0.
단가 적벽부는 정정렬이 만든 곡으로, 1932년에 녹음한 콜럼비아 유성기음반에 ‘신단가’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정렬은 사설의 와전이 적은 명창으로 평가받는데, 이 단가 역시 전반부 많은 부분의 노랫말이 한문으로 짜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와전이 없이 전승되고 있으며, 다양한 붙임새를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전승 과정에 있어 후반부가 탈락되어 짜여진 적벽부가 현재 소리꾼들에게 많이 연행되고 있다.
배연형, 「정정렬론」, 『판소리 명창론』, 박이정, 2010.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박인혜, 「근대 5명창 단가의 음악적 특성」,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학위논문, 2013. 장서윤, 「정정렬 단가 적벽부 작창법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0. 이혜구, 「영산과 단가」, 『한국음악서설』, 한국국악학회, 1982.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