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상봉(父女相逢)〉, 〈개안(開眼)〉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장면은 황후가 된 심청이가 홀로 남은 부친을 보고픈 애절함에 마련한 황성 맹인잔치에 심봉사가 참석해 황후가 되어 나타난 심청이를 보고 싶은 간절함에 눈을 뜨게 되는 대목
황후가 된 후 홀로 남은 부친을 향한 그리움으로 나날을 보내던 심청이는 부친을 보고픈 마음에 맹인잔치를 열게 된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심청이가 환생한 사실을 모르고 맹인잔치의 마지막 날에 참석한 심봉사가 죽은 줄만 알았던 심청이가 황후가 되어 눈앞에 나타나자 놀라움과 간절히 보고픈 마음에 통곡하다 결국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이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크게 심봉사가 맹인잔치에서 황후가 된 심청이를 만나는 〈부녀상봉〉과 심청이를 보고자 소원하며 마침내 눈을 뜨게 되는 〈개안〉 대목 이상 두 장면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부녀상봉〉 또는 〈개안〉 대목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기 《심청가》에서 〈부녀상봉〉 장면은 황후가 된 심청이가 심봉사를 금방 알아보는 단순한 사설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심봉사가 황후가 된 심청이 앞에서 딸을 잃은 슬픔과 절망에 관해 토로하는 내용들이 차츰 확대되어 이야기의 현실성이 강화되면서 여러 창본에 수용된다. 〈부녀상봉〉과 마찬가지로 〈개안〉 장면의 초기본 역시 사설은 매우 간략했다. 이후 심봉사와 함께 눈 뜬 맹인들의 춤추는 사설이 조금씩 첨가되고 점차 확대 부연되어 눈을 뜬 기쁨이 한층 고조된다. 20세기 들어와 맹인들의 눈 뜨는 모습은 보다 구체화되었고 이에 따라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극의 분위기가 더욱 극대화되어 《심청가》의 핵심 대목으로 자리하게 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심청가》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중 〈부녀상봉〉 장면의 사설은 초기본인 『박순호 낙장 27장본』에 심청이가 부친을 발견하고 만나는 모습으로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이보다 후대인 『심정순(沈正淳, 1873~1937) 창본』에서는 심청이가 부친을 발견하고 거주성명을 확인하니 심봉사는 엎드려 그간의 내력을 아뢰고 죽여 달라고 호소하는 이야기로 사설이 보다 확대된다. 『정명기 소장 43장본』의 〈부녀상봉〉은 기존의 현실성이 부족하고 극적 긴장감도 떨어지는 내용에 재미를 더해 사설이 크게 부연된다. 『김종철 소장 낙장 53장본』에서는 심황후의 품위를 높이고 심봉사의 비극적 정서를 강화하면서 이야기의 양상이 다양화된다. 현전하는 〈부녀상봉〉 장면에서는 불필요한 내용이 삭제되고 심봉사가 황후가 된 심청이 앞에 엎드려 그간의 내력을 고하고 죽여 달라고 하는 내용 위주로 불리고 있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중 〈개안〉 장면의 사설은 초기본인 『정명기 소장 43장본』에 심청이가 달려 나와 부친을 부둥켜안고 심청임을 밝히니 심봉사는 반가워 눈을 뜨고 다른 맹인들도 따라서 눈을 뜬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바드대본』에서는 눈 뜨는 장면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눈뜬 심봉사와 맹인들이 즐거워 춤추는 대목을 첨가했다. 『김종철 소장 낙장 53장본』에서는 춤추는 장면을 확대 부연하여 눈을 뜬 환희가 드러나면서 초기본보다 사설이 상당히 추가된다. 현전하는 창본은 대개 심봉사가 눈을 뜬 후 만좌맹인이 눈 뜨는 모습을 더욱 확대하고 해학적 요소를 가미해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나아가 눈뜬 환희의 감정을 모두와 즐기는 것으로 전환함으로써 장면을 극대화해 《심청가》의 대단원의 막을 장식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현전하는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대개 중모리장단의 〈부녀상봉〉과 자진모리장단의 〈개안〉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설의 맥락은 대부분 유사하지만 전승 경로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동편제 《심청가》의 박록주(朴綠珠, 1905~1979)와 서편제 《심청가》의 한애순(韓愛順, 1924~)에 없는 〈개안〉 장면의 만좌맹인이 눈을 뜨는 사설이 후대에 형성된 강산제 《심청가》의 정권진(鄭權鎭, 1927~1986) 창본에는 추가되어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계면조로 짜여있다. 이 가운데 박록주는 전체적으로 음의 진행을 단조롭게 구성, 상하행 진행 시에도 음역을 넓게 활용하지 않으며 음폭이 좁은 수평적인 진행을 자주 구사한다. 이와 달리 한애순은 한 장단 내에 시김새와 꺾는 음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곡선적 진행을 두드러지게 사용한다. 반면 정권진은 단조롭게 선율을 진행하면서도 음역을 폭넓게 사용해 사설의 극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중 〈부녀상봉〉의 사설 붙임에 있어 한애순과 정권진은 사설이 원박과 맞아떨어지는 대마디대장단만을 사용하는 반면 박록주는 대마디대장단을 중심으로 사설과 박자가 한 장단에 떨어지지 않는 엇붙임을 구사한다. 〈개안〉의 장면 중 심봉사가 눈 뜨는 사설에서 박록주ㆍ한애순ㆍ정권진은 모두 대마디대장단을 중심으로 엇붙임을 적절히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정권진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만 있는 만좌맹인이 눈을 뜨는 장면에서는 대마디대장단을 기본으로 엇붙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현재 전승되는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전승 경로에 따라 사설과 선율 구성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모리와 자진모리장단의 조합으로 극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자아내 극의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방식은 동일하다고 하겠다.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삼월달으 산후달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에다 싸서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 맥여 계우 계우 길러 낼제 효성이 출전하야 애비눈을 띄운다고 십오세 때 남경장사 선인들게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구로 죽은지가 삼년이요. 눈도 뜨지를 못하고 자식만 팔아 먹었시니 자식팔아 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자진모리] 심황후 기가막혀 산호주렴 걷혀 버리고 버선발로 우루루루 부친으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 아니 누가 날다려 아버지라허여 에이 나보고 아버지라니 이말이 웬말이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 되였는디 누가 날 다려 아버지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눈을 못 뜨셨소 불효여식 심청이가 살어서 여기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저를 급히 보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는구나 예이 아니 심청이라니 청이라니 이게 웬말이요 에이 이게 웬말이요. 내가 지금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난 내 딸 청이 이곳이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아이고 답답하여라 어디 내 딸 좀 보자 심봉사가 두 눈을 끔적끔적 하더니만은 부처님의 도술로 눈을 번쩍 떳구나 [자진모리]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띠는 소리라 짝 짝 하더니만은 그저 눈을 떠 버리는구나 석 달 동안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하고 내려가든 맹인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당도 못한 맹인 중도에서 눈을 뜨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어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화내다가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떠 보느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일 허다가 뜨고 앉어 놀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졸다 번뜻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 뜨고 눈을 비벼보다 뜨고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정권진 심청가 (창자: 정권진, 고수: 이정업)」, 신나라레코드, 1992.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심청가》의 대미를 장식하는 필수불가결한 대목이다. 따라서 극이 지닌 무게감 때문에 자칫 비장미 일변도로 구성될 수도 있지만 현전하는 소리제들은 장단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비장미와 해학적 요소를 고루 갖추어 부르고 있다. 심봉사가 황후가 된 심청이를 만나 자신의 지난 과오를 고백하는 장면은 차분하면서도 딸을 잃은 애끊는 심정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도록 느린 장단인 중모리로 구사한다. 한편 심봉사가 심청이를 보고픈 마음에 통곡하다 눈을 뜨는 모습과 심봉사가 눈뜬 후에 이어지는 만좌맹인이 눈을 뜨는 장면은 긴장감과 박진감 그리고 해학적 묘사에 적합한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로 구현한다.
이처럼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극의 효과를 증대하기 위한 장단의 최적의 구성과 사설 붙임을 적절히 활용한다. 여기에 창자들의 세련된 시김새가 더해져 극을 절정으로 내닫게 해 극한 감동을 주는 《심청가》의 눈대목으로서 작품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김석배, 「《심청가》 결말부의 지평전환 연구」, 『판소리연구』 29, 판소리학회, 2010. 함수연,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비교연구 -박록주ㆍ한애순ㆍ정권진 창을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김민수(金珉秀)