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방의 지명에 가사를 열거하며 부르는 판소리 단가
호남가(湖南歌)는 서술자가 제주도에서 호남 지방으로 건너와 각 고을을 편답(遍踏)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데 각 고을의 풍물과 자연의 경치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태인(泰仁)하신 우리 성군(聖君) 예악(禮樂)을 장흥(長興)하니”와 같이 지명의 의미를 풀어 호남의 각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짜여졌다. 단가와 가야금병창으로 불리며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지명 가사 작품 중 가장 활발히 불려졌다.
호남가는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처음 전하는 것으로 보아 신재효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가의 가사에 작중 화자가 고창성에 홀로 앉아 나주 풍경을 관망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은 다분히 신재효(申在孝, 1812~1884) 자신을 의식한 서술로 판단된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그 가사가 남아 있으며, 일제강점기 때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현재까지도 단가로 불리고 있다. 특히 임방울(林芳蔚, 1904~1961)이 불러 유명해진 단가이다. 이 외에도 정정렬(丁貞烈, 1876~1938), 하농주(河弄珠), 김금암(金錦巖) 등이 호남가를 음반으로 취입하였다. 또한, 가야금병창으로도 불렀다. 이 단가는 이후 임방울의 제자 신평일을 비롯하여 신유경, 박송희, 오정숙, 성창순 등 많은 명창들에 의해 전승이 되었다. 이들이 부른 호남가 사설은 모두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수록된 호남가와 같은 것이다. 호남가는 신재효의 단가 이외에도 여러 이본이 존재한다. 최승범(崔勝範)은 『신재효본』을 포함하여 8종의 호남가를 소개하고 이들은 『정익섭(丁益燮)본』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 이혜화가 소개한 『해동유요(海東遺謠)』 소재 호남가, 강한영(姜漢永)이 소개한 『천리대본』 호남가 2편, 『악부(樂府)』(고려대학교 소장) 소재 호남가 등과 함께 『고가요기초(古歌謠記抄)』(국립중앙도서관 소장)에 수록된 호남가 그리고 『정선조선가요집(精選朝鮮歌謠集)』의 단가 항목에 수록된 호남가, 단국대학교 소장 호남가 등이 확인된다.
○ 음악적 특징 단가는 대체적으로 중모리 장단을 사용하며 곡조의 경우 우조와 평조로 짜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20세기 중후반에 불린 단가는 때에 따라서 우조의 단가를 부분적으로 계면조로 변화시켜 음악적 기교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특히 임방울은 단가를 계면조로 많이 불렀다.
함평(咸平)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랴 하고 제주 어선 빌려 타고 해남으로 건네갈 적 흥양(興陽)의 돋은 해는 보성(寶城)으 비쳐 있고 고산(高山)의 아침 안개 영암(靈巖)을 둘러 있네 태인(泰仁) 허신 우리 성군 예악(禮樂)을 장흥(長興)허니 삼태육경(三台六卿)으 순천심(順天心이)요 방백수령(方伯守令) 진안군(鎭安郡)이라 고창성(高敞城)으 높이 앉어 나주(羅州) 풍경(風景) 바래보니 만장운봉(萬丈雲峯)이 높이 솟아 층층(層層)한 익산(益山)이요 백리 담양(潭陽) 흐르난 물은 구부구부 만경(萬頃)인데 용담(龍潭)에 맑은 물은 이 아니 용안처(龍安處)며 능주(綾州)으 붉은 꽃은 골골마다 금산(錦山)이네 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무장(茂長)허니 나무나무 임실(任實)이요 가지가지 옥과(玉果)로구나 풍속은 화순(和順)이요 인심은 함열(咸悅)인디 기초(奇草)는 무주허고 서해는 영광(靈光)이라 창평(昌平)한 좋은 세상 무안(務安)을 일 삼으니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낙안(樂安)이요 부자형제(父子兄弟) 동복(同福)이로구나 강진(康津)의 상고선(商賈船)은 진도로 건너갈 적 금구(金溝)에 금을 일어 쌓인게 김제(金堤)로다 농사허는 옥구(沃溝) 백성 임피상군(臨陂裳郡)에 둘러있고 정읍(井邑)에 정전법(井田法)은 납세(納稅) 인심 순창(淳昌)허니 고부청청(古阜靑靑) 양류색(楊柳色)은 광양춘색(光陽春色)이 팔도에 왔네 곡성(谷城)에 묻힌 선비 구례(求禮)도 허려니와 흥덕(興德) 허기를 일 삼으니 부안제가(扶安齊家) 이 야니냐 우리 호남의 굳은 법성(法聖) 전주(全州) 백성을 거나리고 장성을 널리 쌓고 장수(長水)로만 돌아들어 여산석(礪山石)에다가 칼을 갈아 남평루(南平樓)에다 꽂았으니 조선에는 삼남이 으뜸이라. 거드렁 거리고 지내보세.
임방울 창, 고수 한일섭 정양·최동현·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단가 호남가는 신재효가 당시에 널리 유통되던 지명을 열거하는 내용의 가사 호남가를 저본으로 재창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술자가 제주도에서 호남 지방으로 건너와 호남의 각 고을을 편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남가는 가야금병창으로도 많이 불리는데 박귀희의 호남가의 선율은 임방울이 부른 호남가와 유사하지만 사설은 “농사허는 옥구(沃溝) 백성 임피상군(臨陂裳郡)에 둘러있고”에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로 끝이 나서 정읍부터 그 이후 내용은 생략되는 점이 다르다.
○ 부록 1) 지명지도
○ 참고문헌 강정렬, 『강정렬의 가야금병창』, 전라북도립국악원, 2008. 박귀희, 『重要無形文化財 23號 香史 朴貴姬 伽倻琴倂唱曲集』, 세광음악출판사, 1979. 이승철 외, 『한국민속문학사전』, 국립민속박물관, 2012. 정양ㆍ최동현ㆍ임명진, 『판소리 단가』, 민속원, 2003. 채수정, 『판소리의 첫 호흡, 단가를 부르다』, 채륜, 2018. ○ 참고음원 「판소리 명창 임방울(林芳蔚) 전집」, 킹레코드사, 1990. → 679.4/신595임=3 「단가 1」, 수도미디어, 2001. 「박귀희 가야금병창」, 국립국악원·악당이반, 2011. → 679.314/국366박 「강정렬의 국악세계」, 신나라레코드,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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