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사시풍경(四時風景), 사절가(四節歌)
사계절의 자연 풍경을 묘사하며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으로 시작하며, 세월의 덧없음을 사계절의 자연 풍경에 비유하여 노래한 판소리 단가이다. 전반부는 사계절로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반부는 모든 사람은 늙음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늙기 전에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며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단가는 우조나 평조로 짜여 있지만, 사철가는 중모리장단에 계면조 선율 ‘미(mi)-솔(sol)-라(la)-(시)-도(do′)-레(re′)’를 구성하는 특징이 있다. 단가 사철가는 다른 단가들에 비해 고사나 한문 가사가 적고 한글로 쉽게 쓰여 있어서 근래에 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화 〈서편제(1993)〉에 삽입되어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사철가는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69년에 김연수가 녹음한 음원에는 ‘사시풍경=이산저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단가는 김연수의 소리를 잇고 있는 동초제 판소리 다섯바탕의 계승자인 오정숙(吳貞淑, 1935~2008)과 이일주(李一珠, 1936~) 등에 의해서 전승되고 있다. 1969년 김연수가 녹음하기 이전의 음원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현재로서는 그가 창작하였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정정렬이 1935년에 Victor에서 〈사절가〉라는 곡명으로 녹음한 기록이 있긴 하나, 현재 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유사성을 알 수 없다. 이후 조상현(趙相賢, 1939~)의 ‘이산저산(사철가)’이 1981년에 브리태니커에서 녹음하여 음반으로 발매되었는데, 김연수의 것과 차이를 보인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남해성(南海星, 1935~2020)·김수연(金秀姸, 1948~)ㆍ안숙선(安淑善, 1949~) 등 많은 창자들이 사철가를 녹음했다.
○ 음악적 특징 사철가는 중모리장단으로 짜여있으나 선율은 일반적인 단가와 다르게 계면조 ‘미(mi)-솔(sol)-라(la)-(시)-도(do′)-레(re′)-미(mi′)’로 구성된 특징이 있다. 김연수는 주로 한 옥타브 반의 중간 음역대를, 조상현은 두 옥타브 이상의 넓은 음역으로 소리하고 있다. 김연수는 도(do′) 음을 꺾지 않고, 흘려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시적 변청을 활용하기도 한다. 붙임새는 대마디대장단, 엇붙임, 잉어걸이, 밀붙임, 괴대죽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단가 사철가는 김연수와 조상현 등이 부른 두 종류의 소리가 전하고 있다. 김연수의 것보다 후에 만들어진 조상현의 단가 사철가는 김연수의 〈사시풍경〉과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노랫말의 경우 전반부의 사계절로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내용은 두 창자가 유사한 전개를 보이나 후반부는 다르게 짜여있다. 모든 사람은 늙음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늙기 전에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도는 비슷하다. 하지만, 김연수의 것은 젊을 때 할 일을 하면서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조상현의 것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저승으로 보내고 남은 벗님끼리 즐겨보자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면 산림 풍경, 너른 곳, 만자천홍(萬紫千紅) 그림병풍(屛風), 앵가접무(鶯歌蝶舞) 좋은 풍류 세월간 줄을 모르게 되니, 분명코 봄일러라.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기헌들 쓸데있나. 봄아 왔다가 가랴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옛부터 일렀으니, 작반등산 탁족놀이며, 피서 임천의 목욕 구경,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또한 경개 없을손가. 상렵홍어이월화라, 중양 추색 용산음과 한로상풍(寒露霜楓)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잖는 황국(黃菊)단풍은 어떠하며.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落木寒天) 찬바람에 천산비조 끊어지고 만경인종 없어질적,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일레라. 그렁저렁 겨울이 가면 어느덧 또 하나 연세는 더허는디, 봄은 찾어왔다고 즐기더라. 봄은 갔다가 연년이 오건만, 이내 청춘은 한 번 가고 다시 올 줄을 모르는가.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인생이 비록 백 년을 산대도 인수순야격석화(人壽瞬也擊石火)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짐작허시는 이가 몇몇인고. 노세, 젊어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느니라. 놀아도 너무 허망히 허면 늙어지면서 후회되리니, 바쁠 때 일 허고, 한가할 때 틈타서, 좋은 승지고 구경허며, 헐 일을 허면서 놀아보자.
김연수 창 〈사철가〉 서정민, 「단가 〈사시풍경(이산저산)〉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 양상」, 『판소리연구』 45, 2018.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승화시라 옛 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여 은세계가 되고 보며는 월백설백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제허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滿盤珍羞) 불여(不如) 생전에 일배주(一杯酒)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國穀偸食)허는 놈과 부모 불효 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 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여가며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조상현 창 <사철가> 서정민, 『오선악보로 보는 단가』, 채륜, 2018.
단가 사철가는 우조나 평조로 짜여 있는 일반적인 단가와는 다르게 넓은 음역대와 다양한 붙임새가 활용된 계면조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사설도 다른 단가들에 비해 고사나 한문 가사가 적고 한글로 쉽게 쓰여 있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단가 중의 하나이다. 1960년대에 김연수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리는 이후 그가 정리한 동초제 판소리를 전승한 제자들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조상현의 소리 역시 김연수의 것과 함께 여러 판소리 창자들에게 활발히 연행되고 있다.
김진영ㆍ이기형 교주, 『短歌集成』, 도서출판 월인, 2002. 김혜정, 『판소리 음악론』, 민속원, 2009. 서정민, 『오선악보로 보는 단가』, 채륜, 2018. 서정민, 「단가 〈사시풍경(이산저산)〉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 양상」, 『판소리연구』 45, 판소리학회, 2018.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