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적벽가》 중 적벽대전(赤壁大戰)을 앞둔 조조(曹操)의 군사들이 술을 마시며 놀다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을 부르는 대목
‘군사설움타령’은 판소리 《적벽가》에서 대표되는 눈 대목 중 하나이다. 이 대목은 《적벽가》의 원전인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의 서사구조 속에 민중들의 이야기를 첨입하여 새롭게 창작된 부분이다. 군사설움타령은 장수와 영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인 『삼국지연의』와는 달리, 화자의 시점이 병사와 서민의 입장으로 그들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 변용의 전형을 보여준다. 군사설움타령의 여러 대목 중 모든 창본에서 공통적으로 구성된 대목은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위국자(爲國者) 불고가(不顧家)〉 등 네 대목이다. 이 외에 창자별로 〈첫날밤 생각〉, 〈돈 생각〉 등이 구성되어 있다. 선율은 대부분 ‘미(mi)-솔(sol)-라(la)-(시)-도(do′)-레(re′)-미(mi′)’의 계면조로 짜여있다.
모든 창본과 창본 계열 필사본에 수용되어 있는 군사설움타령 대목은 《적벽가》의 필수적인 화소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재효본』과 『임방울본』 《적벽가》 군사설움타령에 “권판 비졋ᄒᆞ게”, “권삼득씨의 덜렁제로 떠들고 온다”는 사설이 있는데, 권삼득(權三得, 1771~1841)의 창법인 덜렁제로 불린다는 것은 이 대목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함께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대목을 잘 부른 명창으로는 박기홍(朴基洪, ?~?)이 있는데, 그는 동편제 명창으로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서 군사설움타령을 그의 더늠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임방울(林芳蔚, 1904~1961)이 있다. 그는 유성준(劉成俊, 1873~1944)에게 《적벽가》를 사사하였고, 이 대목 외에도 〈조조 선단 불 지르는 대목〉과 〈군사점고사설〉 등을 잘 불렀다고 전해진다. 현전 창본의 군사설움타령의 구성은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첫날밤 생각〉, 〈돈 생각〉, 〈위국자 불고가〉, 〈싸움 타령〉 등 7개의 대목으로 되어 있다. 이 중 모든 창본에서 나타나는 대목은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위국자 불고가〉 등이다. 나머지 〈첫날밤 생각〉, 〈돈 생각〉, 〈싸움 타령〉 대목은 창본별로 차이를 보인다. 『신재효본』에는 이 7대목 외에도 〈형제 생각〉, 〈새 생각〉, 〈병교자패〉 등의 대목이 있어 여타 《적벽가》 이본들의 군사설움타령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음원은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의 군사설움타령 대목 중 〈위국자 불고가〉 대목이 현재 전하고 있다. 이것은 송만갑의 초기 녹음으로 1913년에 일축조선소리반에서 녹음한 소리이다.
음원은 송만갑(宋萬甲, 1865~1939)의 군사설움타령 대목 중 〈위국자 불고가〉 대목이 현재 전하고 있다. 이것은 송만갑의 초기 녹음으로 1913년에 일축조선소리반에서 녹음한 소리이다.
○ 음악적 특징 군사설움타령의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위국자 불고가〉 등의 공통 대목은 모든 바디에서 동일한 장단을 사용하는데, 진양조, 중중모리, 중모리, 중중모리장단이다. 〈첫날밤 생각〉 대목은 장단이 다르게 짜여있는데, 김연수와 정광수바디는 자진모리장단으로, 정권진과 박동진바디는 중중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싸움 타령〉 대목은 대부분 중모리장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권진바디는 중모리장단과 세마치장단으로, 박동진바디는 중중모리장단과 중모리장단 등 두 개의 장단이 쓰인다. 한승호바디는 〈자식 생각〉과 〈아내 생각〉 대목이 중중모리 한 장단으로 짜여있다. 또한, 이 바디는 군사설움타령 대목이 ‘적벽대전’에 포함되어 있는 특징이 나타난다. 군사설움타령의 사설은 다른 바디와 유사하게 진행이 되나 대목의 순서가 ‘적벽대전’ 대목 안에 짜여있다. 선율은 전쟁을 앞둔 이름없는 군사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담아내는 내용에 맞게 대부분의 대목은 ‘미(mi)-솔(sol)-라(la)-(시)-도(do′)-레(re′)-미(mi′)’의 계면조로 되어 있다. 창자에 따라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우조 선율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일시적 변청도 나타나는데 창자별로 ‘5도 위 변청’, ‘4도 위 변청’, ‘5도 아래 변청’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붙임새는 대마디대장단 외에도 잉어걸이, 완자걸이, 당겨붙임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위국자 불고가〉 대목은 설렁제(덜렁제) 더늠으로 짜여진 특징이 있다.
군사설움타령 대목은 적벽대전을 앞둔 조조의 군사들이 다양한 삶의 표현을 통해 살아 돌아가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표현되는 대목이다.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첫날밤 생각〉, 〈위국자 불고가〉, 〈싸움 타령〉 등 개개인이 처한 여러 생각과 입장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 중 고향에 부모를 두고 온 한 군사의 그리움을 담은 〈부모 생각〉 대목은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의 노랫말로 시작된다. 이 사친가(思親歌)는 어버이를 그리는 뭉클한 육친(六親)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으로 군사설움타령의 여러 대목 중에서 눈대목으로 꼽힌다.
(아니리) 한 군사 내달으며, “아나 이얘, 승상은 지금 대군을 거나리고 천리전장을 나오시여 승부가 미결되어 천하 대사를 바라는디, 네 이놈 요망스럽게 울음을 우느냐? 이리 오너라, 우리 술이나 먹고 놀자.” 저 군사 연하여 왈, “니 말도 옳다마는, 나의 설움을 들어봐라.” (진양) “고당상(高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배별(拜別)헌지가 몇 날이나 되며, 부혜(父兮)여 생아(生我)시고 모혜(母兮)여 육아(育我)시니 욕보기은(慾報其恩)인댄 호천망극(昊天罔極)이로구나. 화목허든 전래권당(傳來眷黨) 규중의 홍안처자(紅顔妻子) 천리전장 나를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이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기다리고 바래다가 서산의 해는 기울어지니 출문망(出門望)이 몇 번이며, 바람 불고 비 죽죽 오난디 의려망(倚閭望)이 몇 번이나 되며, 서중의 홍안거래(鴻雁去來) 편지를 뉘 전허며, 상사곡(相思曲) 단장회(斷腸懷)는 주야수심으 맺쳤구나. 조총환도(鳥銃環刀)를 들어 메고 육전수전(陸戰水戰)을 섞어 할 적으 생사가 조석이로구나. 만일 객사를 허거드면 게 뉘랴서 안장(安葬)을 허며, 골폭사장(骨暴沙場)으 흐여져서 오연(烏鳶)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리며 후여쳐 날려 줄 이가 누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一日思親) 십이시(十二時)로구나.”
안숙선 창 〈부모 생각〉 백대웅, 『적벽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000.
(중중모리) 여봐라 군사들아 내 설움 들어봐라 나는 남의 오대독신으로 근오십이 장근토록 슬하에 일접혈육 없어 매일 부부한탄 온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대천 성황당과 고묘총사 석왕사 칠성불공 다리놓기 원산 길닦이와 집에 들어 있는 날도 성주 조왕 당산 철늉 충천 군우지신제 지극정성 드리니 공든 탑이 무너지 힘든 남기 꺽어질까 엇다 우리집 마누라가 태기가 있든가 보더라 석부정부좌 활부정불식 이불청음성 목불시악색 십삭이 점점 찬 연후에 하루는 해복 기미가 있는데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허리야 혼미중에 탄생하니 딸이라 반가울텐데 아들을 낳았구나 열손으로 떠받들어 뉠 날이 전혀없이 삼칠일 지내고 오륙삭이 넘어가니 방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 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암쥐암 들강들강 옷고름에 돈을 채우고 감사서 껍질벗겨 손에 쥐어 빨리며 주야사랑 애정한 것 자식 밖에 또 있드냐 난세를 당하였구나 사당문을 열어놓고 통곡으로 하직할 제 간간의 나의 마누라 안고 줍고 궁글면서 울며불며 야단이라 여보 마누라 내가 전장을 가드라도 이 자식 고이 길러 나의 후사를 전해주오 생이별 하직하고 전장을 나왔으나 살어가기 꾀를 내어봐도 함정에 든 범이요 그물에 든 고기로다 언제나 고향 돌아가서 그립든 아들 품안의 품고 아가 언제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또 한 군사 나왔으며 네 내 설움을 들어봐라 나는 일찍 조사하고 일가친척 바이 없어 혈혈단신 이 내몸 이성지합 우리 아내 얼굴도 어여쁘고 행실도 출천허여 종가대사 착실허니 둘이 서로 떠날 새가 없이 날 가는 줄 모를 제 불하병 외는 소리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강 싸움가자 천성 부른 소리 촛불켜 날 끌어낼 제 아니 갈 수 없드구나 군복입고 전립쓰고 장대들고 나올 제 우리 마누라 내 거동을 보더니 보선발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나의 목을 부여안고 날 죽이고 가오 살려두고 못 가리다 청춘홍안 젊은 년을 나 혼자만 띄어두고 전장을 가시려오 내 마음이 어찌 되겠느냐 우리 마누라르 달랠 적의 허허 마누라 우지마오 사람이 세상에 낳아 전장출세를 못하고 죽으면 장부절개가 아니니 우지마오 우지를 마오 달래어도 아니 듣고 화를 내도 아니 듣네 잡았든 손길을 내후리처 떨치고 전장을 나왔으나 어느 때나 고향을 가서 무주공산 해골이 되어 생사가 조석이라 내가 만일 고향을 못가고 객사절장이 되어드면 오작의 밥이 된들 두 손뼉을 위어저어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그저 떠버리고 울음을 운다
한승호 창 〈자식, 아내 생각〉 김진영 외 편저, 『적벽가 전집1』, 박이정, 1998.
(아니리) 장하에 한 군사가 키는 조그만 하고 수염은 우무가사리 뽄으로 되고 코구멍은 홍합 속처럼 된 돔이 책도 하나를 손에다 검어쥐고 아 군중이 요란케 나오는데 이 소릿제는 옛날 우리나라의 팔명창에 권삼득씨가 있었는데 이 권삼득씨의 권릉제(덜렁제)로 떠들고 나오는디 이 이런 요란이었던 것이었다 (중중모리) 이놈 저놈들 다 들어 너의 올 제는 좀놈일다 위국자는 불고가라고 옛글에도 일러있고 남아하필망처자리요 막향강촌노각인하소 우리 몸이 군사되여 전장 나왔다가 공명도 못이루고 속절없이 돌아가면은 부끄럽지 아니하랴 요내 심중 평생 소원 요아 삼척의 드는 칼로 오한 양진의 장수 머리를 일합에 썩 비어 들고 번창휘마 충돌을 하며 개가성 높이 부르고 본국으로만 돌아가 부모동생 권솔처자가 다시 만나서 보게되면 이 야그 아니 상쾌하드냐 어허 서름이야
임방울 창 〈위국자 불고가〉 김진영 외 편저, 『적벽가 전집1』, 박이정, 1998.
판소리 《적벽가》, 중 군사설움타령은 원전인 『삼국지연의』에 없는 부분으로 판소리에서 새롭게 창작된 대목이다. 이 대목은 전쟁을 앞둔 이름 없는 군사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그들의 시선에서 토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전하는 모든 창본에서 나타나는 대목은 〈부모 생각〉, 〈자식 생각〉, 〈아내 생각〉, 〈위국자 불고가〉 등이다. 한편, 한승호바디는 〈군사설움타령〉 대목이 ‘적벽대전’에 포함되어 있는 특징이 나타난다. 또한 〈자식 생각〉과 〈아내 생각〉 대목을 다른 바디와 다르게 중중모리 한 장단으로 구성하고 있는 차이점도 보인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진영 외, 『적벽가 전집』, 박이정, 1998. 백대웅, 『적벽가』 한국예술종합학교, 2000. 이기형, 『필사본 화용도 연구』, 민속원, 2003. 최동현ㆍ김기형 엮음, 『적벽가 연구』, 신아출판사, 2000. 김기형, 「적벽가의 역사적 전개와 작품세계」,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3. 김상훈, 「적벽가의 이본과 형성 연구」, 인하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92. 김상훈, 「‘군사설움타령’의 형성과 변모 양상 연구」, 『판소리연구』 42, 판소리학회, 2016. 김소라, 「적벽가 군사타령 중 ‘고당상 대목’ 비교분석」, 전남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0. 김재은, 「박봉술제 적벽가 연구: 박봉술ㆍ송순섭ㆍ안숙선 ‘군사설움타령’을 중심으로」, 부산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1. 김종철, 「적벽가의 민중 정서와 미적 성격」, 『판소리연구』 27, 판소리학회, 2009. 서정민, 「김연수 바디 《적벽가》의 구성과 음악적 특징」,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4. 유민형, 「신재효본 《적벽가》 ‘군사설움타령’의 사설 분석과 그 의미」, 『판소리연구』 51, 판소리학회, 2021. 정출헌, 「19세기 후반 적벽가의 전환 양식과 시대정신」, 『판소리연구』 6, 판소리학회, 1995.
서정민(徐玎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